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름을 더 하얗게 만든다면 어떨까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에 의하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구름 표백(MCB·Marine cloud brightening)’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구름 표백 기술은 바닷물을 미세입자로 만들어 안개처럼 대기 중으로 분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물방울 속의 작은 소금 결정이 구름을 구성하는 입자가 돼 구름을 더 조밀하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구름을 구성하는 입자가 많아질수록 더 하얗게 보여 ‘구름 표백’이라고 불립니다. 쉽게 말해 바닷물로 인공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한단 것.
태양빛의 입사량을 줄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기술 역시 인위적으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태양지구공학(SRM)’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구름 표백 실험이 실제로 진행된 것은 호주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입니다.
샌프란시스코만서 ‘구름 표백’ 첫 실험…“구름 밝아질수록 햇빛 반사율 ↑” 🌤️
실험은 지난 4월 초부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됐습니다. 실험은 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미 퇴역 항공모함 ‘호넷(USS Hornet)’ 갑판에서 이뤄졌습니다.
NYT는 “갑판에 설치된 제설기가 작동하더니 작은 미세입자로 이뤄진 안개가 발사됐다”며 “공기 중을 향해 수백 피트를 날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바다 위 구름의 15%가 밝아지면 지구 평균온도가 1℃가량 하락한단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지구 전체 구름의 약 20%로 확대할 시 지구 온도는 2~3℃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이번 실험은 비영리단체 SRI인터네셔널(SRI)과 미 워싱턴대 대기과학자 연구진들의 주도 아래 진행됐습니다.
실험에는 바닷물에서 추출된 소금 용액이 활용됐습니다. 바닷물에 소금을 뿌리면 증발하고 남은 소금 결정이 구름 입자를 만드는 응집핵이 됩니다. 그만큼 구름이 밝아지고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합니다.
연구진은 장치가 소금 용액, 즉 에어로졸을 일관되게 뿌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관건은 바다 소금 입자의 크기와 농도였습니다. 너무 짙어서도 무거워서도 안 됐기 때문입니다.
실험 책임자 겸 워싱턴대 대기과학과 교수인 로버트 우드 박사는 “바다 소금 입자의 수를 늘려 구름 (물방울) 밀도를 높였다”며 “(구름 표백 실험은) 햇빛을 다시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의 수를 늘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험 지역이 캘리포니아주가 선정된 이유에 대해선, 연구진은 “시원하고 습한 바람이 태평양에서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분다”며 “구름 표백 실험에 있어 이상적인 기후다”라고 전했습니다.

프로젝트 책임자 “구름 표백 기술,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래”…이유는? 🤔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우선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또 구름표백 등 모든 태양지구공학 실험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단 문제가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적·정치적으로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역시 지구공학 실험으로 인한 지정학적 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데이비드 산틸로 수석연구원은 NYT에 “(구름 표백 기술 상용화 시)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기후패턴이 바뀔 수 있다”며 “무슨 수를 써더라도 피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우드 박사는 “기록적인 기온과 폭염에 대한 새로운 기록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서는 더 많은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며 “한때 상대적으로 극단적이었을 수도 있는 구름 표백 기술 역시 고민해야 할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프로그램 관리자 겸 워싱턴대 대기과학자인 사라 도허티 역시 “나를 비롯한 동료 모두 (구름 표백 같은) 기술을 결코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해류 변화나 해양 온도 변화, 나아가 어업에 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강수량 패턴을 변화시켜 폭우나 가뭄을 불러올 수 있단 문제도 있습니다.
백악관은 NYT에 “미 정부는 태양지구공학 실험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태양지구공학 실험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 구름 표백 실험 일시 중단…6월 4일 재개 결정 ⚖️
이같은 우려가 계속 제기되자 캘리포니아 내 앨러미다 카운티 당국은 구름 표백 실험 중단을 명령합니다. 실험이 진행된 지 약 2주가 흐른 시점이었습니다. 구름 표백 기술에 사용된 소금 용액이 지역사회 건강과 환경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단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카운티 당국은 자체 평가 결과 “해당 실험이 주변 지역사회에 측정 가능한 건강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살포된 소금 용액 역시 해수와 거의 유사하단 것이 당국의 설명입니다.
나아가 실험이 야생동물에게도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카운티 당국은 밝혔습니다. 물론 추가 보호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단 전제가 달렸습니다.
추후 실험 재개는 앨러미다 시의회가 결정합니다. 시의회는 오는 6월 4일 회의를 통해 실험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역사회 내 반발은 여전합니다.
NYT는 카운티 당국이 실험 폐쇄를 공지한 이후 소셜미디어(SNS)에서 여론이 들끓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하늘을 내버려두라”고 일침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닌) 워싱턴만에서 실험을 진행해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추후 몇 개월간 기후와 해양 내 영향 등을 평가한단 계획입니다.

호주 대보초서 구름 표백 실험 중…“韓 자연 조건 적합한 대안 검토 필요” 🧪
호주에서도 2020년부터 구름 표백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호주 서던크로스대학을 중심으로 대보초(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일대에서 관련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산호초 군락 상공에 구름을 짙게 만들어, 태양 에너지가 산호초에 덜 도달하도록 막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환경단체와 학계 모두 협력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최소 15개 연구 기관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에서도 관련 실험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름 표백 기술이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기 위해선 국제협력이 필수다”라며 “막대한 비용 역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구름표백 등 지구공학 실험이 실행된 적은 없습니다. 관련 인식조사가 수행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얼마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구공학 기술 사용이 국제적으로 활성화될 경우가 있다”며 “국내 자연 조건에서 적합한 지구공학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또 실험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와 거버넌스 체계, 연구 가이드라인 마련 역시 구축돼야 한다고 평가원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