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기반, 공학적 탄소제거에 이어 제3의 탄소제거 방식이 등장했단 소식입니다.
일명 ‘카본캐스팅(Carbon casting)’이란 방식을 선보인 기후테크 스타트업 그래파이트(Graphyte)의 이야기입니다.
그래파이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각) 공식적으로 출범한 신규 스타트업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지원 및 인큐베이팅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BEV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이자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기후대응 전문 투자펀드입니다.
그래파이트, “자연 기반+공학적 탄소제거 = 하이브리드 찾아” ✴️
미국 워싱턴주에 설립된 그래파이트. BEV 파트너인 크리스 리베스트가 바클레이 로저스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공동설립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카본캐스팅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크리스 리베스트입니다. 그는 태양광, 합성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스타트업에서 15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그는 기존의 접근 방식 중에서도 특히 공학적 방식이 에너지와 자본집약도가 높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효율성이 입증된 광합성’으로 초점을 다시 돌렸다고 말합니다.
즉,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바이오매스 형태로 탄소를 축적해 제거하는 자연 기반 탄소제거 방식입니다.
물론 자연 기반 탄소제거 또한 약점이 있습니다. 바이오매스로 축적된 탄소는 부패과정을 통해 분해돼 유출되기 쉽단 것입니다.
여기서 리베스트와 로저스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분해만 막을 수 있다면 바이오매스의 영구적인 탄소제거가 가능할 수 있단 것입니다.
톱밥 등 목재·농업 부산물 건조 및 압축한 탄소블록 🧱
연구 끝에 이들은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바이오매스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를 ‘카본캐스팅’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그래파이트는 카본캐스팅이 자연 기반 탄소제거와 DAC(직접공기포집) 등 공학적 탄소제거의 장점을 결합한 혁신이라고 강조합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톱밥이나 왕겨 등 목재·농업 부산물을 모읍니다. 그리고 바이오매스가 분해되는 원인인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 위해 부산물을 건조·압축해 블록(탄소블록) 형태로 만듭니다.
그 뒤 불투수성 플라스틱 소재로 탄소블록을 감싸줍니다. 이후로도 미생물이나 수분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 탄소블록이 분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함입니다.
그래파이트는 불투수성 소재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수분·산소·메탄 등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플라스틱 장벽이라고 리베스트는 설명했습니다.
완성된 탄소블록은 지하 약 10피트(약 3m) 깊이에 저장됩니다. 저장소에는 탄소누출을 감시할 수 있도록 센서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됩니다.
그래파이트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절히 작용할 경우 탄소블록이 1,000년가량 격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너지 집약도↓에 토지효율성↑…“톤당 100달러 ↓ 가능!” 💸
카본캐스팅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소비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비용효율적으로 탄소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파이트는 카본캐스팅 방식이 DAC에 비해 10분의 1의 에너지만을 사용한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톤당 약 100달러(약 13만원)에 이산화탄소를(CO2)를 저장할 수 있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DAC 시설은 탄소포집에 막대한 운영비가 소모돼 탄소포집 톤당 비용이 최대 1,000달러(약 135만원)에 이릅니다.
유사한 탄소제거 방식인 바이오차보다도 에너지소비량이 적습니다. 바이오차는 농업부산물 등을 고온의 열분해로 만들어진 물질입니다. 카본캐스팅처럼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되 안정적으로 탄소를 장기 격리하는 방법으로 최근 들어 더욱 주목 받습니다. 단순 건조·압축인 카본캐스팅보다는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카본캐스팅의 경우 어디에서나 저장·격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DAC는 탄소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현무암 등 특정 지질구조가 필요합니다. 반면, 카본캐스팅은 어느 지역이나 가능합니다. 예컨데 태양광 발전소나 농경지 등 기존에 이용 중인 토지 지하에도 격리가 가능하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1에이커(약 4,000㎡)당 1만 톤의 CO2를 저장할 수 있어 토지효율성도 높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유연성과 함께, 기존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전 세계에 즉시 확장 가능한 ‘유일한 영구 포집 기술’이라고 그래파이트는 강조했습니다.
‘비닐 포장 나무 벽돌’ 1000년 이상 저장 가능할까? 🤔
그래파이트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매우 단순합니다.
리베스트 스스로도 “다른 접근 방식만큼 과학적이거나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탄소포집의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카본캐스팅의 관건은 불투수성 플라스틱 소재로 감싼 탄소블록이 정말로 수백년, 최대 1,000년까지 썩지 않고 탄소를 격리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미 루이지애나주립대 환경과학과 부교수인 브라이언 스나이더는 불투수성 플라스틱이 탄소격리를 보장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이오매스가 수분에 노출돼 분해될 시 격리된 탄소가 분해과정에서 메탄(CH4)으로 유출될 수 있단 것이 스나이더 부교수의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로저스 CEO는 장기간 탄소격리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물과 자외선에 노출시키는 등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1,000년간 겪을 환경적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노화가속 테스트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장소의 센서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서도 플라스틱 밀봉재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예정입니다.
제3자 검증의 시작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 인증기관 중 한 곳인 퓨로어스(Puro.earth)의 탄소등록부에 등록할 계획도 있다고 그래파이트는 덧붙였습니다.
2024년 첫 탄소블록 생산 예정 “전 세계 30억 톤 감축 목표” 🌐
그래파이트는 현재 미 아칸소주 파인블러프에 첫 공장 로브롤리(Loblolly)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오는 2024년 1월 완공돼 생산에 돌입합니다. 바이오매스는 현지의 목재소 및 정미소에서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그래파이트는 로브롤리 공장이 연간 약 5,000톤의 탄소를 저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동시에 2024년 연말까지 연간 처리용량을 연 5만 톤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에 30억 톤의 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만큼의 바이오매스 폐기물이 매년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로저스 CEO는 탄소블록 저장소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치는 한편, 탄소를 저장할 장소는 많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로저스 CEO는 그래파이트가 현재 여러 고객들과 구매계약 또는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