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정경대 “세계 기후소송 건수 총 2242건”…각국 시민 국가 상대로 기후소송 진행, 한국은?

정부나 기업 등을 상대로 기후대응 강화를 촉구하거나 및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기후소송’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중입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BBC 등 주요 외신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기된 기후소송 3건을 소개했습니다.

ECHR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하여 유럽 내 47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ECHR은 유럽인권조약을 바탕으로 유럽 내 인권에 관한 재판을 담당합니다. 공통의 가치를 지킨단 점에서 ECHR은 종종 ‘유럽 내 헌법재판소’로도 불립니다.

이 때문에 ECHR의 기후소송 판결이 유럽을 넘어 다른 국가들의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은 “전 세계 정부와 시민단체(NGO) 이들 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ECHR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이) 국가가 인권 보호 의무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접근해야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선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ECHR에 어떤 기후소송들이 제소돼 있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3월 2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소재한 유럽인권재판소 앞에서 ‘스위스 기후여성노인연대’가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Greenpeace Switzerland

스위스 기후여성노인연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목숨 위협 받아”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ECHR 앞으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여성 노인 수십 명이 몰려왔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했는데 스위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ECHR가 나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스위스 기후여성노인연대(KlimaSeniorinnen)’는 만 64세 이상 노인 2,00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충분한 기후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아 자신들의 생명권과 재산권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체는 2016년 11월 스위스 정부에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5% 줄이라는 내용의 청원을 제출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에 같은 내용의 청원을 스위스 연방행정법원과 스위스 연방대법원에 냈으나 마찬가지로 기각됐습니다.

이에 단체는 2020년 5월 ECHR에 스위스 정부를 제소한 것. 이날 ECHR에서는 기후소송을 위한 첫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이 사건은 기후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는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단체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숨가쁨, 메스꺼움, 의식 상실을 경험했다며 관련 의료기록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 스위스 여성 노인 2,000여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기후여성노인연대’가 지난달 2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인권재판소 공청회 참석을 앞두고 집회를 열고 있다. ©Greenpeace Switzerland

스위스 정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기된 소송 인정 못 해” 😠

스위스 정부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여성 노인의 건강과는 특별히 관련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스위스 정부는 ECHR에 제기한 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ECHR은 유럽 내에서 준헌법재판소 기능의 역할을 맡은 만큼, 법원이 규범적인 조처를 내놓으면 준입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단 우려 때문입니다.

이번 소송은 빠르게 처리돼 올해 안에 결정이 나올 예정입니다. 결정에 대해서는 재심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 재판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오스트리아·루마니아·노르웨이 등 유럽 8개 정부도 소송에 참여한 상황입니다.

 

▲ 2020년 3월 포르투갈 청년 및 청소년 6명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유럽 33개 정부를 대상으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Glan, 유튜브 캡처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 진행 중인 다른 기후소송 2건은? 🤔

현재 ECHR에는 스위스 기후여성노인연대가 제기한 것과는 별개의 기후소송 2건이 진행 중입니다.

하나는 유럽의회 의원이자 프랑스 국회의원인 데미안 카렘이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2017년 프랑스 북부 그랑드 신테 지방정부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대응 조치가 주민들의 주거지를 기후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취지로 중앙정부를 고소했습니다.

2021년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그랑드 신테 시 당국의 손을 들어줬으나, 카렘 의원이 제기한 소송은 기각시켰습니다. 이에 카렘 의원은 해당 사건을 ECHR에 제소했습니다. 해당 사건의 심리는 곧 열릴 예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포르투갈 청년 6명이 EU 회원국을 포함해 총 33개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2020년 ECHR은 이들 포르투갈 청년 및 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 대해 ‘적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유럽 국가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안을 담은 합의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만, 이후 소송은 별도의 진행없이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 전 세계 기후정책 및 기후소송 사례를 수집하는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에 의하면, 2023년 3월 기준 전 세계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총 2,242건이다. ©LSE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 the Environment, 홈페이지 캡처

2023년 3월 기준, 전 세계 기후소송 건수 총 2242건 📈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2,242건입니다.

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기후변화 소송 국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984년부터 2014년까지 제기된 기후소송은 800여건. 그런데 지난 8년간(2015~2022년) 기후소송 건수는 1,200여건으로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소송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1,545건)이었고, 이어 호주(128건)와 영국(88건) 순으로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후소송 사례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 채굴 및 공급망에 관계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사례가 증가했다”며 “미국 외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 2023년 3월 기준 전 세계에는 총 2,242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LSE, 홈페이지 캡처

한편, 우리나라에도 총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4건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는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제기하는 ‘헌법소원’입니다.

이들 기후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해 11월 중학생 2명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2022년 6월 태아 및 유아 등 아기기후소송단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입니다. 이들 소송은 헌재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국내 첫 기후소송을 제기한 청소년기후행동은 올해 3월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에 빠른 판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헌재에 국내외 법조인 215명의 지지 서명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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