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도 빅테크 기업의 인력 감축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테크 구인구직 플랫들은 되려 사업 확장을 위한 동력과 투자금을 얻는 상황입니다.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인력 상당수가 기후테크 기업에 재취업하거나,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나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인 로워카본캐피털이 기후일자리 플랫폼 ‘클라이밋드래프트(Climate Draft)’를 인수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로워카본캐피털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인 크리스 사카가 세운 투자사입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로워카본캐피털은 지난 9월 클라이밋드래프를 전격 인수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21년 설립된 클라이밋드래프트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및 투자자들이 연합해 만든 구인구직 공고 플랫폼입니다. 설립 당시 억만장자 투자자인 사카 또한 30만 달러(약 3억 8,700만원)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사카는 작년 10월 액시오스가 주최하 콘퍼런스에서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 분야는 없다”며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614개 기업 4600여개 기후테크 구인구직 올라온 클라이밋드래프트 💼
플랫폼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스트라우스는 클라이밋드래프트 설립 배경에 대해 “기후위기의 영향 증대와 더불어 기후테크 산업으로 자본이 몰리고 있다”며 “그러나 기후테크 스타트업 상당수가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전문가들은 기후테크 기업 설립 및 확장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인재부족과 인력난을 꼽은 바 있습니다.
스트라우스 CEO의 말처럼 클라이밋드래프트는 기후테크 산업 성장세에 맞춰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플랫폼은 엔지니어, 영업직, 디자이너 등 직무 유형별로 필요한 기후교육을 제공합니다.
또 기후테크 및 기후대응 기업들의 구인구직 공고도 올라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28일 기준 전 세계 614개 기후테크 기업에서 4,624개 구인구직 공고가 클라이밋드래프트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량을 개발 중인 한국 기업 1곳도 구인구직 공고를 올렸습니다.
클라이밋드래프트, 2024년 1분기 목표로 구인구직 홈페이지 전면 개편 📅
클라이밋드래프트는 로워카본캐피털로부터 지원받아 세계적인 기후테크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발돋움한단 구상입니다. 스트라우스 CEO에 의하면, 회사 플랫폼을 운영하는 정규직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합니다.
스트라우스 CEO는 로워카본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플랫폼 운영 직원을 늘리고, 기후테크 부트캠프 등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2024년 1분기를 목표로 클라이밋드래프트 플랫폼을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스트라우스 CEO는 “(고객들로부터) 회비를 가능한 낮게 받을 것”이라며 “클라이밋드래프트를 통해 기후테크 산업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테라닷두, 청정에너지 전환 맞춰 ‘호주’ 초점 둔 플랫폼·취업박람회 운영 🇦🇺
한편, 기후테크 구인구직 플랫폼 중 하나인 테라닷두(Terra.do)도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설립된 테라닷두는 기후테크 기업에 맞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테라닷두는 오는 2030년까지 1억 명이 기후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컨대 제품 디자이너가 기후와 순환성을 어떻게 고려할 지에 대해 부트캠프를 통해 기초부터 심화까지 교육하는 식입니다.
또 클라이밋드래프트와 마찬가지로 기후테크 관련 구익구직 사이트와 취업박람회도 운영 중입니다. 지난 한해 25개국의 50만여명이 기후 분야에서 일자리를 탐색하도록 도왔다고 테라닷두는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전 세계 6,000여개 기업에서 4만여개 이상의 기후 관련 구인구직 공고가 올라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재한 기후 관련 구인구직 공고 수도 79개가 확인됐습니다.
물론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 소재 구인구직 공고 수는 각각 89개와 312개에 이릅니다.
태양광 패널·배터리 개발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 등에 국한된 우리나라와 달리, 순환경제·인공위성 개발·탄소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고가 올라왔단 점도 차별점입니다.
테라닷두에 올라온 기후테크 구인구직 공고 상당수는 북미와 유럽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 10월부터 테라닷두는 호주에 초점을 둔 구인구직 플랫폼과 취업박람회를 시작했습니다. 호주 내 4,500개 이상의 기후 관련 구인구직 공고가 출시 당시 플랫폼에 올라왔습니다.
앤슈마 바프나 테라닷두 설립자는 호주에 초점을 둔 이유에 대해 “호주는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핵심광물이 모두 풍부하다”며 “세계 청정에너지 전환에 매우 중요한 국가가 호주인데, 그 전환을 주도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은 테크 기업 해고의 해’…상당수 인력 기후테크 산업으로 넘어와 🤔
다른 기후 관련 구인구직 플랫폼인 워크 온 클라이밋(Work On Climate)이나 클라이밋베이스(Climatebase) 또한 규모 확장을 모색 중인 상황입니다.
이들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2022년 말부터 이어진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있습니다. 클라잇드래프트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감축을 계기로 기후테크 기업 일자리 수요도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 대다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계속 인력을 감축 중입니다.
빅테크 기업 감원 현황을 집계해 공개하는 레이오프에 의하면, 30일 기준 1,133개 기업에서 25만 1,559명의 직원이 해고됐습니다. 작년 1,063개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16만 4,969명보다 많은 것입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인력이 해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올해가 ‘테크 기업 해고의 해’란 평가도 나옵니다.
이 가운데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인력 상당수가 여전히 기후테크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컨데 인공지능(AI)로 산림의 탄소흡수량을 모니터링 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파차마는 메타·구글·에어비앤비 등에서 정리해고된 기업을 대거 고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앤틀러는 지난 한해 창업 지원 프로그램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391%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 빅테크 칼바람 속 기후 관련 플랫폼 신규 회원수 ↑

기술직 아니더라도 기후테크 기업에 일할 수 있나? 🤔
그렇다면 기후테크 기업에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지난 9월 기후전문매체 카나리미디어는 채용담당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기후테크 산업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될 답변을 정리했습니다.
인터뷰에는 앤 다우닝 클라이밋베이스 선임 채용담당자, 제이미 더피 파차마 인사담당자, 제니퍼 애플바움 매사추세츠주 청정에너지센터 인력개발 이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채용담당자들은 기후테크 산업에서 수요가 높은 직군으로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을 꼽았습니다. 현장에서는 설치·수리·전기공사 같은 기술이나 실무경력을 갖춘 인재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술적 배경이 없어도 기후테크 산업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채용담당자는 “기후테크 기업도 기업인만큼 영업직·프로젝트매니저·디자이너·변호사 같은 전통 직군들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테크 기업 상당수가 초창기에 머물러 있는 만큼, 구인구직 공고가 기술직에 머물러 있단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이에 “(구인구직) 검색에서 기술직만 나와도 낙담하지 말라”며 “결과적으로 비기술적인 역할도 향후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채용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클라이밋베이스·테라닷두·워크 온 클라이밋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링크드인을 통해 네트워킹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특정 직무에서 일하기 원한다면 기후 관련 교육이나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이들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