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1.5℃를 이미 넘었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류의 현 온실가스 배출 추세라면 2030년 이전에 2℃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파리협정 목표인 1.5℃와 2℃는 인류가 기후대응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집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40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단 것이 이번에 밝혀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하나로 1.5℃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단 과학계의 지적이 나옵니다.
호주 웨스턴호주대(UWA) 해양연구소 소속 맬캠 매켈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습니다.
해수 온도 변화 분석에 ‘해면동물’이 채취된 이유는? 🤔
매컬러 연구팀은 2013년부터 해당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중미 카리브해 동부에서 채취한 고착형 해양동물인 ‘경화 해면(Sclerosponges)’의 골격 표본을 이용해 300년간의 해양혼합층(OML) 온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카리브해 동부는 기온의 자연 변동성이 적은 곳입니다. 엘니뇨 현상이나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에 따른 영향이 없습니다.
경화 해면은 1년에 1㎜ 미만으로 매우 느리게 자라며 수백년간 살 수 있습니다. 또 해양 온도 변화에 따라 탄산칼슘 골격의 화학적 구성이 변화합니다.
연구팀은 수심 33~91m 해양 혼합층에서 경화 해면 표본을 얻었습니다. 해양 혼합층은 대기와 바닷물 사이에서 열이 교환되는 영역입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해양 온도 데이터가 부족하단 점을 고려하면, 경화 해면의 데이터가 귀중하단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팀은 채취한 경화 해면 표본에서 탄산칼슘과 스트론튬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700년대 해양 온도 데이터를 계산합니다. 이를 통해 1850년도부터 측정되고 있는 해수면 온도 데이터(HadSTT4)*와 비교해 정보값을 보정합니다.
해양 온도 변화가 1790년까지는 거의 일정했단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지구 평균기온이 하락했단 지표도 경화 해면을 통해 다시 확인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는 1860년대 중반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adSTT4 데이터상 온난화 시작보다 약 80년 이르긴 하나, 산업화 이전 시대의 기후 재구성 결과와는 일치한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해면 골격의 탄산칼슘 변화가 1961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온 변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해면 골격에 기온과 수온 변화가 비교적 정확히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adSTT: 전지구 해수면 온도 데이터는 영국 기상청의 해들리센터가 지원한다. 데이터 버전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며, 가장 최신이 4번째인 HadSTT4다. IPCC 또한 이 자료를 활용한다.
“지구 평균기온 2020년에 1.7℃ 돌파”…즉각적 기후대응 필요 🚨
더불어 연구팀은 해당 결과를 현재 해양 및 지표면 온난화와 향후 예측에 적용했습니다. 이 경우 육지 온도는 2020년에 이미 산업화 이전대비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차 범위는 ±0.1℃입니다.
연구팀은 현 추세가 계속될 시 2020년대 말이나 2030년대 초 무렵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2℃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2035년에는 2.5℃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매켈러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행됐단 사실이 밝혀졌다”며 “달리 말하면 인류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광저우 지구과학연구소 원펑덩 박사는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열과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해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 하나만으로 1.5℃ 돌파 판단할 수 없어” 🌍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하나로 1.5℃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단 지적이 잇따릅니다.
같은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기과학과 교수인 마이클 만 박사는 소셜미디어(SNS)에 해당 연구는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 박사는 “해면동물에 기반으로 한 지구 평균기온 연구에 극도로 회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UCL)의 기후과학자인 조에리 로겔즈 박사 또한 매켈러 박사의 연구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카리브해에 서식하던 해면동물 표본만으로 기존 기후 지표들을 뒤집을 수 있단 결론을 낼 수 없단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의 야드빈더 말히 교수는 연구가 게재된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의 헤드라인을 지적했습니다. 말히 교수는 “논문의 결과가 파리협정 달성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되려 이같은 헤드라인이 대중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매켈러 박사팀이 수집한 해면동물 표본 수는 6개, 일부에 불과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이런 해면동물은 수심 깊은 곳에 서식하는 탓에 채취를 위해선 잠수정이나 뛰어난 실력의 잠수부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매켈러 박사의 본격적인 연구는 2017년부터 이뤄졌습니다.
미 메릴랜드대 환경과학센터의 할리 킬본 부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지구 평균기온이 바뀌었다고 말하기 전에 더 많은 기록이 담겼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해면동물 표본을 채취해 비슷한 실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실험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비교가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