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후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붕괴할 수 있단 연구 결과가 또 나왔습니다. 대서양을 따라 흐르는 심층 순환류인 AMOC은 일종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고 빙산이 녹으면서 해양에 담수 유입이 늘고 있단 것입니다. 해류 온도와 염도 균형이 바뀌며 해류의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AMOC이 멈출 수 있단 경고가 나옵니다.
AMOC이 멈출 시 남반구 국가들은 온난화가 심해질뿐더러, 해수면이 1m나 상승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지구 시스템 유지하는 심층 순환류 ‘AMOC’ 기후변화로 붕괴 가능성 ↑” 🌊
AMOC은 대서양 일대 여러 해류를 묶어 부르는 심층 순환류입니다. 열대지방의 난류를 차가운 북대서양으로 가져가고, 이후 물이 식고 염분이 높아지면 다시 남쪽으로 가져오는 시스템입니다. 바닷속 열과 영양분을 지구 곳곳으로 운반할뿐더러, 해수면 높이에도 영향을 줍니다.
지구 전체 해류 중에서 가장 크고 빠른 순환인 만큼, 한 번 변화가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해류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또한 AMOC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인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담수 유입에 따라 AMOC의 흐름이 늦어지고 있단 우려가 담겼습니다. 단, IPCC는 AMOC이 21세기 안에 붕괴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이 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작년 7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AMOC이 이르면 2025년에 멈출 수 있단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연구 결과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과학계에서 큰 공감을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위트레흐트대 연구팀이 이번에 발표한 연구는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기후모델을 적용해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구팀은 기후모델에서 담수의 양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AMOC이 어떻게 변하는지 슈퍼컴퓨터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AMOC이 점차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붕괴했습니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붕괴 시점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논문저자인 르네 반 웨스텐 연구원은 이 자체만으로도 “기후시스템과 인류에게 암울한 소식”이라며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임계점)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심층 순환류 AMOC 중단 시 해수면 1m 상승…韓 등 동아시아 피해는 ? 🤔
AMOC의 흐름이 멈췄던 것은 1만 2,800년 전입니다. 당시 지구 전체 기온이 10년 만에 10~15℃ 가량 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AMOC 흐름이 실제로 완전히 멈출 시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미국 동부와 유럽일 것으로 보입니다. 북대서양으로 흘러야 했던 난류가 흐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웨스텐 연구원은 “AMOC 붕괴 시 북대서양 인접국은 해수면이 최대 1m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존 해수면 상승과는 별개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허리케인 같은 기상이변도 더 강해질 것으로 그는 예측했습니다.
난류, 즉 따듯한 바다로 인해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이를 흡수한 허리케인 같은 기상이변이 더 강력해진단 말입니다.
반면, 더는 난류가 도달하지 못한 유럽의 경우 일부 지역의 기온이 최대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국 런던의 평균기온은 영하 1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위도가 더 높은 노르웨이 베르겐은 영하 15℃까지 기온이 급락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유럽 내 농업이 완전히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극 해빙이 영국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펜하겐대 기후물리학 교수 피터 디틀레브레센은 “AMOC 순환 붕괴 시 유럽 내 농업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시나리오가 도출됐다”며 “적응이 더는 불가능하단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웨스텐 연구원은 “현재의 기후적응 조치로는 이같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아프리카와 호주 등 남반구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또한 폭염과 가뭄이 일상화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지구 남반구 대형 심층 순환류 흐름도 서서히 멈추는 중” 🧪
한편, 남반구에 있는 대형 심층 순환류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흐름이 늦춰지고 있단 연구도 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연구팀은 작년 3월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남극 근처에 있는 차가운 바닷물, 즉 한류에는 염분과 산소 등이 풍부합니다. 이 바닷물은 북쪽으로 퍼져나가며 인도양과 대성양 등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지구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심층 해수 순환을 ‘남극 역전 순환류(SAOC)’라고 부릅니다.
연구팀은 현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될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SAOC는 2050년까지 42%가량 흐름이 느려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또 해수 순환이 둔화하면 남극 해빙의 소실 속도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심해 영양분 감소로 해양생태계를 지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해양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진단 것이 연구진의 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