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를 해저에 저장하는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로 가동됐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덴마크가 북해 해저 1,800m에 마련된 CO2 저장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유로 뉴스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즉, 유럽에서 국경을 초월한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이는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 독일 석유기업 빈터쉘데아(Wintershall Dea) 등이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인 ‘프로젝트 그린샌드(Project Greensand)’가 추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각국 기업 및 연구소 등 23곳이 참여했고, 덴마크 정부는 2,600만 유로(약 362억원)의 자금을 통해 프로젝트를 지원 중입니다.
CO2 연간 800만 톤 저장 목표…“덴마크 연간 배출량 약 10% 맞먹어” 🔔
유럽연합(EU)은 이번 소식에 환영한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개소식 전날 보낸 축사 영상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탄소중립을 공동 목표로 둔 유럽 국가들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는 ‘2050 기후중립(Climate neutrality)’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최대 3억 톤의 CO2를 저장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로젝트 그린샌드는 대기 중에서 CO2를 포집하면 이를 액체로 변환해 특수 컨테이너에 담습니다. 이후 저장시설까지 선박으로 수송합니다. 그리고 해저 약 1,800m에 있는 저장소에 CO2를 주입하면 영구적으로 격리됩니다.
단단한 해저 지층으로 누수 걱정 없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저장시설로는 석유 시추로 이미 고갈된 해저 유전 ‘니니 웨스트(Nini West)’가 사용됩니다.
오는 4월까지는 벨기에 앤트워프 지역에서 발생한 1만 5,000톤가량의 CO2가 운송돼 해저에 저장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벨기에와 덴마크 양국은 CO2 운송을 위한 양자 협정을 지난해 체결했습니다.
프로젝트 그린샌드는 2024년 상반기까지는 시범 단계로 운영됩니다. 이후 해마다 약 150만 톤의 CO2를 매립할 계획입니다. 덴마크 정부는 시범 단계가 완료되면 CO2 저장량을 2030년까지 최대 800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덴마크 연간 배출량의 약 1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또 인근 시리(Siri) 유정 등도 저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며, 수송 수단도 선박에서 파이프라인 등으로 개선할 방침입니다.
라스 아가드 덴마크 기후부장관은 “해저 CO2 저장소는 덴마크가 기후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 저장 장소가 더 존재하는 만큼 덴마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CO2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빈터쉘데아, ‘CO2넥트나우’ 허브 구축 중…“북해, CO2 저장 최적 장소” 🌊
프로젝트 그린샌드의 주요 회원인 독일 석유기업 빈터쉘데아의 휴고 다이크그라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북해 지역이 CO2 저장에 최적화된 장소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수십 년간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한 해저 유전 및 파이프라인 등의 시설이 북해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크그라프 CTO는 “프로젝트 그린샌드는 화석연료 생산에서 얻은 지식과 지질학 그리고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네덜란드·영국 등 다른 나라에 있는 CCS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모르텐 예페센 덴마크공대(DTU) 해양기술센터 책임자도 “(북해에는) 고갈된 유전 등 재사용 가능성이 큰 기반시설이 있어 CCU가 빠르게 사용될 이점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그린샌드가 CO2 저장을 위해 사용하는 니니 웨스트 유전 인근에서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Total Energy)가 저장소를 물색 중입니다. 토탈에너지는 2030년까지 연간 500만 톤의 CO2를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빈터쉘데아는 덴마크 외에도 여러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빈터쉘데아는 벨기에 가스운송회사 프럭시스(Fluxys)와 CO2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협력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업은 북해 연안 독일 도시인 빌헬름하펜에서 ‘CO2넥트나우(CO2nnectNow)’란 허브를 구축 중입니다. 독일 산업 현장에서 포집한 CO2를 허브로 운송해 덴마크·노르웨이 등으로 수송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빈터쉘데아는 또 노르웨이 북해 해저 연안에 CO2를 저장하는 ‘루나 CCS(Luna CCS)’ 프로젝트 등도 추진 중입니다.
“지질변화 시 CO2 누출 우려도…지역별 맞춤형 탐사 필수” 🔍
호주 국제 탄소포집·저장연구소(GCCSI)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CCS 프로젝트는 총 197개입니다.
이들 대다수는 유전에 CO2를 주입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원유회수증진(EOR·Ehanced Oil Recovery)에 사용됩니다. 연구소는 포집한 탄소를 오로지 저장 목적으로 사용 중인 프로젝트 수는 9개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CS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포집한 CO2를 저장에 매립해도 지진 등 지질변화가 일어나면 다시 누출될 위험이 있단 것입니다. 가령 에퀴노르의 경우 노르웨이 연안 인근과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각각 CO2를 저장했으나, 알제리에서는 CO2가 누출됐습니다.
CO2의 저장 성공률은 지질학적 환경별로 다를 수 있어 맞춤형 탐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질탐사, 포집 및 주입 시설 구축 등에 높은 비용이 수반된단 뜻입니다.
그럼에도 CCS 등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은 상황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CO2 약 15억 톤이 저장 또는 다른 방식으로 대기 중에서 제거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양은 2050년까지 62억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상당수는 CO2 포집 및 저장 등 CCS를 위한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