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개국.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된 당사국을 모두 합친 수입니다. 국가별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시기도 다를뿐더러, 입법 과정과 기후대응 정책도 제각기 다릅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정책 현황과 문서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영국 비영리 기후테크 스타트업 ‘클라이밋 폴리시 레이더(CPR·Climate Policy Radar)’는 전 세계 기후정책과 입법 현황을 추적하는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29일 그리니엄이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 자료를 확인한 결과, CPR은 최근 시드 투자에서 680만 달러(약 90억원)를 확보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기금(EDF), 세콰이어기후재단 등 주요 기관 7개가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구글 또한 이번에 CPR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8개국 기후정책·법률, 핵심만 생성AI가 요약해 제공” 📊
2021년 설립된 CPR은 복잡하게 산재된 기후정보를 한곳에 모은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플랫폼명은 사명과 동일합니다.
주목할 점은 AI와 데이터 활용 기술이 전면에 사용됐단 것입니다. 예컨대 정부 홈페이지에 기후 정책 관련 PDF 문서나 텍스트가 올라오면 이를 AI가 추출해 플랫폼에 공유하는 식입니다.
해당 문서 속 핵심 내용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요약해 보여줍니다. 사측은 이를 “기후를 위한 챗GPT”라고 소개했습니다.
사용자들의 정책 연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수집된 정보는 AI를 통해 분류됩니다. 각기 다른 언어는 현재 AI에 의해 영어로 자동 번역돼 등재됩니다.
추후 CPR은 수집한 정보를 영어를 포함한 유엔 6개 공식 언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아랍어) 모두로 번역한단 계획입니다.
CPR에 따르면, 플랫폼에 등록된 문서만 6,000개 이상. 양으로는 50만여장 이상입니다.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법과 정책뿐만 아니라, UNFCCC 사무국에 제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측은 100여개국 이상에서 35만여명 이상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CPR, 기후데이터 격차 확대…“데이터 민주주의·오픈소스로 해결“ 🌐
CPR 플랫폼 이용은 ‘무료’입니다. 이는 CPR의 핵심가치 때문입니다. CPR은 기후대응에서 ‘데이터 민주주의’를 내세웁니다. 데이터 민주주의는 누구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재사용 그리고 재배포할 수 있어야 한단 개념입니다. 핵심은 데이터 개방과 개인정보 보호입니다.
CPR이 데이터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이유는 기후데이터 수집 및 활용 전반에서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수집과 정제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비용도 많이 듭니다.
이로 인해 기후데이터를 절실하게 원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기후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집된 정보가 무료로 재사용·재배포될 수 있어야 한다고 CPR은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CPR은 플랫폼 개발에 사용된 API(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수정사항 또한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 특징입니다.
또 수집된 모든 정보는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와 공유됩니다.
CPR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나흐마니 박사는 “정책 문서는 대개 평균 약 80장으로 구성돼 있다”며 “형식과 언어 그리고 그래프나 사진 등도 다양하다”고 설명합니다.
사용자가 필요한 정책을 적시에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나흐마니 CEO는 강조했습니다.

CPR 플랫폼서 ‘대한민국’ 검색 시 나온 정보는? 🤔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CPR 플랫폼에 ‘대한민국(South Korea)’을 입력했을 때 나온 문서는 총 47건.
2021년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로드맵’ 등 주요 정책과 법안 모두 문서 원본과 요약본이 등재돼 있었습니다.
또 정책 입법부터 발효 시기까지 타임라인으로 설명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한국 입법 과정을 소개하는 정보는 갱신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에는 “마지막 대통령 선거는 2012년 12월이었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17년에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소개됐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3월에 20대 대선을 치렀습니다.
이는 AI 및 플랫폼을 공동개발한 그랜섬연구소가 2015년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UNFCCC 공동 GST 플랫폼 개발”…90억원 시드 투자로 플랫폼 확대 📝
CPR이 개발한 플랫폼은 세계은행과 UNFCCC 사무국 또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UNFCCC 사무국과 협업해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문서를 공유 요약하는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198개 당사국이 제출한 NDC 문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간한 보고서 등 주요 문서가 등재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 문서 또한 AI가 핵심 내용을 자동 번역해 요약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 개발에는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지구 기금(BEF)’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CPR은 최근 시드 투자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더 확장한단 계획입니다. 전 세계 기후데이터를 한곳으로 모아, 수집-구성-분석에 이르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단 것.
국가 법령이나 정책 외에도 중앙은행과 기관들이 내놓은 주요 간행물과 보고서까지 정보를 수집한단 계획입니다. 각국의 기후소송 사례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나흐마니 CEO는 AI 활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환경문제 또한 인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후대응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나흐마니 CEO는 “기후대응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이를 감시하고 기록할 ‘블랙박스’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현 AI 사용을 감시하고 관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