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역내 항공사 20곳을 대상으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항공사들의 탄소상쇄나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등을 통한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성’ 같은 홍보 문구가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겠단 것입니다.
지난 6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에 의하면, EU 집행위는 유럽 항공사 20곳에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친환경 관련 홍보 관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냈습니다.
해당 서한은 EU 소비자보호협력기구(CPC)와 협력해 발송됐습니다. 이는 45개 유럽 내 소비자 단체가 모인 유럽소비자기구(BEUC)의 민원에 따라 진행된 것입니다.
EU 집행위는 항공사들이 온실가스 감축 행위를 홍보할 때 감축 수단으로 무엇을 활용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채 소비자에게 탄소배출량 계산기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EU 집행위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해당 연료가 환경과 기후대응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항공유 같은 단어를 사용해선 안 된단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에어프랑스·루프트한자 등 유럽 대형 항공사 대다수 조사 대상 ✈️
EU 집행위는 서한을 보낸 항공사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BEUC가 민원을 제기한 항공사 17곳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물론 집행위 조사 대상과 BEUC의 민원 목록이 어느 정도 부합한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무협은 덧붙였습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현재 조사 대상에는 ▲에어프랑스(프랑스) ▲루프트한자그룹(독일) ▲KLM 네덜란드항공(네덜란드) ▲핀에어(핀란드) ▲스칸디나비아항공(스웨덴) 등 유럽 내 대형항공사 대다수가 포함됐습니다.
에어프랑스는 계열사 전체가 조사받습니다. 루프트한자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5곳(브뤼셀항공·스위스항공·오스트리아항공·에어돌로미터·유로윙)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서한을 받은 기업은 30일 이내에 시정 조처 관련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EU 집행위는 항공사들이 회신한 답변사를 토대로 시정 조처가 적절한지 검토하는 한편 이행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시정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재를 포함한 추가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U 집행위 “다른 산업계 역시 환경 관련 주장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
조사 대상에 오른 노르웨이항공 측은 로이터통신에 “EU 집행위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며 “조사 전까지 자료를 숙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럽항공사협회(A4E) 역시 공식성명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정보 공개 투명성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EU 27개 회원국별로 규정이 상이하고 계속 변경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번 EU 집행위의 발표는 최근 네덜란드 법원에서 자국 항공사인 KLM의 지속가능한 항공여행에 대한 홍보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이어진 조치라 더 주목받습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법원은 KLM이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단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작년 10월 루프트한자그룹 자회사인 오스트리아 항공은 일부 노선에서 100% 지속가능 항공유를 쓴다고 ‘탄소중립 비행에 함께하자’고 광고했으나,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실제 지속가능 항공유 사용량이 최대 5%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법원은 해당 판결문을 회사 소셜미디어(SNS)에 모두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베라 요우르바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더 많은 여행자가 본인의 환경발자국에 관심을 갖고 선택한다”며 “(소비자들은) 모호하거나 허위 주장이 아닌 정확하고 과학적인 답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우르바 부위원장은 이어 “(EU는) 항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 역시 환경 관련 주장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2026년 시행을 앞둔 EU의 ‘소비자권리 지침(CRD)’에 의해 EU 역내 제품·서비스에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친환경’ 표기가 모두 금지됩니다.
여기에는 ▲자연친화적 ▲생분해성 ▲에코 ▲녹색 등의 표현이 포함됩니다.
제3자 검증기관으로부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탄소중립’이나 ‘탄소상쇄’ 같은 단어 역시 2026년부터 표기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