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란 말과 달리 (한국의) 기후테크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적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가 앞장서서 기후테크 메카가 되겠단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기후테크 콘퍼런스 2023’에 참석한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김상협 민간위원장이 밝힌 말입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서울시가 기후테크 산업을 조망하고 관련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개최됐습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탄녹위·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등이 후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1990년대 닷컴버블*을 언급하며, 기후테크 분야의 가능성이 닷컴버블보다 압도적으로 크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테크 산업과 투자의 규모가 경쟁국 대비 작단 점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기술기업이 해외에 나가 투자를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기후테크를 선도하겠다고 나선 데 환영을 표한 것입니다.
*닷컴버블: 2000년 전후로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하면서 주식시장이 급격히 상승했던 시기.
“현 정부 임기 내 녹색기업 상장 10건 ↑ 전망” 👀
김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유니콘 83개로 집계되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 기후테크 유니콘이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수는 조사기관마다 조금 다르나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는 83개, 피치북은 55개로 집계합니다.
지난 6월 탄녹위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을 목표로 민관합동 145조 원을 투자할 것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녹색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탄소배출권 컨설팅 기업 에코아이의 코스닥(KOSDAQ) 상장을 언급하며 현 정부 임기 내에 녹색기업 상장이 10건 이상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기후테크 기업들의 엑싯(투자 후 출구전략), 즉 매각을 돕기 위한 작업도 추진 중이라고 김 위원장은 밝혔습니다. 이는 창업자와 직원 등이 기업가치를 현금화하는 작업입니다. 창업과 재창업(투자)의 선순환의 중요 고리로 여겨집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그간 모빌리티(운송)에 집중됐던 기후테크 창업이 여러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포캐스트넷(Fourcastnet)을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포캐스트넷은 지난 7월 엔비디아가 독일 베를린의 지구가상화엔진(EVE) 서밋에서 공개한 기후예측 인공지능(AI) 모델입니다. 기존 AI가 1년 걸리는 작업을 1시간 만에 해결해 기후모델링을 향상시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밖에도 토양 기반 탄소크레딧, 산불 복구를 위한 이끼 포자 배양 스타트업 등을 언급하며 기후테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비즈 성공 공식 “첫째, 판을 바꾸겠단 야망 가져야” 💪
맥킨지컴퍼니북아시아의 안드레 안도니안 명예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기후테크 가속화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8가지 성공 공식을 제언했습니다.
그는 지구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선 여러 목표가 다중적으로 가속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데 오늘날 태양광 발전이 과거보다 12배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점입니다.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태양광과 함께 향후에는 지열이나 풍력 같은 여러 에너지 전환이 다중적으로 필요한단 것. 재생수소의 경우 300배 이상 증가해야 한단 것이 안도니안 명예회장의 말입니다.
이어 안도니안 명예회장은 녹색기술이 성장하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가장 강조된 것은 ‘판도를 바꿀(Game changing) 야망을 선도할 것’입니다. 그밖에도 ▲고객과 파트너십으로 안정적 시장 형성 ▲더 많은 자본 확보로 자본 집중 ▲비용 절감 ▲인재 유치 등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안도니안 명예회장은 한국의 강점으로 강력한 비즈니스 문화와 생태계 그리고 기술력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글로벌 생태계에서도 한국 네트워크에만 의존하는 점은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와 함께 인디고(Indigo AG), 시보(CIBO), 이나리(Inari) 등 해외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언급하며 이들의 공통점으로 상상력을 꼽았습니다. 모두 첨단기술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애그테크 스타트업니다.
안도니안 명예회장은 “이들 기업은 모두 ‘만약(What if)’으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이나리의 경우 헬스케어 산업의 유전자교정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며 종자 분야에서 돌파구적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한국 기후테크, 불확실성에 투자 매력도 ↓…“맞춤 정책 지원 필요” 📢
패널 토론 발제를 맡은 문상원 삼정KPMG 상무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혁신 기술”이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창출에 (스타트업이) 유리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서두를 뗐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매력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기후테크 산업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실증 지원 등으로 투자매력도를 높이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단 것.
이에 정부가 초기 아이디어 검증인 개념증명(PoC) 실증과 사업성 검증을 위한 파일럿 실증을 구분해 투트랙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문 상무는 제언했습니다.
초기 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PoC는 가급적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파일럿은 대기업과의 연계와 대규모 테스트베드(시험장), 자금 지원 등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인구과밀 서울시 “오히려 기후적응·스타트업 육성 앞장서야” ⛳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기후대응에서 서울시의 역할도 강조됐습니다.
패널토론 발제를 맡은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를 다루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곳이 도시”라고 서두를 열었습니다. 이어 이 소장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이 오히려 기후테크를 효율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단 점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여러 대학과 대기업 본사 등이 서울에 위치해 있다는 특성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이 소장은 “다양한 벤처 스타트업들이 서울시를 대상으로 실증해서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산업군으로 점프하는 공간으로 서울시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테스트베드로서 서울시의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인구, 교육, 주택보다도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벤처캐피털의 90% ▲투자금의 89% ▲시리즈 A 이상 스타트업의 90%가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있다는 것.
그럼에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서울 집중이) 높은 효율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서울에서 만들어진 최적 사례를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상황.
다만, 서울과 달리 자원이 집중되지 않은 타지역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최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앞서 개회사에서 “서울에는 54개 대학과 연구소, 벤처자본이 집중돼 있는 만큼 기후테크 산업과 스타트업 창업에 매우 유리하다”며 서울시가 이러한 이점을 살려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현재 기능별로 나눠져있는 지원센터를 2025년까지 기후테크 종합지원센터로 통합하고 서울 기후테크 콘퍼런스도 정례화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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