열배터리 스타트업 론도에너지가 7,500만 유로(약 1,1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유럽투자은행(EIB)과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카탈리스트(이하 카탈리스트)’로부터 조달했다고 사측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카탈리스트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이 소식은 같은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에너지 서밋’에서 발표됐습니다.
론도에너지는 2020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입니다.
벽돌 더미를 사용해 최대 1,500℃의 산업용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열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뿐더러 리튬배터리와 달리 고가의 광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론도에너지는 산업계 탈탄소화를 이끌 스타트업으로 거론됩니다.
지난 4일 확인한 결과, 론도에너지가 창업 후 현재까지 조달한 투자금만 1억 6,230만 달러(약 2,254억원)에 달합니다. 이번에 조달한 7,500만 유로가 포함됩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미국 에너지부 등도 투자한 바 있습니다.
론도에너지 CEO “유럽 에너지 전쟁 총알 마련” 🔫
론도에너지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사용해 유럽 내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오도넬 론도에너지 설립자는 이번 투자가 “유럽이 치르는 3개의 전쟁 중 최소 1개 전쟁을 승리하는데 필요한 총알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3개의 전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러시아산 천연가스 관련) 에너지 전쟁 ▲중국과의 청정에너지 전쟁을 뜻합니다.
그는 열배터리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함으로써 유럽의 에너지안보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열배터리가 유럽연합(EU)이 겪는 에너지 전쟁의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단 것.
이는 오도넬 설립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오도넬 설립자는 EIB 투자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투자는 에너지 전쟁의 총알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리오 페르난데스 카탈리스트 책임자 또한 론도에너지의 기술은 “유럽 제조업체가 천연가스 의존도를 없앨 방법을 찾고 있는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열배터리, 플라스틱·산업단지·식음료 산업과 만나” 🏭
론도에너지는 조달한 자금을 유럽 열배터리 프로젝트 3곳에 사용됩니다. 3곳 모두 상업화 규모로 계획됐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독일 플라스틱 기업 코베스트로와의 프로젝트입니다. 2026년 연말 독일 브룬스뷔텔 지역 플라스틱 공장에서 가동될 계획입니다.
코베스트로는 재생에너지와 열배터리를 사용해 해당 공장의 증기 사용량의 10%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로 인해 연간 최대 1만 3,000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코베스트로는 해당 시설을 대규모 설치를 평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덴마크의 녹색·순환 산업단지인 그린랩에 설치됩니다. 약 100㎿h(메가와트시) 규모의 열배터리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그린랩은 전력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가동 예상 연도는 2025년 중반입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유럽의 식음료 기업이라는 점만 공개됐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과 연결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탈리스트 투자, ‘죽음의 계곡’ 넘을 촉매될까? 🤔
한편, 이번 투자는 카탈리스트를 통해 이뤄졌단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카탈리스트는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의 투자 프로그램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빌 게이츠가 청정에너지 혁신을 위해 설립했습니다.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가 재원으로 마련돼 있습니다.
카탈리스트는 프로그램명 그대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Catalyst)’ 역할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겪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주로 사업모델 개발과 시제품 출시 후 매출 발생 이전까지의 시기를 뜻합니다.
앞서 많은 기후테크 투자자가 중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가 부족한 상황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카탈리스트 프로그램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파일럿 프로젝트 또는 최초의 상업 프로젝트를 지원해 투자 매력도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론도에너지의 상업용 열배터리 프로젝트 지원도 그 일환입니다.
美 테크크런치 “데스밸리 극복 위한 새로운 방식 등장” 💰
미국 기술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카탈리스트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매체는 카탈리스트의 투자가 보조금 형식으로 이뤄졌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단, 7,500만 유로 중 보조금의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IB의 자금은 대출 형태로 조달됐습니다.
상업 프로젝트 자금 조달 상당수는 EIB처럼 대출 형태로 이뤄집니다. 상업 프로젝트는 대규모 생산시설 건설이 포함되는 만큼 필요한 자금도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일반 대출을 받기 위한 은행의 리스크 평가를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와 달리 카탈리스트는 보조금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기후테크 업계에서 보조금은 주로 초기 단계를 대상으로 합니다. 카탈리스트는 이를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에게 적용한 것입니다.
페르난데스 카탈리스트 책임자는 론도에너지의 프로젝트가 “건전한 투자 대상이며 투자 위험이 충분히 밝혀졌다는 것이 증명되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