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손잡고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고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펀드 자금 조달 액수는 초기 목표로 했던 10억 달러(약 1조 3,790조원)를 초과한 14억 달러(약 1조 9,305억원)로 마감됐습니다. 펀드는 일본 미츠비시UFJ은행,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 등 18개국 30개 이상의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일명 ‘탈탄소화 파트너 펀드 I(이하 펀드)’은 후기 단계 기후테크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될 예정입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시리즈 B·C 등 후기 단계 스타트업 대다수가 투자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 펀드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테마섹 CEO “기후위기 해결, 어떤 단체도 홀로 해결할 수 없어” 💰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국가가 저탄소에너지원으로 전환을 이행하는 동시에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탈탄소화, 즉 기후테크에 더 많은 투자가 몰려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딜한 필레이 테마섹 CEO 역시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대규모 혁신과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어떤 단체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파트너와 투자자들이 펀드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테마섹 합작투자사 ‘디카보나이제이션 파트너스’ 6가지 분야에 집중 🧪
펀드는 벤처캐피털(VC)인 ‘디카보나이제이션 파트너스(Decarbonization Partners)’가 맡아 관리합니다.
이 기관은 블랙록과 테마섹의 합작 투자를 통해 2022년 설립됐습니다. 현재 세계 6개 도시(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휴스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기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탈탄소화 기술개발 가속화를 목표로 합니다.
투자 여부는 파트너스 글로벌 책임자 겸 최고정보책임자(CIO) 메간 샤프 박사가 관리합니다. 샤프 박사는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산하 투자회사 BP벤처스에서 투자 책임자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파트너스 측은 이번에 조성된 펀드의 목표가 크게 2가지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실질적이고 측정이 가능한 탈탄소화 결과를 빠르게 이끌어내는 것. 다른 하나는 투자한 기업들이 장기적인 재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파트너스 측은 이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빠르게 파악하고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방대한 기후테크 분야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집중한단 계획일까요? 파트너스 측은 크게 6가지 중점 투자 분야를 선정해 자본을 적극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①CCUS(탄소포집·저장·활용) ②바이오 및 저탄소 제품 ③차세대에너지 ④고급 모빌리티 ⑤탄소관리 ⑥디지털 혁신 등입니다.
“디카보나이제이션 파트너스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7곳은?” 🤔
한편,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7개 기후테크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가 단행됐습니다.
▲미국 대체소재 기업 마이코웍스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 그룹14 ▲미국 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미국 수소 기업 모놀리스머티리얼즈 ▲미국 에너지 기업 안토라에너지 ▲미국 탄소관리 기업 카본다이렉트 ▲중국 전기자동차 리스 서비스 기업 DST 등입니다.
미국 기업이 6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국 DST의 경우 싱가포르 공공교통운영사 자회사인 ‘스트라이즈 모빌리티’와 합작해 전기차 리스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7개 기업 중 시리즈 C 단계인 곳은 3곳(마이코웍스·그룹14·모놀리스머터리얼즈)이었습니다. 시리즈 D 단계인 곳은 2곳(어센드엘리먼츠·DST)이었습니다. 시리즈 B와 현 기업 단계를 알 수 없는 곳도 각각 1곳이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펀드가 투자한 7개 기업 중 5곳은 한국 대기업이나 투자사가 투자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5개 기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마이코웍스|세계 최대 규모 버섯가죽 공장 운영
2013년 설립된 마이코웍스. 버섯 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곳입니다. 작년 9월부터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버섯가죽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 중인 균사체 가죽의 2년치는 이미 사전 예약이 완료됐다고 사측은 밝힌 바 있습니다.
균사체 가죽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현재 마이코웍스가 유일합니다. 시리즈 C 투자까지 포함해 사측이 모은 자본만 1억 8,700만 달러(약 2,578억원)에 이릅니다.
2022년 진행된 시리즈 C 투자에는 우리나라 SK네트웍스 역시 참여했습니다.
🇺🇸 그룹14|SK머터리얼즈와 합작사 설립해 고성능 배터리 개발
고성능 배터리 개발 기업 그룹14 역시 투자받은 기업 중 한 곳입니다. 2015년 설립된 그룹14는 실리콘 기반 음극재 대량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미 북서부 워싱턴주에 연간 12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1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공장도 추진 중입니다.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한 음극재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고 충전 시간 역시 줄이는 장점이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사측은 자사가 개발한 실리콘 기반 음극재가 배터리 용량을 5배, 에너지 밀도는 최대 50% 키울 수 있단 점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이 기업은 현재까지 투자를 통해 7억 5,620만 달러(약 1조 427억원) 이상을 모았습니다.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을 넘어 ‘유니콘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14 역시 한국과 연이 있습니다. 2020년 SK머터리얼즈가 그룹14에 1,300만 달러(약 179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듬해 양사는 합작사인 ‘SK머터리얼즈 그룹14(SKMG14)’도 설립했습니다.
8,5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상주에 연간 2,000만 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원재료 생산을 위한 공장도 건설했습니다. SKMG14가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는 국내외 배터리 및 완성차업체들과 제품 인증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어센드엘리먼츠|폐배터리 재활용 전문…SK에코플랜트와 합작법인 설립
어센드엘리츠는 2015년 설립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입니다.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개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했을뿐더러, 불순물만 따로 제거한 후 공침을 통해 양극재용 전구체까지 바로 생산하는 기술도 보유했습니다. 기존 공정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49% 줄일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이같은 기술 덕에 17억 달러(약 2조 3,44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연간 75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북미 최초 양극재용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미 켄터키주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 사측은 지난해 9월 SK에코플랜트와 협력해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합작법인은 SK에코플랜트 64%, 어센드엘리먼츠 25% 등의 지분으로 구성됩니다. 약 880억 원을 투자해 켄터키주에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어센드엘리먼츠 역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을 넘는 것으로 평가돼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 모놀리스머티리얼즈|세계 최초 청록수소 상업화 성공
2012년 설립된 모놀리스머터리얼즈(이하 모놀리스)는 ‘청록수소(Turquoise Hydrogen)’ 상업화에 성공한 에너지 기업입니다.
청록수소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열분해하여 고체 상태의 탄소와 함께 생산되는 수소를 뜻합니다. 포집된 고체 상태의 탄소는 타이어나 코크스 등에 활용됩니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수전해하여 생성된 ‘그린수소’와 다릅니다.
청록수소 역시 친환경 수소로 분류되고 있으나, 생산에서의 경제성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모놀리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과제를 극복한 곳으로 꼽힙니다. 청정수소 생산에 핵심 기술인 열분해 기술력을 보유한 덕분입니다.
또 2021년 미 에너지부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대출 승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수소 분야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금액입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모놀리스의 첨단 청록수소 생산 기술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 창출 모두에 파급력이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놀리스 역시 한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2022년 7월 SK E&S가 모놀리스에 2,500만 달러(약 34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 안토라에너지|MIT 스핀오프 기업, 열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안토라에너지는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분사(스핀오프)해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이른바 ‘탄소 블록(Carbon Blocks)’에 과잉 생산된 전력을 열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일명 열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한 것입니다.
해당 장치가 철강·시멘트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안토라에너지는 지난해 연간 2㎿(메가와트) 규모의 TPV(열광발전) 전지 생산도 시작했습니다. TPV 전지가 있으면 열배터리에 열을 저장했다가, 해당 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펀드(BEV)가 안토라에너지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미 국립과학재단과 에너지부로부터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또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GS퓨처스 역시 올해 2월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단,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