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 의회가 만장일치로 도시 내에서 이뤄지던 ‘구름 표백(MCB)’ 실험 중단을 명령했습니다.
앨러미다 카운티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동부에 위치한 곳입니다.
구름 표백 기술은 바닷물을 미세입자로 만들어 안개처럼 대기 중으로 분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바닷물로 인공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한단 것.
인위적으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에 지구공학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앞서 지난 5월 미 워싱턴대학과 비영리단체 SRI인터네셔널은 앨러미다에 있는 퇴역 항공모함 ‘호넷(USS Hornet)’ 갑판에서 구름 표백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구름 표백 실험이 실제로 진행된 것은 호주에 이어 2번째였습니다.
그러나 지역사회 반발 등으로 인해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은 실험 중단을 명령합니다. 추후 실험 재개 여부는 앨러미다 의회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카운티 의회가) 만장일치로 해당 실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앨러미다 카운티 의회, 만장일치로 구름 표백 실험 중단 결정 🗳️
워싱턴대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다 위 구름의 15%가 더 밝아질 경우 지구 평균온도가 1℃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달 열린 첫 구름 표백 실험에는 바닷물에서 추출된 소금 용액이 사용됐습니다. 바닷물에 소금을 뿌리면 증발하고 남은 소금 결정이 구름 입자를 만드는 응집핵이 되는 원리입니다.
단, 실험은 실제로 구름을 하얗게 만드는 것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들은 장치가 소금 용액, 즉 에어로졸을 일관되게 장기간 뿌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여러 대기 조건에서 해당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당초 20주에 걸쳐 일주일 중 나흘, 하루 3번씩 소금 용액을 살포하는 것이 연구진의 계획이었습니다.
실험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된 이유에 대해선 “(여름철에) 시원하고 습한 바람이 태평양에서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불기 때문이다”라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허나, 구름 표백에 사용된 소금 용액이 지역사회 건강과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후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은 자체 평가 결과를 통해 해당 물질이 건강이나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럼에도 앨러미다 카운티 의회는 밤샘 토론 끝에 앨러미다에서 이뤄지던 구름 표백 실험이 여전히 무해한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지구공학 기술 유해성 아닌 구름표백 실험 ‘투명성’ 도마 위에 올라 🌤️
트리시 스펜서 카운티 의원은 “(앨러미다) 지역사회가 그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릴린 애쉬크래프트 앨러미다 시장 역시 의회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그는 “최첨단에 서고 싶은 욕망이 없다”며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앨러미다 카운티 의회가 가장 문제로 삼은 지점은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사회적 수용성이었습니다.
카운티 의원들은 프로젝트의 개요와 추가 정보가 제때 공지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카운티 의원 상당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주요 매체가 실험 상황을 전한 후에야 상황을 인지하게 됐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말리아 벨라 카운티 의원 또한 NYT를 통해 구름표백 실험을 처음 알게 됐단 점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실험에 따른 건강 또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데이터 역시 주최 측이 제공하지 않았단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연구팀, 대체 장소 물색 나서…“지구공학 기술 두고 지역사회 갈등 보여줘” 🤔
프로그램 관리자 겸 워싱턴대 대기과학자인 사라 도허티는 카운티 의회의 이같은 결정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허티 박사는 카운티 의회에 “구름을 밝게 하지도, 날씨를 바꾸지도, 기후를 바꾸지도 않았다”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을 뿐이다”라고 성토했습니다.
워싱턴대 연구진 역시 성명을 통해 “(해당 실험은) 에어로졸 모델링 개선을 위해 고안된 통제된 연구였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계획 및 대응 도구 개선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실험 중단 결정에 따라 추가 대체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구 7만 6,000명에 불과한 소도시의 결정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지구공학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찬성론자 쪽에서는 기후대응을 위해 지구공학 기술이 임시로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반대론자 쪽에서는 지구공학 기술이 예기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을뿐더러,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다고 주장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는 것이 최우선 시 돼야 한단 것이 반대론자의 입장입니다.
한편, 투표 이튿날(5일)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성명을 통해 앨러미다 카운티 의회의 결정을 환영한단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70여개가 넘는 기후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구름표백 실험 중단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매리 처리 CIEL 활동가는 “카운티 의회 의원들이 제기한 주요 우려사항은 충분한 정보와 공지 그리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며 “구름표백 같은 기술이 향후 대규모로 배포될 시 새로운 환경적·사회적 영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구름표백 기술이 해류 변화나 해양 온도 변화를 야기해 어업에 해를 끼칠 우려도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도허티 박사 역시 인정한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모든 이가 연구에 직접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예컨대 남미 온두라스의 한 청소년 기후활동가는 워싱턴대가 보유한 전문지식이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단 점을 언급하며 프로젝트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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