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오렌지·코코아·올리브·설탕·커피원두 등 주요 작물들의 가격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작물 생산량이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단 말도 나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기상이변으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른 현상을 말합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기후플레이션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이미 상승한 온도에서는 농작물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순환경제 해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 중인 기업들이 있습니다. 순환경제 싱크탱크 엘렌맥아더재단(EMF)이 주관하는 ‘빅푸드 리디자인 챌린지(Big Food Redesign Challenge)’의 이야기입니다.
7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전 세계 60여개 기업이 150개가 넘는 순환식품을 올해 연말 출시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 등 대기업 상당수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MF ‘빅푸드 리디자인 챌린지’ 목표? “식량위기, 순환경제로 해결” 💡
EMF는 세계 순환경제 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의 비영리기관입니다. 순환경제 가속화를 목표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그리고 기업 등 각 분야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중 식품 산업에서는 순환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자연을 재생하는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2023년 5월 시작된 행사가 바로 빅푸드 리디자인 챌린지입니다. 미국 사립재단인 고든앤베티무어재단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진행 중입니다.
대회의 핵심은 생산자와 식품·유통 기업 등을 연결해 식품생산에 순환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EMF는 식품 산업을 재설계할 경우, 식품 자체의 지속가능성 향상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을 회복하고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역할까지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이같은 전환의 핵심 주체는 기업이라고 EMF는 강조합니다.
일례로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농경지 이용의 40%는 상위 10개 소비재·소매 기업의 영향을 받습니다. EMF는 “이들 상당수가 현재 문제의 일부이지만,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품 순환경제 원칙|다양성·저영향·업사이클링·재생생산·순환포장 📜
그렇다면 식품 생산에 순환디자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EMF는 순환식품의 설계 기준으로 크게 5가지를 제시합니다. ①다양성 ②저영향 ③업사이클링 ④재생생산 ⑤순환포장 등입니다.
먼저 ①다양성은 식품 원료를 다양화함으로써 작물과 가축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을 뜻합니다. 일례로 대량작물인 사탕수수·옥수수 대신 대추야자나 코코넛 같은 다양한 대체작물을 사용하여 생물다양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②저영향은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전환하는 것처럼 환경적 영향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③업사이클링을 통해 현행 폐기물과 토지이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기반에는 모든 원료가 재생농업 등 ④재생생산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깔려있습니다. 이는 빅푸드 리디자인 챌린지의 로고에서도 드러납니다.
한편, 식품 생산 이후인 ⑤포장재에 대한 기준도 제시됐습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다층 플라스틱, 선별이 어려운 검정 플라스틱 드의 소재는 모두 피해야 합니다. 또 가능한 한 많은 순환성 목표를 충족해야 합니다. ▲폐기물 발생 원천 차단 ▲재사용 ▲제품·재료 순환 등이 포함됩니다.
60개 기업 150개 제품 생산 단계 진입, 이르면 올해 출시 📅
챌린지는 오는 2025년까지 설계·생산·유통의 3단계로 진행됩니다.
EMF에 따르면, 챌린지는 지난 1월 설계 단계를 마쳤습니다. 400여개의 신청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14개국에서 60개 기업의 166개 제품이 생산 단계로 진출했습니다. 다만, 한국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선정된 참가자들은 소정의 자금 지원을 받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형 유통 기업을 통해 시장에 출시할 기회도 얻게 됩니다.
대회 협력사로는 프랑스 유통 기업 까르푸, 영국 유명 백화점 포트넘앤메이슨, 영국 슈퍼마켓 브랜드 웨이트로즈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정된 제품 중 일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어떤 식품들이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했을까요? 160여개 제품 중 미리 공개된 일부 제품을 살펴봤습니다.
🌵 선인장 쿠키|선인장은 가죽을 남기고 쿠키도 남겨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례는 케냐의 대체가죽 스타트업 두니아보라입니다.
2022년 설립된 대체가죽 기업이 식품에 뛰어들었단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니아보라는 케냐에서 흔한 보검선인장을 원료로 대체가죽을 만듭니다. 선인장을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들고, 이를 친환경 접착제로 뭉치는 방식입니다.
선인장은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기후탄력성이 높습니다.
사측은 선인장 가루가 식품의 지속가능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단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에 선인장 가루를 쿠키용 밀가루로, 즙으로는 주스를 업사이클링할 계획을 세운 것.
물론 빈센트 무호로 두니아보라 설립자는 식품 업계에 뛰어드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합니다. 투자 의향이 높고 자금이 풍부한 패션 산업과는 상황이 달랐다는 것. 까다로운 식품 기준을 통과하는 것도 장벽이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챌린지의 지원을 기반으로 동아프리카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다시마 맥주|탄소포집 다시마, 맥주로 마신다?
해조류는 지속가능한 원료로 손꼽히는 자원 중 하나입니다. 추가적인 토지 이용과 비료·살충제 없이 재배가 가능하며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해조류로 만든 맥주가 챌린지에 선정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영국 소규모 양조장인 올드팜하우스브류어리의 다시마 맥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단, 곡물을 모두 다시마로 대체한 것은 아닙니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 재료 중 하나로 첨가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해조류 소비 문화가 없는 서구권에서는 좋은 해조류 소비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맥주에 새로운 맛과 영양분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병아리콩 국수|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도 참전
챌린지에 선정된 기업 중에는 스타트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식품 기업 다논, 브라질 최대 화장품 기업 나투라 등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곳은 유명 식품 브랜드 마기입니다. 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의 자회사입니다. 감미료·라면 등을 생산합니다.
EMF에 따르면, 마기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국수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병아리콩은 재배 시 물소비량이 적어 기후탄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밀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각광받습니다.
마기는 인도 현지 농부들과 협업해 병아리콩 재배와 함께 토지 재생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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