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을 뒤덮고 있는 빙상(氷床) 아래에 따듯한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빙상은 극지방 육지를 덮은 두꺼운 얼음층을 말합니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남극연구소(BAS)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남극 빙상과 해저면이 만나는 구간 ‘접지 구역(Grounding Zone)’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쉽게 말해 남극 빙상이 바다와 맞닿는 선을 따라 바닷물이 스며드는 현상이 확인됐단 것.
결과적으로 얼음이 녹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게 된단 것이 연구진의 우려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이 더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인 ‘티핑포인트(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습니다.
英 남극연구소, 해수 온도 상승으로 남극 빙붕 해빙 속도 ↑ 🧊
논문 주저자 겸 BAS 소속 얼음 역학 연구원인 알렉스 브레들리는 “해수면 상승에 대한 우리의 예측이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브레들리 연구원은 “해수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해빙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뜨거워지는 만큼 이 과정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현 연구에 사용된 빙상 모델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 등 기후과학계가 사용하고 있지 않는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존 모델이 빙상 후퇴를 주도하는 중요한 물리적 과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로 인해 해수면 상승에 대학 예측이 기후변화 대비 덜 민감하게 나타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연구 결과와 모델을 이전 연구 결과에 포함하면 더 신뢰 가능한 추정치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IPCC 금세기말 해수면 평균 1.01m 상승…“빙상 관련 불확실성 언급” 🌊
단, 연구진은 남극 빙상 해빙과 해수면 상승의 임계점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도래할지는 전망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IPCC가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은 금세기말 세계 해수면 상승폭은 0.28m에서 최대 1.01m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각각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또는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 따른 수치입니다.
이 수치에는 일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바로 빙상 때문입니다.
당시 IPCC는 “빙상과 관련된 깊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가능한 범위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세계 평균 해수면이 2m에 이르고, 2300년에는 15m를 초과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남극 빙상이 모두 녹아내리면 세계 해수면은 약 58m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아가 빙붕 해빙으로 대량의 민물이 바다로 유입될 시 남반구 심층 해류 순환이 멈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연구팀은 네이처에 지구 심층 해수 순환류인 ‘남극 역전 순환류(SAOC)’ 역시 느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현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유지될 경우 해당 해류가 2050년까지 42%가량 느려진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이 경우 해양생태계가 붕괴될뿐더러, 해수 순환이 둔화돼 남극 얼음의 해빙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