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한국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총 참가 기업은 4,295곳. 참관객도 1만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박람회는 한국 기업의 참여도가 유독 높았습니다. 지난 13일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의하면, CES 2024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772곳에 달합니다.
이는 개최국인 미국(1,148곳)과 제조업 대국인 중국(1,104)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가한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혁신 기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웠단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삼성|플라스틱 순환경제 강조…“넷제로홈, 테슬라와 협력 발표” ♻️
CES 2024에서는 삼성전자의 투명 TV 스크린과 인공지능(AI) 동반자 로봇 ‘볼리’가 뜨거운 관심사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주제로 한 만큼, 거의 모든 제품에 AI가 접목됐단 점도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CES 2024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 것은 ‘지속가능성 존’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재활용 플라스틱 재사용·재활용 노력과 AI 기반 스마트싱스*를 통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지속가능성 존의 벽면 패널은 삼성전자 순환경제연구소가 개발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지난해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 IFA 전시에서 나온 패널이 재사용됐습니다.
지속가능성 존에서는 폐어망을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로 재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체험공간도 제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新(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순환경제연구소 설립·전 플라스틱 부품 재생레진 적용, 폐배터리 광물 재활용 등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테슬라와의 ‘스마트싱스 에너지 협력’을 공개했습니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과 파워월(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을 삼성 스마트싱스로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전력 상태 모니터링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 정전 대비 등이 가능해진단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입니다.
*스마트싱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 SK그룹은 7개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탄소중립·지속가능성 관련 기술을 한데 모아 테마파크 콘셉의 전시관을 차렸다. 사진은 수소연료전지로 운행되는 기차 어트랙션 트레인 어드벤처의 모습. ©SK그룹
SK|6만 명 방문한 탄소중립 ‘원더랜드’ 개장 🎪
2021년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SK그룹은 이번 CES 2024에서 7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시관인 ‘SK원더랜드’를 선보였습니다.
SK그룹은 올해 자사의 통합전시관에 방문한 누적 관람객이 6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SK그룹사들의 탄소중립 노력을 한데 모아 테마파크와 어트랙션(놀이기구)의 콘셉으로 전달한다는 전략입니다.
‘기후위기가 사라진 넷제로 세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주제로 관람객들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꾸몄다고 SK그룹은 밝혔습니다.
수소연료전지로 운행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트레인 어드벤처,’ 도심항공교통(UAM)을 탑승해 탄소감축 솔루션을 영상으로 관람하는 ‘매직 카페트,’ AI가 사용자의 감정을 읽어 운세를 알려주는 ‘AI 포춘텔러’ 등입니다.
현대·기아|수소 대전환 발표…차세대 전기항공기도 주목 🚁
현대자동차그룹은 CES 2024에서 ‘차량’을 강조하는 대신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주목받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4 개막식 전날(8일)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를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소사회 솔루션 구축을 위해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사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HTWO 그리드’ 솔루션도 발표했습니다. HTWO 그리드 솔루션이란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역량을 종합해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단위 솔루션(Grid)을 결합해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2023년 1만 3,000톤이었던 연간 수소 소비량을 2035년까지 300만 톤으로 늘린다 것이 현대차그룹의 계획입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자회사인 슈퍼널은 신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인 S-A2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CES 2020에서 첫 모델인 S-A1을 공개한 지 4년만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를 개발해 왔습니다.
한편, 기아차는 새로운 모듈형 전기차 라인업을 공개하며 ‘현대차(車)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 전기차 대신 ‘수소’ 집중한 현대차, 일각선 ‘그린워싱’ 지적 나와 🤔
한편, 미 기술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현대차가 CES 2024에서 ‘수소 만세(hydrogen Hail Mary)’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2일 테크크런치는 현대차그룹이 미디어데이 연설에서 절반가량을 수소에 할애한 이유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출시 계획 지연, 수익성 문제, 배터리 공급망 확보 등의 난색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입니다.
테크크런치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공급망 문제로 인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자격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CES 2024서 韓 지속가능성 제품 쏟아져…서울시, ‘한국판 CES’ 개최 발표 🇰🇷
이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품 및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중장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 SMR, 풍력발전 등 무탄소 토털에너지 솔루션 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까지 세계 최초의 400MW(메가와트)급 초대형 수소전소터빈을 개발하겠단 비전을 내놓았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두산밥캣은 AI 기술을 적용한 업계 최초 무인·전기 트랙터 ‘AT450X’를 포함해 여러 전기·무인 중장비를 선보였습니다.
LG전자는 AI 기반 스마트 홈 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과 자원순환을 지원하는 한편, 일회용품 절감을 도울 텀블러 전용 세척기를 선보였습니다.
한편, CES 2024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0월 ‘한국판 CES’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칭 ‘서울 스마트 라이프위크’로, 서울의 혁신기술 기업의 판로 확보와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한단 계획입니다.
[CES 2024 모아보기]
① 역대 최대 규모 CES 기조연설서 반복된 3개 단어 “AI·혁신·지속가능성”
② 가전제품·모빌리티·소재 분야서 ‘지속가능성’ 강조…“그린워싱 주의 우려도”
③ 삼성전자·SK 등 韓 대기업, CES서 탄소감축·지속가능 기술 대거 선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