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습니다.
8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나토가 10억 유로(약 1조 4,600억원)를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위한 국방혁신 가속 프로젝트(DIANA·이하 다이애나 프로젝트)’에 선정된 44개 스타트업 중 다수가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에너지 그리드 ▲해양 탐사 스타트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나토가 군사 목적 이외의 기술 기업을 후원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나토가 “기후변화가 안보를 위협함으로써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토가 주목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일까요?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기후위기 시대, 해안지대 군사적·경제적 중요성 증가 📈
기후위기로 인해 나토가 주목하게 된 분야는 에너지 탄력성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해저 감지·감시 분야 또한 기후변화로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로 영구 동토층 손실과 빙하 손실, 그로 인한 항로 개방은 안보 환경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안 지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중요합니다.
먼저 해안 지역은 주요 국경 지대인 동시에 항만 등 중요한 인프라(기반시설)가 위치해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는 주요 항로의 취약성을 높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어업·양식업 등 식량 생산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 생산의 중심지입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 총량의 60%가량이 해안 경제권에서 창출됩니다.
해당 분야에 선정된 15개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포함된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이들 다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해양폐기물 수거 등 다수의 기후테크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기술·이력을 보유한 기업 4곳을 꼽았습니다.
나토, 군사 안보 돕는 해양 탐사 기술 “해상풍력·생태계 복원 도와” 🌊
🇺🇸 HG파트너스|수중 레이다로 군사안보·해상풍력 도와
나토의 기술 지원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HG파트너스는 2015년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됐습니다. 해양에서 철과 비철 금속을 감지 및 매핑하는 기술인 ‘시다(SEADAR)’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어 그대로 ‘바다(Sea)’의 수중 ‘레이다(Radar)’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 기술은 불발탄 감지를 포함해 ▲항구 조기 경보 탐지 시스템 ▲선박 보호 시스템 ▲잠수함 방지 시스템 등 국가안보에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 해상풍력설비 설치를 위한 현장 조사, 해저 케이블 설치를 위한 모니터링, 심해채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도트오션NV·🇳🇱로브스터 로보틱스|자율수중로봇, 생태계 복원까지
같은 이유로 자율수중로봇(AUV) 기업도 다이애나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벨기에 스타트업 도트오션NV와 네덜란드 스타트업 로브스터 로보틱스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자율수중로봇 기업은 해상풍력 수요 급증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율수중로봇은 해양 탐사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선박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먼 해안과 악천후에서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기술 활용에 따라 생태계 복원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예컨데 로브스터 로보틱스는 2023년 북해 최대 규모의 야생 굴 암초 지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품질의 데이터 수집으로 자연 서식지와 생물다양성 정량화가 가능하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해양 탐사 스타트업, 쓰레기 탐지·유령어구 회수까지 🗑️
🇳🇴 스카브 테크놀로지|해양 쓰레기 탐지 AI 시스템
노르웨이 스타트업 스카브 테크놀로지(이하 스카브)는 해양쓰레기 탐지를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자율수중로봇에 카메라와 초분광 영상(UHI) 기술을 더해 ‘해양 잔해 탐지 시스템(MDDS)’을 개발했습니다.
초분광 영상 기술은 근적외선과 적외선 등 눈에 모이지 않는 파장을 촬영하는 기술입니다. 덕분에 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물체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만 8,000개의 이미지 학습을 마친 AI 기술을 더했습니다. 유리병과 플라스틱, 닻, 타이어 등 해양폐기물을 분류하고 지도화(매핑)하는 방식입니다.
올라프 포섬 스카브 설립자는 “물체가 해저에 묻혀있기 때문에 식별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이같은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마린싱킹|선박 유령어구 회수
한편, 캐나다 수산해양부와 유령어구(고스트기어) 회수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도 포함됐습니다.
캐나다의 수상함(USV) 스타트업 마린싱킹입니다. 어구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이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마린싱킹은 다이애나 프로젝트에서 상업 및 국방 관련 문제 해결에 자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로브스터 어선을 시작으로 프로젝트를 확대 중입니다.
이밖에도 여러 해양 탐지 스타트업과 자율운행 에너지 절약, 파력발전 스타트업이 포함됐습니다.
군사→민간 기술로 온 GPS·인터넷 “기후테크도 가능할까?” 🤔
나토의 이번 지원은 기후테크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기술이 민간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준 사례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성항법장치(GPS)입니다.
GPS는 당초 미국 국방에서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됐습니다. 이후 항공기·선박·자동차 등 산업용 내비게이션으로 활용되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터넷과 전자레인지 또한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시작된 기술입니다.
허나, 일각에서는 나토의 지원이 기후변화로 인한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리처드 밀번 킹스칼리지런던대 국제안보학 교수 겸 다이애나 연구원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나토가 피력한 바에 부합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나토 전폭적 지원 “민간 기후테크 자금 조달엔 방해될 수도” 💸
또 군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향후 민간 자본 조달을 방해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벨기에의 유명 투자자 프레데릭 드 뫼비우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이애나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매우 흥미롭다면서도 투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4억 5,000만 유로(약 6,600억원) 규모의 유럽 기후테크 펀드 플래닛퍼스트파트너스의 회장입니다.
뫼비우스 회장은 투자자 상당수가 술과 도박, 총기 자금 조달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플래닛퍼스트파트너스처럼 다수의 지속가능성·기후테크 펀드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기조에 따라 유사한 제한 사항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이애나 프로젝트 측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군대와 협력할 것을 강제하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과 정부 모두를 대상으로 한단 설명입니다.
또 향후 프로그램 분야를 스마트그리드와 핵융합,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이애나 프로젝트 모아보기]
① 세계 최대 군사동맹 나토,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10억 유로 투자 나선 까닭?
② 나토 국방혁신 가속 프로젝트, 해양 탐사 기술로 군사안보·해상풍력 모두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