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를 금지시킬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가진 특별연설에서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다”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을 늦춘다면 인류 스스로 지구를 위기에 밀어넣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같은날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가 각각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2개월간(2023년 6월~2024년 5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이 매달 경신됐습니다.
“기후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탈출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1년간 지구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귀 기울이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탈출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장 시급히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생산·사용을 30%로 줄이고, 세계 모든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도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연설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업계를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는 화석연료 업계를 가리켜 “(기후변화의)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기만하고 의심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화석연료 업계가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통해 기후대응 조치를 지연시키는 전술을 펼치고 있단 점도 언급됐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화석연료와 미디어 그리고 빅테크 기업을 가리켜며 “행성 파괴를 조장하는 역할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화석연료 업계가 전체 자본 지출의 2.5%만을 청정에너지에 투자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화석연료 업계 경영진을 향해 “막대한 이익과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화석연료 광고 금지 촉구…“프랑스 등 사례 있어” 📢
기후시민단체에서는 그의 발언을 환영했습니다. 화석연료 광고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클린 크리에이티브’의 메이젤 던컨 이사는 “오늘은 광고와 홍보(PR) 업계 모두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와의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석유재단 등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주장에 대해서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메건 블룸그렌 재단 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석 부사장은 “(화석연료) 업계는 기후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며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계속 생산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화석연료 업계 역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일뿐더러,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현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을 중심으로는 실제 화석연료 광고를 금지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8월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기업의 화석연료 직접 광고를 금지했습니다. 조치 위반 시에는 최대 10만 유로(약 1억 4,885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천연가스는 제외입니다.
캐나다와 아일랜드 역시 비슷한 수준의 광고 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 일부 개별도시들 역시 시 차원에서 화석연료 광고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BBC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화석연료 업계의 후원과 광고에 맞서 싸워온 시민단체에게 힘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