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Amazon)은 2019년 ‘204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했습니다. 이듬해 아마존은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의 ‘기후서약기금(Climate Pledge Fund)’을 출시해 저탄소 전환을 촉진할 기업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마존이 유엔이 후원하는 기후변화 이니셔티브에서 퇴출당했단 소식입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인증 목록에서 아마존이 ‘약속 제거(COMMITMENT REMOVED)’로 변경된 것.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기후서약기금’ 만든 아마존, SBTi 목록서 퇴짜 맞았다! ✋
2015년 설립된 SBTi는 기업들이 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모니터링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등이 파트너십을 맺고 설립했습니다.
SBTi는 기업들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 충족 여부와 진행상황 보고 및 재산정 등을 평가해 승인합니다. 이 인증은 해당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학적으로 검증됐으며,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5,900여개의 기업이 인증 절차를 신청했으며 그중 3,200여곳이 SBTi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해당 인증을 신청하거나 받은 기업들은 ‘조치를 취하는 기업(Companies taking action)’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 목록에서 퇴짜를 맞은 것.
지난 3일(현지시각) SBTi는 이 목록에서 7월 31일까지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출하지 않은 120여개 기업의 상태를 ‘약속 제거’로 변경했습니다. 여기에는 아마존이 포함됐습니다.
심지어 이전과 달리 단순히 목록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강화된 SBTi 정책에 따라 ‘약속 제거’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탄소배출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의 주요 후원자를 잃었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국 기업도 ‘약속 제거’로 변경된 120여개 기업에 포함됐을까? 🤔
결론부터 말하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2023년 8월 기준 SBTi에 올라간 한국 기업 수는 총 46개. 이중 16개는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단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른 30곳은 검증이 진행 중인 ‘약속한(Committed)’ 단계로 표시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퇴출 조치? SBTi “목표 미제출 때문!” 🎯
이번 아마존의 퇴출 조치는 지난 1월 SBTi가 더욱 엄격한 정책을 도입한 결과입니다.
기존 SBTi는 기업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24개월 이내에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기업은 목록에서 ‘약속한(Committed)’으로 표시됩니다.
목표 제출 및 검증이 끝나고 SBTi 인증을 받으면 ‘목표 설정(Target Set)’으로 표시가 바뀝니다. 그리고 할당 기간 내에 목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인증을 철회할 경우 목록에서 제거됐습니다.
그러던 SBTi는 작년 11월, 기간 내 목표 미제출 기업을 삭제하는 대신 ‘약속 제거’ 상태로 표시하는 내용의 ‘약속준수정책’ 개정안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기업이 목표를 제출하고 승인받기 전까지 해당 표시는 계속됩니다.
즉, 기업들이 소리소문 없이 SBTi의 인증 신청을 철회하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
개정안 도입 당시 SBTi는 기존 기업들에게 올해 7월 31일까지 목표를 제출하고 검증 절차를 받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3일 아마존을 비롯해 목표를 제출하지 않은 120여개 기업들의 상태가 ‘약속 제거’로 변경된 것.
이튿날(4일) 아마존은 보도자료를 통해 SBTi의 제출 요구 사항이 인증을 신청한 2020년 이후 계속적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의미 있고 정확한 방식으로” 제출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향후 SBTi와 협력해 목표 제출을 노력하는 동시에 제3자 기관과 함께 관련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아마존은 덧붙였습니다.
“SBTi서 아마존 퇴출? 갑작스러운 조치로 보기 어렵단 시각도” 🤔
그럼에도 이번 SBTi의 조치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란 시각도 있습니다. 이전부터 아마존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비판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2040년 탄소중립’ 선언 이듬해인 2020년 아마존은 SBTi의 프로세스를 통해 검증된 목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2025 재생에너지 100% 전환 ▲2030 배송트럭 10만 대 전기화 ▲2030 선적량 50% 탄소제로(Shipment Zero) 등의 세부목표가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유통업체의 가장 큰 탄소배출 부문인 스코프3 배출량에 대한 추적·공시는 부족하단 비판이 쏟졌습니다.
일례로 아마존이 공개하는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자체 브랜드에 대한 배출량만 공시돼 있습니다.
SBTi가 기반하는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에 의하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추적해야 합니다.
여기에 지난 5월 26일(현지시각)에는 아마존이 2019년 발표한 ‘2030 선적량 50% 탄소제로’ 목표를 철회했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윌 에반스 기자는 “아마존의 해당 서약이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며 “업데이트에 대한 작은 링크로 대체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마존은 해당 목표를 10년 연장해 오는 2040년까지 달성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SBTi ‘아마존 사태’가 불러온 영향? “ESG 펀드에 파장 미칠 것” 📉
그런데 SBTi의 조치가 아마존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블룸버그통신은 SBTi의 조치가 ESG 펀드에서 아마존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EU) 내 ESG 펀드 900여개에 아마존 주식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발행한 주식의 약 2%에 해당됩니다.
SBTi는 해당 조치가 “(기업들의) 약속과 검증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탄소중립 등 기후약속을 한 기업들이 정작 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위를 방지할 것으로도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SBTi의 승인은 투자자들에게 각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신뢰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 7월에는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ENX)가 SBTi 승인을 받은 기업만 포함하는 SBT 지수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ESG 투자에서 SBTi 인증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
SBTi는 “미승인된 모든 기업이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참여하도록 권장한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긴급한 기후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