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철강산업 등 탄소집약적 산업이 집중된 동남권·호남권·충남권 같은 비수도권에서 성장률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후변화 대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상승이 지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다만, 보고서가 저탄소경제 이행으로 인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았단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강조했습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3억 8,000만톤 늘어…“모든 권역에서 배출량 ↑” 🗺️
먼저 지난 31년간(1990~2021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3억 8,000만 톤 늘어났습니다.
같은기간 인구효과로 1억 톤, 소득효과로 6억 5,000만 톤 늘어 성장효과로 인한 누적 온실가스 배출 증가분은 7억 5,000만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온실가스 배출효율성 개선 덕에 3억 7000만 톤이 감소하긴 했으나, 소득증가로 인해 모든 권역에서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습니다.
권역별로는 충청권 내 배출량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이어 수도권과 제주권 순으로 높았습니다.
한은, 배출한도 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권 수요·가격 모두 ↑ 📈
이에 한은은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저탄소경제 이행을 위한 6개 시나리오 중 2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 연평균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습니다.
NGFS는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의 기후리스크 관련 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2017년 12월 설립된 국제 이니셔티브입니다. 한국은행은 2019년 11월 가입했습니다.
한은이 사용한 2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탄소중립 시나리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
- 2️⃣ 2℃ 이하 시나리오: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 억제.
한은은 그중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전환리스크(Transition Risks)’에 초점을 뒀습니다. 전환리스크란 경제구조를 저탄소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책 대응으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뜻합니다.
한은은 기후대응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상승폭이 NGFS 시나리오 경로를 따를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또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현재 시행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추가적인 배출한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습니다.
정부가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배출한도 규제 강화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기업을 중심으로 배출권 수요가 증가해 결과적으로는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습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0.6%p ↓ 📉
분석 결과,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하에서 2021~2050년 연평균 0.6%p(퍼센트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 이하 억제 시나리오에서도 같은기간 0.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기술발전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효율성이 상당폭 개선될 경우 성장률 하락폭이 각각 0.5%p와 0.1%p로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배출권 가격 상승 시 탄소집약적 산업의 성장률과 부가가치가 모두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배출권 가격 상승시 부가가치 성장률은 기계·운송장비가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어 섬유·가죽, 석유화학 등 순으로 하락 폭이 컸습니다.
허나,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섬유·가죽이 가장 하락 폭이 컸습니다. 이어 석유화학, 금속제품, 비금속광물제품 등 순으로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남권 등 비수도권 경제성장률 하락폭 ↑…"탄소중립 기술개발 시급” 🧪
권역별로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배출권 가격 상승 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동남권이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어 호남권, 충청권, 대경권 순으로 하락 폭이 컸습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탄소집약적 산업(고탄소산업)이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례로 동남권에서 탄소집약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9%로 수도권(약 2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한은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수도권에서는 주력산업의 탄소배출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은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또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선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손실 최소화가 진행돼야 한단 점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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