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시 ‘오셔닉스 부산(OCEANIX Busan)’의 토대가 될 부유식 플랫폼 건설 작업이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부산시와 유엔해비타트(UN-HABITAT) 그리고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협업하는 해상도시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부산시가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등 행정을 지원하고, 유엔해비타트는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역할을 지원합니다.
해상도시 건설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와 입지분석 등은 사업시행자인 오셔닉스가 맡습니다. 오셔닉스는 2018년 설립된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사람들이 바다에서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 해상도시를 설계 및 조성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14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오셔닉스가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약 410만 달러(약 56억원)입니다.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가운데 부유식 해상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단 것이 오셔닉스 측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부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한 부유식 해상도시 개발은 허황된 꿈, 그 이상의 의미를 시사한다”며 “물 위에 완전한 도시를 건설하는 미래지향적인 기술이 현실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해수면 1.4m 상승, 韓 국토 0.8% 소실…부산·인천 등 저지대 피해 ↑ 🌊
유엔해비타트에 의하면, 세계 인구 5명 중 2명은 해안에서 100㎞ 이내에 거주합니다. 또 주요 도시의 약 90%가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의 연구에 의하면, 현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유지될 시 2150년 전 세계 해수면은 약 1.4m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0.7~0.8%가 물에 잠깁니다.
부산·인천 등 저지대 해안도시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안이 필요하단 것이 유엔해비타트의 설명입니다.
그 중 하나가 해상도시입니다.
현재 해상도시는 크게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해저 지반에 철제 구조물을 고정한 후 도시 구조물을 만든 방식입니다. 실제로 1960년대 구소련이 카스피해에 2,000개가 넘는 석유시추선을 다리로 서로 연결해 도시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물에 거대한 모듈을 띄운 후 서로 연결해 하나의 도시로 만듭니다. 오셔닉스도 이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이타이 마다몸베는 NYT에 간척지 매립이나 고정식 건설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전직 외교관 출신인 마다몸베 CEO는 반기문 전(前) 유엔사무총장의 수석고문을 맡은 이력이 있습니다.
마다몸베 CEO는 “새로운 땅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잔해 등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며 “이는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거대한 부유식 도시를 바다에 어떻게 띄우겠단 걸까요?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워터스튜디오의 설립자 겸 디자이너인 코엔 올투이스는 “기본적 물리 개념이 적용된다”며 “콘크리트 블록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으나, 상자 모양으로 만들면 물에 뜬다”고 설명했습니다.
항공모함을 생각하면 쉽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올투이스 디자이너는 몰디브 수상도시를 설계한 인물입니다. 해당 수상도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합니다. 해저에 약 5,000개의 강재들을 연결하여 부유식 구조물을 띄우는 형태입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오셔닉스 부산, 왜 부산에 건설되나? 🤔
오셔닉스 부산은 부산 북항 앞바다에 건설될 계획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일까요?
유엔해비타트 기획재정경제과 책임자인 나오미 후거보스트는 한국이 해양엔지니어링 분야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해양도시’를 장려하고 있어 선택했단 것이 후거보스트 책임자의 말입니다.
마다몸베 CEO 역시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부산을 제1의 스마트해양도시로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28년 완공 목표…해상 부유식 플랫폼 韓에서 올연말부터 건설 시작 🏗️
오셔닉스 부산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합니다. 에너지·물·자원·식량 등 모든 자원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구상으로 합니다. 폐기물 역시 도시 내에서 순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시는 최대 1만 2,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기후난민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한단 것이 유엔해비타트의 구상입니다.
총사업비로 약 6억 달러(약 8,21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산시와 오셔닉스는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부산시 당국은 2025년까지 해상도시와 관련해 기본·실시설계와 관련 부서 협의를 마무리한단 구상입니다.
마다몸베 CEO는 “(모듈식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도시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유식 플랫폼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최대 15만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에서 부유식 플랫폼 건설 작업이 연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건설이 완료된 플랫폼은 부산 북항 앞바다로 견인된 후 조립됩니다.
해상 부유식 플랫폼 3개를 띄운 후 서로 다리로 연결한단 구상입니다. 3개 플랫폼은 각각 거주·연구·숙박 등을 목적으로 설계됩니다. 현 설계상 부유식 플랫폼은 둥근 육각형 모양입니다.
“부유식 해상도시, 터무니없는 미래지향적 기술 더는 아냐” ⚗️
2022년 공개된 오셔닉스의 콘셉트는 덴마크 건축회사 비야케잉겔스그룹(BIG)과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IG는 일전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어반 리거(Urban Rigger)’란 부유식 대학생 기숙사 단지를 건설한 바 있습니다.
건축가 겸 BIG 파트너인 다니엘 선들린은 둥근 육각형 부유식 플랫폼이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풍이 불어닥치거나, 파도가 높아도 도시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단 것이 선들린 파트너의 말입니다.
그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해양엔지니어링 기업들과 협력해 부유식 플랫폼이 바람이나 파도를 견딜 수 있는지 안전성도 확인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선들린 파트너는 “사람들이 해상도시를 터무니없고 미래지향적인 기술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수상시장이나 하우스보트 등 문명이 시작된 이래 해상도시는 언제나 우리 옆에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유식 해상도시와 같은 건축물은 일반적인 생활방식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해상도시 구현 과제 산적 “안전성 확보·법제도화…사업비는 어디서?” 💰
국내에서도 해상도시 구현과 관련된 기술력은 확보됐단 평가가 대체적입니다.
그러나 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안전성이 마련돼야 한단 지적은 여전합니다.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비책 역시 필요합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 해상스마트시티 국제콘퍼런스’에서도 재차 언급됐습니다.
당시 콘퍼런스에 참석한 송화철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라며 “지진 발생 시 건물 흔들림 등 거주적합성과 관련돼 기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해 법과 제도 역시 마련돼야 한단 제언이 나옵니다. 해상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논의와 법적 준비가 필요하단 것. 필요할 경우 법 개정 역시 선행돼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부유식 플랫폼 역시 건축물에 포함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습니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서울 한강에 띄워진 ‘세빛섬’ 등 부유식 플랫폼은 모두 선박으로 간주해 선박법에 따라 관리됐습니다.
나아가 막대한 사업비 문제 역시 해결돼야 합니다. 약 6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의회의 서지연 의원(비례·더불어민주당)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작년 11월 부산시의회 317회 정례회의 본회의 자율발언 당시 서 의원은 “오셔닉스는 시드라운드(초기 단계) 투자를 받은 초기 스타트업이다”라며 “어떤 시제품도 내놓은 적이 없는 스타트업이 2030년까지 해상도시 건설을 완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습니다.
다만, 부산시에는 “사업추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서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