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를 둘러싸고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혼란에 휩싸인 모양새입니다.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탄소감축 실적에 ‘탄소상쇄’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SBTi 직원들이 대거 반발하며 협의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해임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감축실적 내 탄소상쇄 활용 여부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시선을 엇갈린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스코프3 등 기업들의 감축을 위해선 탄소상쇄가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탄소상쇄가 기업들의 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까닭에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로 이어질 수 있단 주장도 나옵니다.
이 가운데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는 탄소상쇄 없이는 산업계의 탄소중립이 어렵단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발간했습니다. 일명 ‘탄소크레딧의 높은 무결성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입니다.
1999년 창립된 IETA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주요 기관과 협력하는 협회입니다. 세계 탄소시장에서 배출권 거래와 관련해 컨설팅, 정책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IETA “탄소크레딧, 기업 기후전략에 통홥돼 적극 활용돼야” 🤔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IETA의 자체 모델링 결과, 기업들이 장단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단 것. 이로 인해 파리협정의 1.5℃ 억제 목표를 초과할 위험이 있단 것입니다.
안드레아 아브라함스 IETA VCM 담당 상무이사는 “(IETA의 자체 모델링 결과) 세계 최대 기업의 81%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추가로 대기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더 많은 탄소크레딧이 필요하단 것입니다. 탄소상쇄와 탄소제거 크레딧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단 것이 IETA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탄소상쇄 크레딧은 재조림이나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제거 또는 감축량을 말 그대로 ‘상쇄’해 나온 것을 말합니다. 반면, 탄소제거 크레딧은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DAC(직접공기포집) 등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제거하여 격리·저장해 나온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은 기업들이 탈탄소화 전략에 탄소크레딧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단 것입니다. 아브라함스 상무이사는 “기업들이 금융을 통해 탄소크레딧을 (자사의) 기후전략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부 감축활동 병행·크레딧 구매량 모두 공개 등 전제조건 분명히 해 ⚖️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기업들은 탄소크레딧의 사용 사례를 제대로 정의내려야 합니다.
IETA는 가이드라인에서 탄소크레딧의 사용이 야심찬 장단기 목표에 따라 활용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내부 감축활동과 병행돼야 한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탄소크레딧이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보완재 성격이란 것을 언급한 것입니다.
또 기업의 탄소크레딧 사용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IETA는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탄소크레딧으로 판매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친환경 주장을 펼칠 때,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 제언도 담겼습니다. 즉, 그린워싱을 주의하란 뜻입니다.
“스코프3 배출량 상쇄 위해선 탄소상쇄 도입 필요” ☁️
가이드라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IETA는 탄소상쇄가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당장 획기적인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산업군이 탄소상쇄 크레딧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입장입니다.
실제로 IETA는 성명을 통해 SBTi 이사회를 지지했습니다. 지난 10일 IETA는 성명을 통해 “스코프3 배출량 상쇄를 위해 탄소크레딧 도입을 검토한 SBTi 이사회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이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로를 제공하고,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기후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탄소상쇄를 둘러싼 전반적인 논란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재확인됐습니다.
영국 탄소크레딧 투자펀드인 카본그로우스파트너스(CGP)는 보고서에서 “IETA의 새 지침에서는 (파리협정) 목표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선 (배출량) 일부를 상쇄하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시장에는 이같은 명확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U 집행위, 배출권거래제에 상쇄 크레딧 도입 재검토…2026년 발의 예정 🗳️
가이드라인은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제6차 유럽기후정상회담(ECS 2024)에 맞춰 발표됐습니다. 이는 IETA가 주관하는 연례 콘퍼런스입니다.
한편,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탄소시장담당국 부국장은 역내 탄소상쇄 크레딧 시장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U 배출권거래제(EU-ETS)에서 탄소상쇄 크레딧은 2020년에 퇴출당했습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콘퍼런스에 참석한 루벤 베르미렌 EU 집행위 탄소시장 부국장은 “최근 EU 역내 탄소상쇄 크레딧 시장 도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베르미렌 부국장은 이어 “현행 EU-ETS에 탄소상쇄 크레딧 시장을 도입할지 또는 별개의 새로운 시장을 열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탄소상쇄 크레딧을 제도권으로 다시 편집함으로써, 탈탄소화가 어려운 업종을 돕겠단 구상입니다.
이는 최근 스코프3를 포함한 ‘기후공시’로 부담을 느끼는 업계의 부담을 일부 완화하겠단 목표도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는 민간 주도의 VCM을 되려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 등 규제당국이 참여할 경우 기업들의 참여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단 지적입니다.
EU 집행위는 관련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단 방침입니다. 탄소상쇄 크레딧 시장 도입이 적절할 경우 이르면 2026년까지 법안을 발의할 계획입니다.
물론 베르미렌 부국장 역시 “탄소상쇄는 기업 내 온실가스 감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