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식량 작물이자 아시아 최대 영양 공급원인 쌀.
벼농사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적받습니다. 전 세계 인위적 메탄배출량 중 벼농사가 10%를 차지한다고 세계은행이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저탄소 벼농법’으로 전환해야 한단 목소리가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농민들의 참여는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2023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라이즈란 애그테크 스타트업입니다.
20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라이즈는 최근 시리즈 A 투자에서 1,400만 달러(약 190억원) 규모의 자본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해당 투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주도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벼농사 메탄 감축? 논물관리, 가장 빠르고 확실…“문제는 농민 참여” 🧑🌾
저탄소 벼농법 등 메탄 감축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메탄서약’ 체결을 계기로 각국이 메탄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30배 높습니다. 반면, 대기 중 잔류기간이 10여년으로 짧습니다. 쉽게 말해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벼농사는 축산업과 함께 메탄을 배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명확한 해법도 존재합니다. 국제벼연구소(IRRI)가 보급하고 있는 ‘AWD(Alternative Wetting and Drying) 농법’입니다. 국내에서는 대개 ‘논물관리기술’로도 불립니다.
논에 물을 대는 시간을 단축시켜 메탄 배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아칸소대학 연구에 따르면, AWD 농업 사용 시 메탄배출량은 기존 대비 64% 줄일 수 있습니다. 물소비량 또한 최대 40% 감축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농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단 것. 2014년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수행한 연구에 참여한 농민들은 “배출량 감축에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잇다”며 “배출량을 늘려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벤자민 렁클 아칸소대 생명농업공학 부교수 또한 농민들을 위한 참여 인센티브가 없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라이즈, BEV·테마섹 등 합작 투자…인도 대형 애그테크 COO도 합류 🇮🇳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보조금을 통해 AWD 농법을 장려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
이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곳이 바로 라이즈입니다. BEV, 테마섹 그리고 산하 탈탄소 전문투자사 젠제로(GenZero) 등의 합작 투자 덕에 설립됐습니다. 동남아시아 기후테크 벤처캐피털(VC) 웨이브메이커임팩트 역시 설립사로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2023년 설립과 동시에 인도 애그테크 스타트업 너쳐팜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 드루브 소흐니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습니다.
너쳐팜은 설립 3년 만에 21억 달러(약 2조 8,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디지털 농업 플랫폼 기업입니다.
현재 투자사들이 라이즈에 거는 기대는 큽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이즈는 AWD와 함께 ‘DSR(Direct Seeded Rice) 농법’과 토양 박테리아 첨가 등의 농법을 확장할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DSR은 국내에서는 ‘직파 재배’로 불리는 농법입니다. 물소비량 감축이란 이점에 한 분기에 1㏊(헥타르) 당 메탄 0.3톤을 감축할 수 있습니다. 토양 박테리아 첨가 농법 역시 같은기간 3.3톤 규모의 메탄 감축이 가능합니다.
라이즈는 이같은 저탄소 벼농법을 통해 1억 톤 규모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라이즈, 보조금 대신 농자재 지원 “답은 농민서 찾아야” 🚜
사실 라이즈가 보유한 기술은 기존 저탄소 벼농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핵심은 이같은 저탄소 벼농법을 어떻게 농민들에게 설득하는지에 있습니다.
웨이브메이커임팩트 창립 파트너인 마리 청은 농민에게서 답을 찾았다고 설명합니다.
청 파트너는 농업 관행, 특히 관개 방법을 바꿀 때마다 농민들은 생계의 위험을 감수한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기후대응 등 변화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단 뜻입니다. 따라서 여러 인센티브 중에서도 농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단 것.
그 결과, 라이즈 투자사들은 현장 조사를 통해 농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확량 향상 ▲판매가격 인상 ▲투입비용 절감 등입니다. 이중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마지막 ‘투입비용 절감’이란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이에 라이즈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농법을 시행하는 대가로 농자재 비용 절감을 제공합니다. 종자·비료 등 농자재를 다른 곳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대량구매 덕에 가능하단 것이 소흐니 CEO의 설명입니다.
또 데이터 수집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소농민들의 금융 접근성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금융기관에게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위험을 낮추고, 농민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 서비스 비용 등 구체적인 수익 모델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니·베트남서 메탄 감축 나서…탄소크레딧·지역 확장 예고 💰
현재 라이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농업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라이즈와 협업하고 있는 농가들의 재배 면적은 총 2,500㏊입니다. 약 25㎢ 규모입니다.
초기 저탄소 벼농법 도입 결과, 메탄 배출량이 이전 대비 50% 줄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또 우려와 달리 눈에 띄는 수확량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수확량 및 수익이 약간 개선됐다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덕분에 현재까지 농민들의 서비스 유지율이 98%에 달한다는 것이 라이즈 측의 설명입니다.
한편, 올해 벼농사 기간에 라이즈는 7,000㏊ 규모에 서비스를 제공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 소양호(약 70㎢) 면적과 비슷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이르면 올해부터 메탄 배출량 감축으로 탄소크레딧을 발행·판매하는 등 수익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라이즈 측은 밝혔습니다. 수익은 농민들과 분배됩니다.
또 시리즈 A 투자금을 발판 삼아 서비스 면적을 기존 대비 25배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농업경제학 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강화해 2만여명의 농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2025년에는 남아시아·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소흐니 CEO는 더 큰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모든 (농업)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란 것. 그 일환으로 농업계 기후테크의 유망 사업인 데이터 기반 날씨보험을 고려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