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운송수단 탈탄소화의 주요 해결책입니다. 다만,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배터리는 과열이나 폭발 등 안전성 우려와 함께 트럭·항공기에 적용하기엔 여전히 에너지 밀도가 낮단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여러 유형의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 문제는 이들 소재와 조합을 하나하나 실험하고 검증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단 점입니다.
이 가운데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생성AI)’으로 배터리 소재 혁신에 나선 기업이 화제입니다.
미국 AI 기반 소재 설계 서비스 스타트업 에이아이오닉스(Aionics)의 이야기입니다.
美 에이아이오닉스 “차세대 배터리, 생성AI로 개발 속도 ↑” 🔋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신소재 설계 스타트업 에이아이오닉스.
최고경영자(CEO)인 오스틴 센덱 미 스탠퍼드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소재공학 전공 과학자 3명이 공동설립한 곳입니다.
에이아이오닉스의 목표는 탈탄소 분야를 위한 소재 설계를 가속화하는 것. 고성능 컴퓨팅과 머신러닝(ML) 등 여러 AI 기술을 사용해 차세대 베터리 설계 가속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 중에서도 에이아이오닉스가 주목한 분야는 ‘전해질’입니다.
배터리는 크게 4가지(▲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됩니다.
그중 전해질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온이 전달되도록 돕습니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합니다.
전해질은 다양한 화학물질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어떤 물질과 조합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이 좌우됩니다.
이와 관련해 센덱 CEO는 “문제는 후보는 너무 많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배터리 전해질 소재를 조합하는 경우의 수를 단순화하면 10^47(10의 47제곱)에 달한단 것이 센덱 CEO의 설명입니다.
공동설립자인 벤카트 비스와나단 수석 과학자는 일례로 한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소재 개발 기업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카네기멜론대 기계공학과 부교수이자 배터리 전문가인 그는 새로운 실리콘 음극재 소재 개발 과정에만 5만 5,000번 이상의 실험이 수행됐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에이아이오닉스는 AI가 다양한 후보를 검증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초당 1만 가지의 조합을 실험할 수 있다고 에이아이오닉스는 자부했습니다.
양자컴퓨팅+생성AI, 초당 1만 개 시뮬레이션에 자체 DB 확장까지 💻
어떻게 가능하단 것일까요? 핵심은 ‘AI 가속 양자역학’과 생성AI입니다.
먼저 에이아이오닉스는 수십억 개의 분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합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전해질 구성을 탐색했습니다.
이 과정은 ‘가속 전산 전기화학 시스템(ACESD)’*이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집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비스와단 공동설립자가 카네기멜론대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개발됐습니다.
에이아이오닉스는 해당 시스템이 양자역학에 기반해 초당 1만 건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활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방법을 양자컴퓨팅이라 부릅니다. 기존 컴퓨터보다 더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주목받습니다.
실험을 반복할 때마다 ML로 학습하기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된다고 에이아이오닉스 측은 강조했습니다.
*ACESD: Accelerated Computational Electrochemical Systems Discovery
또 AI를 사용해 기존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조합을 실험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할 수 있단 것이 에이아이오닉스의 설명입니다.
에이아이오닉스는 올해부터 생성AI 중 가장 최신 모델인 GPT-4를 사용해 새로운 화학물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성 AI란 사람이 AI에게 특정 입력을 통해 어떤 것을 만들 것을 요구하면, 그 요구에 맞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지 생성AI가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미 제약업계에서는 생성AI로 새로운 아미노산 조합을 발굴해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GPT-4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도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LLM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언어(자연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ML 모델입니다. AI 챗봇의 주요 기반 기술입니다.
에이아이오닉스는 LLM과 AI 챗봇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필터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AI 챗봇이 교과서와 논문 등을 학습하고 이에 기반해 부적합한 분자를 특정하여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후보물질이 선정되면 고객사에 보내져 실험이 진행됩니다.
AI로 발견한 고체 전해질, 실험서 성능 향상 확인돼 🧑🔬
지금까지 에이아이오닉스는 비(非)리튬액터리용 전해질 최적화, 배터리 수명 최적화 등 다양한 차세대 전해질 개발을 수행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에이아이오닉스가 가장 집중하는 차세대 소재는 고체 전해질입니다. 고체 전해질은 단단하기 때문에 액체 전해질보다 온도 변화로 인한 팽창이나 충격에 강해 안전이 높습니다.
안전성 향상을 위한 부품·장치를 줄일 수 있어 부피 대비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이같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 후보 중 하나인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에이아이오닉스는 인상적인 연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센덱 CEO와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AI로 찾은 고체 전해질 소재를 임상 실험한 결과를 미국화학학회(ACS)에 보고했습니다. 해당 연구에 의하면, 에이아이오닉스가 찾은 소재는 저렴한 비용에도 리튬 이온 전달 속도가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특징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ML을 사용해 1만 2,000개 후보군에서 50개, 4개, 최종 1개의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센덱 CEO는 해당 과정을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하며 AI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포르쉐·폼에너지 등 배터리·ESS 러브콜 이어져 😍
현재 에이아이오닉스의 기술력에 여러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포르쉐와 독일 배터리기업 커트텀셀스의 배터리 합작사 셀포스(Cellforce)입니다. 셀포스의 목표는 고성능 배터리셀 개발로, 이를 위해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개발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기업 폼에너지(Form energy)와 일본 소재화학 기업 레조낙(Resonac·전 쇼와덴코), 전기항공기 배터리 개발 기업 큐베르그(Cuberg) 등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에이아이오닉스는 초기 모빌리티 전문 투자사 ‘UP.파트너스’ 등을 포함해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350만 달러(약 47억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에이아이오닉스 공동설립자, 탈탄소 시멘트·전기항공 스타트업 연쇄창업한 까닭? 🤔
한편, 비스와나단 수석과학자는 에이아이오닉스 설립 직후 또다른 스타트업 2곳을 연쇄창업했습니다. 2021년에는 시멘트 탈탄소화 스타트업 치멘트(Chement)를 설립합니다. 에이아이오닉스의 컴퓨팅 기술을 전기화학 시멘트 소재 개발에 응용해 탈탄소 시멘트 개발을 가속화하는 기업입니다.
이어 2022년, 전기 항공기 개발 스타트업 ‘앤드배터리에어로(ABA·And Battery Aero)’를 설립했습니다. 비스와나단 수석과학자는 지난 연구에서 AI의 잠재력을 확인한 덕분에 전기항공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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