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는 좋은 기후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기후기술이 제대로 적용되고 확산다면 (동남아) 농부들의 삶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큰 기회가 된다.”
앤톤 위보우 트렌드라인즈 싱가포르 농식품혁신센터 대표는 지난 3일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공동 개최한 월간클라이밋 행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월간클라이밋은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매달 기후문제와 관련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관련 산업 동향과 유망 스타트업 사례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기후변화와 농식품-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이란 주제로 열렸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연사들은 한국 농식품 스타트업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남아 11개국, 전체 배출량 약 50% 농식품 산업에서 나와” 🥥
트렌드라인즈는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농식품 전문 벤처캐피털(VC)입니다. 농식품혁신센터는 트렌드라인즈의 자회사 중 하나입니다.
위보우 대표는 동남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서문을 열었습니다. 동남아 국가 모두 기후대응에 매년 지출을 늘리고 있으나, 관련 기술이 아직 확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어 위보우 대표는 동남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농식품 분야 혁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농식품 산업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내 식품 시스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국내 식품 시스템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1억 1,21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한국보다 농업 의존도가 큰 동남아는 배출량이 더 많습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발간한 ‘제6차 환경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아세안 11개 회원국이 LULUCF(토지이용·토지전용·산림분야)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9억 6,500만 톤입니다.
위보우 대표는 “동남아의 경우 전체 배출량의 약 50%가 농식품 산업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삼림벌채, 합성비료 사용, 계단식 쌀농사 등에서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가 배출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예컨대 아시아의 주식인 쌀은 곡물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습니다. 벼농사는 생육기간 내내 물에 잠겨 있는데, 이때 메탄생성균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벼농사에서 나온 배출량이 전체 메탄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Co2eq: 이산화탄소환산량
韓 스타트업, 동남아 진출 유망한 농식품 영역 3가지는? 🤔
즉, 농업이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남아 입장에서는 농식품 분야의 혁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위보우 대표는 동남아에서 유망한 3가지 농식품 영역도 소개했습니다. ①업스트림 ②생명공학 ③대체식품 순입니다.
농식품 산업에서 업스트림은 농식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이전단계인 생산과 관련된 부문을 말합니다.
그는 “태국·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모든 정부가 (업스트림 향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다”며 “로드맵에 맞춰 현지 농부들이 실제로 스마트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생명공학 분야도 유망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영향을 최소화한 작물이나 종자 등을 개발할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위보우 대표는 그중에서도 화학비료를 대체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주로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는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다음으로 주요 온실가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동남아 정부와 현지 투자자들은 생명공학 기술로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체단백질 등 대체식품 역시 기존 농식품 시스템의 부하를 줄이고자 관심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딥테크 갖춘 기후테크? ‘접근성’ 갖춘 기후테크가 동남아에 적합” 🌐
그렇다면 동남아에 진출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위보우 대표는 ‘접근성’과 ‘수익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동남아에는 소규모 자작농들이 많다”며 “이들이 실제로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농사를 망치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작농들에게 지구환경의 중요성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보단,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농부들이 다른 마을에서도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을 굉장히 단순하게 만들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싱가포르 정부기관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의 펄린 고 시니어파트너 또한 접근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소규모 자작농 입장에서는) 딥테크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가축 질병 예방 등 기초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기술을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스마트농업 등 기술을 막론하고 소작농들이 금융에 잘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농식품기술 투자 2023년 160억 달러…“지속가능성 관점서 지켜 봐야” 💰
한편, 세계 애그리푸드테크(농식품기술) 분야 투자는 2021년 560억 달러(약 76조원)로 최고치를 찍은 후 매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에 의하면, 지난해 애그리푸드테크 분야 투자는 160억 달러(약 21조원)에 그쳤습니다. 투자가 줄어든 이유에 위보우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애그리푸드테크에는 관련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유통 산업도 포함됩니다. 두 산업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투자 역시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위보우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애그리푸드테크 분야 내 투자가 완전히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며 농식품 분야에 계속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