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8리버스 캐피탈(이하 8리버스)’이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저탄소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투자 비용만 10억 달러(약 1조 3,400억원)가 넘습니다.
8리버스는 미 텍사스주 포트아서에 저탄소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시설 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일명 ‘가마우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로 명명됐습니다.
사측은 이 시설에 자사가 보유한 블루수소 생산 기술이 8RH2 공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88만 톤 규모의 저탄소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시에 매년 14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할 계획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스티븐 밀워드는 해당 공장이 2025년 본격 착공에 들어가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X프라이즈·SK 투자로 유명세 탄 8리버즈, 어떤 곳인가? 🤔
200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설립된 8리버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의 사업가 빌 브라운과 같은 대학 출신 공학자 마일스 팔머가 공동설립했습니다.
SK그룹 화학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총 4억 달러(약 5,300억원)를 들여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SK그룹은 8리버스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의 청정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경영권 인수에서 알 수 있듯, 8리버스의 핵심은 CCUS 기술력입니다.
8리버스가 에너지 부문에서 CO₂와 관련해 보유한 기술 특허만 400여개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비용 탄소제거 기술 캘사이트(Calcite·방해석*) ▲초임계 CO₂ 발전 기술인 ‘알람-페트베트 사이클(AFC·Allam-Fetvedt Cycle)’ ▲저비용으로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8RH2 공정 등이 핵심 기술로 거론됩니다.
8리버스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8리버스는 저비용 탄소제거 기술인 캘사이트로 2022년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에서 마일스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대회는 탄소제거(CDR)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FC 기술 또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18년 10대 혁신 기술로 꼽힌 바 있습니다.
*방해석: 대표적인 탄산염 광물 중 하나.
비용효율적 블루수소 생산, 용매·에너지 문제가 핵심 ⚡
여러 기술 중에서도 8리버스의 8RH2 공정이 가장 주목받습니다.
이 기술은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대개 블루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CO₂를 포집합니다. CO₂를 포집하는 과정에는 고가의 용매가 사용되고, 이후 다시 용매와 CO₂를 분리하기 위해 가열 처리를 거칩니다.
각 과정에서 고가의 용매와 에너지가 사용되는 만큼 블루수소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블루수소의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핵심 열쇠는 용매와 열에너지에 있습니다.
8리버스는 8RH2 공정이 용매 없이, 비용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비용을 낮출 있다고 주장합니다.
8RH2 공정의 기초가 된 AFC 기술 덕분입니다.
8HR2 기반된 AFC 기술이란? “발전 + CO₂제거 일체화 = 비용 ↓” 💭
AFC 기술은 CO₂를 초임계화 해 발전기 터빈을 구동합니다. 천연가스 등 탄소질 연료와 고순도의 산소를 연소해 이뤄집니다. 연료 연소 시 추가 발생한 CO₂를 별도 포집 설비 없이 분리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술명은 영국의 저명한 화학공학자이자 8리버스 수석개발자인 로드니 알람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초임계란 특정 온도와 기압 조건을 갖출 때 기체와 액체의 특징을 모두 갖는 상태의 유체를 말합니다. 기체처럼 팽창하면서도 액체처럼 흐를 수 있어 터빈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부산물로는 물과 고압의 CO₂가 배출됩니다. 이때 CO₂는 냉각해 액화 상태로 포집됩니다. 이렇게 포집된 액화CO₂는 터빈을 구동하는 데 재사용되거나 산업 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력 생산과 CO₂ 포집이 일체화된 ‘온실가스 넷제로 발전 사이클(NET Power Cycle)’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탄소배출 99% 제거한 청정수소·암모니아 공정 개발 성공 ⚗️
작년 5월, 8리버스는 AFC 기술 일부를 활용해 저탄소수소 및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술인 8RH2 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천연가스와 고순도 산소를 연소하는 공정에 8리버스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CO2 대류 개질기(CCR)’를 접목한 결과입니다.
CCR 또한 앞서 AFC 기술을 개발한 로드니 알람 수석개발자가 발명했습니다.
8리버스는 8RH2 공정을 통해 99% 이상의 CO₂가 포집된 청정전력과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탄소포집 기술 대다수의 포집률이 90~96%를 목표로 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또 일반적인 증기 메탄 개질 방식의 생산 효율이 65~75%인 반면, 8RH2 공정의 생산 효율은 80% 이상이라고 8리버스는 덧붙였습니다.
美 텍사스주서 첫 공장 건설 착수 “생산된 암모니아, 韓 갈 것” 🇰🇷
한편, 2025년에 본격 착공에 들어갈 가마우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는 8RH2 공정 기술을 사용해 연간 88만 톤 규모의 저탄소 암모니아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밀워드 8리버스 COO는 제조·운송 산업 단지로 오랜 역사가 있는 멕시코만 연안 지역이 이상적인 장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8HR2 공정을 사용하는 상업용 생산시설 건설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NH3)는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인 덕에 생산과 수송 비용이 모두 적게 든단 장점이 있습니다.
수송 후 촉매를 활용해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수소를 추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소 시 그 자체로 연료로 사용될 수 있을 뿐더러, 연소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도 없습니다.
김양택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초저탄소수소와 암모니아의 대규모 실증과 배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8리버스를 지원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밀워드 8리버스 COO는 텍사스주 공장에서 생산된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 공급 원료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에 수백만 톤의 암모니아가 필요할 것”이라며 암모니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11월 열린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2027년까지 혼소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 실증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암모니아 혼소발전과 수소 혼소발전의 비율을 각각 1.1%와 1.2%로 늘릴 계획입니다.
비용효율성·아산화질소 배출 등 저탄소 암모니아도 과제 산적 📝
그러나 저탄소 암모니아에 대해선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합니다.
먼저 저탄소 암모니아 자체가 비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설명했듯 암모니아는 수소를 합성해 만듭니다. 수소는 1차 에너지를 사용해 만들어진 2차 에너지로, 에너지 생산 효율이 낮습니다. 전환 단계를 거칠수록 에너지 손실은 큽니다.
8리버스는 “(AFC 기술이) 기존 기술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라고 강조합니다. 허나, 실제로 현실적으로 수준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의 수소 분석가인 아디티아 바쉬암은 “(암모니아 혼소는) 일본과 한국,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지를 받는다”면서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암모니아를 연소에 사용할 시 아산화질소가 배출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아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CO₂의 310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암모니아 경제’가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동시에 잘못 관리될 시 아산화질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단 연구 결과가 실린 바 있습니다.
**암모니아 자체는 완전연소 시 질소가스와 물만 배출한다. 그러나 암모니아의 발화점이 높아 불완전 연소가 쉽고, 이 경우 N₂O 등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