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인도 등 지구촌 북반구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폭염이 세계 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기온이 41.8℃까지 치솟아 2022년 6월 기록했던 종전 최고기온(40.7℃)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 걸프국제공항에선 기온이 66.7℃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기온이 21일 연속으로 43℃를 넘은 상태입니다.
美 연구진 “폭염으로 인한 세계 경제 누적 손실 최대 3.7경에 달해” 📉
먼저 NYT는 올해 폭염의 단기적 피해로 ▲관광지 잠정 폐쇄 ▲야외식사 포기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소비 증가 등의 사례를 꼽았습니다. 일례로 그리스 정부는 폭염으로 인해 유명 관광지인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낮 시간 관광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폭염으로 인한 노동생산성 약화와 농작물 피해 그리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상승 등 여러 방식으로 경제적 악영향을 몰고 온단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3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친 누적 손실은 최대 29조 3,000억 달러(약 3경 7,09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약 16조 달러(약 2경 624조원)은 노동·농업생산성 저하 비용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 공동저자이자 기후학자인 저스틴 맨킨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는 NYT에 “극심한 더위를 국지적인 현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오늘날 폭염은 규모나 영향 면에서 모두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맨킨 교수는 미국에서만 3,200만 명이 야외에서 일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야외 노동자 비율이 훨씬 더 높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과거의 기후에 맞춘 경제와 일련의 관행을 구축했다”며 “(오늘날 경제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기후와 맞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설·제조·농업·운송 등 폭염으로 인한 산업별 악영향 ↑ 🚨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는 폭염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세계 총 노동시간이 매년 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경우 근본적인 운영 방식에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가령 건설업은 강철·콘크리트 등 주요 자재가 고온에 노출돼 손상될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또 작업 과정도 폭염으로 인해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건설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주요 외신은 전해졌습니다.
농업계에서도 피해는 가시화됐습니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민협회인 콜디레티(Coldiretti)는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유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냉각 시스템 가동으로 인한 에너지소비량 증가도 농가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협회 측은 밝혔습니다.
기록적인 더위는 기계 효율까지 저하시켰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미국 항공업계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승객과 수하물 수송 무게를 줄였습니다. 또 폭염이 덮친 애리조나주·네바다주 등에 대한 운항 일정도 조정했습니다.
이는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져 양력(비행기를 밀어 올리는 힘)이 줄고 엔진 성능도 저하돼 항공기가 싣고 갈 수 있는 무게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외신 모두 3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 현상이 가세하며 향후 폭염이 건설·제조·농업·운송 등 각 산업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CEPR “기후변화가 경제활동 위축”…독일 등 5개국이 가장 많이 영향 받아 🚢
한편,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 연구자들은 유럽에서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루마니아·독일 등 5개국이 지난 20년간 기후 관련 재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CEPR은 이어 중부유럽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CEPR은 기후변화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내다봤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여름 심각한 가뭄으로 라인강 등 유럽 내 주요 강의 수위가 낮아지며 물류위기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당시 서유럽 내륙 운송망 핵심인 라인강의 수위가 극도로 낮아져 선박 운행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