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투자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셔널이 사업 중단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기술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모셔널은 이같은 내용을 이날 전체회의에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모셔널은 공지를 통해 “지속적인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단기적인 상업 운영과 보조 활동은 덜 강조하는 전략”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인력 감축도 인정했습니다.
이 소식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지 나흘만에 나온 것입니다.
현대차 20억 투자한 모셔널, 세계 최초 로보택시 사업으로 주목받아 🚖
모셔널은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기술기업 앱티브와 합작투자해 2020년에 설립됐습니다. 당시 양사는 각각 20억 달러(약 2조 7,36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모셔널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레벨4 수준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공유차량 기업 리프트와 합작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범 시행해 주목받았습니다. 일명 ‘로보택시’ 사업입니다.
이후 2021년에는 일반 도로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2022년부터는 리프트와 협력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상시를 대비해 운전기사가 탑승합니다. 같은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차량공유 기업 우버와 협력해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2018년 첫 시범 서비스부터 현재까지 모셔널의 완전주행 기술은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9억 달러 추가 투자 발표…“협력사 지분 일부도 매입” 💰
이 가운데 현대차가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지속한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3일 공개된 앱티브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차는 모셔널에 총 9억 2,300만 달러(약 1조 2,600억원)를 투자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 투자는 오는 3분기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투자가 완료되면 현대차의 모셔널 지분은 85%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지난 2월 앱티브가 모셔널에 대한 추가 투자를 거절한 데 따른 것입니다. 손실이 계속되고 투자금 회수도 요원해 보이자 앱티브가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포기했단 분석이 나옵니다.
즉, 현대차만 유일한 후원자로 남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자율주행 기술을 탄소중립 비전의 핵심으로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2021년 현대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로보택시를 ‘탄소중립의 견인차’ 역할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사업 중단·인력 감축 발표, 이유는 전략 변경? “모셔널, 적자만 2조 넘어” 🤔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모셔널이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중단한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7일 칼 이아그넴마 모셔널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모셔널의 새로운 길’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의 투자 소식이 알려진 지 나흘만입니다.
이아그넴마 CEO는 “대규모 무인차 배치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현재의 전략이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운영 중인 로보택시 사업은 중단됩니다. 인력 감축도 진행됩니다. 구체적인 인력 감축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세대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출시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됩니다. 해당 모델은 2023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된 상태였습니다.
전략 변경의 원인으로는 고가의 기술개발 비용과 상업 운영을 병행하면서 발생한 재정난이 꼽힙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모셔널의 적자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2조 원에 달합니다.
테크크런치는 소식통을 통해 모셔널의 목적이 “자본을 보존하면서 핵심 기술과 사업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도시로의 확장을 포함해 더 많은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이아그넴마 CEO가 게시글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비즈니스 사례가 명확해지면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한편, 같은날 전체회의에서 이아그넴마 CEO는 투자 소식과 관련한 직원들의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소식통을 통해, “(이아그넴마 CEO가) 최근 현대차의 투자는 회사(모셔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원과 믿음의 표시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선택 엇갈린 GM·포드·폭스바겐 vs 현대차·테슬라·혼다, 승자는? 🏆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전망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상황입니다. 애플 또한 10년간 전념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최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율주행 기술개발과 관련한 소식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지난 8일 테슬라가 중국 정부에 로보택시 ‘사이버캡’ 출시를 제안했다고 중국 관영매체 데일리차이나가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시험 주행을 환영한다”며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단, 정부가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을 승인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는 8월 로보택시를 공개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날 닛케이아시아 또한 혼다자동차가 2026년 일본 도쿄에 자율주행 택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자동차 콘셉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