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난립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표준기관 두 곳이 기준 정리를 위한 연구소를 지난 20일(현지시각) 출범했습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글로벌보고이니셔티브(GRI)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지속가능성혁신연구소(SIL)’입니다.
SIL은 기업들이 겪는 여러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간의 간극을 해소하고, 조화로운 글로벌 공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ISSB·GRI, ESG 공시 내 ‘알파벳 수프’ 끝장내려 뭉쳐 🍲
두 기관은 SIL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ESG 공시기준 및 공개 지침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 내 대표 기준은 GRI와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공시기준입니다. ESG 공시 자체가 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공시기준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2021년 유럽연합(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시작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의무화, ISSB의 공시기준이 등장하며 혼란이 더 심화했습니다.
두 기관은 이같은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SIL은 구체적으로 기업의 ESG 보고에서 공통 접근 방식을 개발해 비용 절감과 기업 실사 간소화 방안 등을 함께 작업할 예정입니다.
엘코 반 데르 엔덴 GRI 최고경영자(CEO)는 “ESG 보고에서 알파벳 수프 상황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알파벳 수프란 약어 형태의 단어·이름이 난립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빗댄 표현입니다.

난립하던 ESG 공시기준, ISSB로 통합 중 🤝
SIL은 기업의 ESG 보고에서 공통 접근 방식을 개발해 비용 절감과 기업 실사 간소화 방안 등을 함께 작업할 예정입니다. ISSB 공시기준 구현을 지원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덧붙였습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지속가능성 공시 주제와 모범 사례, 데이터 기반 해결책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ISSB는 SIL이 우선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SIL 설립은 군웅할거 하던 ESG 공시가 ISSB 공시기준으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 대표 사례이기도 합니다.
ISSB는 대표적인 ESG 공시기준 중에서 SASB가 통합된 가치보고재단(VRF)을 합병했고, 또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TCFD의 공시 체계를 전면 적용했습니다.
ISSB는 GRI와 지난해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번 SIL 설립도 해당 MOU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GRI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대표주자였단 점에서 이번 협력의 의미가 큽니다. 2022년 기준 세계 상위 250개 대기업 중 73%가 GRI를 사용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상장기업의 81%로 더욱 많습니다.
ISSB와 GRI는 SIL을 통해 양 기관의 공시기준의 불일치를 해결할 방법을 제공한단 구상입니다.
GRI는 기업이 사람 및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중점을 둡니다. 반면, ISSB는 지속가능성 요소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엔덴 GRI CEO는 SIL의 작업으로 “시야가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SIL, 하필 싱가포르에 설립된 까닭은? “ISSB 기후공시 의무화 추진한 첫 국가” 🤔
ISSB는 SIL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유에 대해 “해당 지역의 높은 관심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는 호주, 캐나다, 일본, 홍콩, 영국 등과 함께 ISSB 표준 채택을 공식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나라 중 한 곳입니다.
또 싱가포르는 지난 7월 ISSB 공시기준에 따른 기후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상장기업은 2025년부터 연 매출 10억 싱가포르 달러(약 9,600억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2027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실제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아시아에서는 ISSB 공시기준을 적용한 최초의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