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을 위해 지구와 태양 사이에 햇빛을 가리는 거대한 차양막을 설치한다면 어떨까요? SF(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인 듯싶으나 세계 각지에서 관련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궤도에 차양막을 설치하면 지구로 향하는 태양빛의 약 1~2%를 차단할 수 있단 것이 과학계의 설명입니다. 이는 지구로 오는 태양빛의 약 6일분에 해당합니다.
이스라엘 공과대학(테크니온공대) 연구진은 아이디어에만 머물던 우주 차양막의 시제품 제작에 나섰다고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일명 ‘쿨 어스(Cool Earth)’란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테크니온공대에 자리한 애셔(ASHER) 우주연구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 균형을 유지하는 제1라그랑주점(L1)에 차양막을 설치한단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무게만 250톤, 남미 아르헨티나 면적(279만㎢)과 비슷한 구조물로 지구로 오는 태양빛의 일부를 막아 그림자를 지게 만든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이 또한 기후대응을 위해 기후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지구공학 기술 중 하나입니다. 우주 차양막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방식입니다.
“아르헨티나 면적 크기 우주 차양막”…자금 확보 후 3년 안에 시제품 발사 ☀️
그러나 현 기술로는 250톤에 이르는 중량 구조물을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없습니다. 차양막을 설치하기 위해 목표 지점인 L1까지 약 150만㎞를 날아가야 합니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의 약 4배에 해당합니다.
차양막이 설치되더라도 일식 현상 때처럼 태양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연구진은 그 대신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지구에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단 계획입니다.
희미한 그림자라도 지구 평균기온 하락에 도움이 될뿐더러, 화석연료 절감 등의 노력과 병행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연구팀은 주장합니다.
일단 연구진은 작은 크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실제 그림자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계획입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요람 로젠 ASHER 우주연구소 소장은 약 9㎡ 면적의 시제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시제품 제작에 약 1,000만~2,000만 달러(약 132억~264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로젠 소장은 예측했습니다.
연구진은 자금 확보 후 3년 이내 시제품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ASHER 우주연구소에 따르면, 테크니온공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국립우주센터 등과 협력해 시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실제 아르헨티나 면적 크기의 차양막 건설에는 수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세계 각국이 투입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며 “차양막 건설도 충분히 실현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로젠 소장은 “전체 크기의 차양막 설치에는 수조 달러가 들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설치만 된다면 지구 평균기온을 2년 이내 1.5℃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81년 처음 나온 ‘우주 차양막’…MIT·NASA 등 세계 각지서 연구 중 🚀
우주 차양막을 쏘아 올리는 계획은 테크니온공대가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 11월 우주 차양막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플래닛터리 선쉐이드 재단(PSF)’이란 곳이 출범했고 현재까지도 관련 홍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브라질 면적과 맞먹는 차양막을 띄운단 프로젝트를 내놓았습니다. ‘스페이스 버블(Space Bubble)’로 명명된 프로젝트입니다.
우주와 비슷한 환경인 0.0028기압과 영하 50℃ 환경에서 실리콘 재료로 차양막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작년 2월 미국 유타대 연구진은 달의 먼지를 이용해 햇빛을 줄이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달 표면에 기지를 구축한 후 L1을 향해 달 먼지를 쏘아올린단 내용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소행성을 폭파시켜 나온 먼지로 차양막을 만드는 방법이 연구된 바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또한 우주 차양막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적 있습니다.
미 애리조나대 천문학자였던 고(故) 로저 에인절 박사는 NASA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L1에 우주 차양막을 설치할 시 나타날 결과를 연구했습니다. 10만㎞ 면적의 작은 유리판 16조 개를 L1에 설치해 그림자를 만든단 계획이었습니다.
2006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에인절 박사 연구에 따르면, 실제 차양막이 설치될 경우 전체 햇빛의 2%가량을 차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기후대응에 도움이 된단 것.
그러나 에인절 박사는 당시 연구 결과에서 “우주 차양막은 급격하고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단 것에 불과하다”며 “화석연료 사용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차양막에 들어갈 비용으로 기술혁신이나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용되면 더 좋고 영구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주 차양막이란 아이디어 자체는 1989년에 처음 나왔으나, 이후 나온 모든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란 벽에 직면했습니다.
“지구 태양빛 2% 감소 시 강우량 6% 줄어”…다각도서 부작용 검토 필요 🤔
우주 차양막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단 지적도 나옵니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의 2%가 줄어들면 강우량이 지금보다 6% 줄어들어 지구 전체 물순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식물 생장에 끼치는 영향 등 지구 생태계내 다른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단 의견이 나옵니다.
더욱이 L1에 실제로 차양막을 배치하더라도 태양풍이나 소행과의 충돌로 손상될 위험이 크단 지적도 나옵니다.
유럽고등계산과학연구센터(CERFACS) 소속 연구원인 수잔 바우어는 NYT에 “우주 차양막 설치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태양풍이나 소행성 충돌로 차양막이 손상될 경우 되려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우주 차양막에 의존해선 안 된단 것이 바우어 연구원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