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발연감에 의하면, 2021년 전 세계에서 약 220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됩니다. 이중 95%가 매립지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성장이 빠른 아동은 성인보다 신발을 버리는 횟수가 높습니다. 아동 신발은 평균 4개월이면 버려집니다. 그렇다고 매번 중고 신발을 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함께 자라는 신발이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해외에서 화제를 모은 신발 디자인이 있습니다.
신발 크기가 최대 5단계까지 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탈리아 제품 디자이너 미켈레 디 카를로가 선보인 ‘포스텝(4Steps)’의 이야기입니다.
포스텝은 카를로 디자이너가 실험 논문의 일환으로 제시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4단계에 거쳐 신발을 분해하고 확장해 재조립할 수 있습니다.
총 5가지의 크기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신발의 폭, 길이, 높이 모두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발의 각 부품은 쉽게 분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접착제 대신 탄력이 있는 끈으로 고정했기 때문입니다. 신발의 갑피와 밑창에도 유연한 소재가 사용돼 늘어납니다.
덕분에 하나의 운동화로 6세에서 14세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카를로 디자이너는 설명합니다.
또 3D프린터를 사용해 신발의 색상과 소재 나아가 스타일도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그물 소재, 겨울에는 단열재를 덧대 계절에 맞게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카를로 디자이너가 해당 개념을 처음 공개한 건 2017년입니다. 이탈리아 카메리노대학교 산업환경디자인 재학 시절 학사 논문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는 당시 전 세계에서 많은 양의 신발이 버려진단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를 해결할 수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포스텝을 제시했습니다.
성장기 아동의 발은 1년에 10㎜가량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신발 크기를 5㎜ 간격으로 출시합니다. 쉽게 말해 4~5개월이면 새 신발을 사야 한단 것.
버려지는 신발 대부분은 분해와 재활용이 어려워 매립·소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3억 4,000만 톤에 달한단 것이 카를로 디자이너의 설명입니다.
단, 포스텝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현재 카를로 디자이너는 분야를 전환해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MI)’ 개발 디자이너로 근무 중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매체 디자인붐에 소개되며 다시금 화제에 올랐습니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라는 운동화’를 현실로 만든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설립된 인도의 아동용 신발 스타트업 아레토입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갑피인 ‘인피니트(Infiknit)’는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3D 구조 직물로 360도 방향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입니다. 또 적층 제조 방식을 사용해 자투리 원단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밑창 ‘슈퍼그루브(Super Grooves)’는 발 크기에 맞춰 확장됩니다. 밑창에 파여진 홈이 착용자의 발 크기에 따라 벌어지는 방식입니다.
앞서 소개한 카를로 디자이너의 사례와 달리 아레토의 자라는 운동화는 별도의 분해-조립 모두 필요가 없습니다.
착용자의 발 크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덕분에 항상 딱 맞는 크기의 신발을 신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레토는 현재 1세~11세 아동을 대상으로 총 6가지 크기의 신발을 제공합니다. 신발 1개로 2~3년을 신을 수 있습니다. 아레토의 신발 가격은 1,699루피(약 2만 7,500원)부터 시작합니다.
지난 1월 아레토는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 인디아’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ABC 방송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의 인도판입니다.
한편, 아레토보다 10년 앞서 ‘자라는 신발’을 선보인 비영리단체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아닌 아동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단 점이 특징입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비코즈인터내셔널(이하 비코즈)이 발명한 ‘자라는 신발(The Shoe That Grows)’입니다.
시작은 6개월간의 보육원 자원봉사였습니다. 비코즈 설립자인 켄튼 리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2007년 아프리카 케냐로 떠났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 다니며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데요. 이에 성장기의 아이들이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후 6년간의 연구 끝에 2012년 프로토타입(시제품)이 개발됐습니다. 단추나 찍찍이를 사용해 5단계로 크기를 확장할 수 있는 샌들 형태입니다.
비코즈는 직접 신발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기부금을 모아 저개발국가에 기부 형태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100개국에 40만 켤레 이상 전달했다고 비코즈 측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