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기대받는 자율주행차의 배신…‘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라고?

자율주행 기술은 차세대 기후테크로 주목받습니다. 교통 혼잡도 개선과 연료 사용량 개선 등으로 자동차 주행 중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 차량이 오히려 탄소배출량을 급증시킬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학학술지 ‘전기전자학회 마이크로(IEEE Micro)’ 1·2월호에 실린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 온보드 자율주행 차량 컴퓨팅의 배출량’ 논문입니다. 이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EECS)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자율주행 차량의 잠재적인 에너지소비 및 탄소배출량을 모델링했습니다. 분석 결과, 자율주행 차량 내부의 여러 컴퓨터 시스템이 카메라들이 전달하는 도로 상황 이미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단 것인지, 또 해결 방법은 없는지 그리니엄이 논문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데이터센터(왼). 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소비량은 한 국가의 전기 소비량과 맞먹는다(오). ©greenium 편집

자율주행 차량 탄소배출량에 주목한 이유? ‘데이터센터’ 때문! 🖥️

자율주행 차량은 여러 카메라로 촬영한 현장 영상을 동시에 처리해 도로 상황을 추론하고 이에 따라 주행합니다.

정확히는 멀티태스킹 심층신경망(DNN·Deep neutral network) 기술을 사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심층신경망은 사진 속 사물을 식별하고, 이를 자연어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달리 말하면 자율주행 차량은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컴퓨팅 시스템과 도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카메라 시스템이 동시에 사용된단 것.

이 과정은 데이터센터에서 원격으로 수행되는데요. 문제는 이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량이 막대하단 것입니다.

2018년 기준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GHG)의 0.3%를 차지합니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소비량은 200~250Wh(와트시)에 이르는데요. 이는 세계 전기소비국 15~16위에 해당합니다.

 

▲ 자율주행 차량 반도체의 컴퓨팅에 사용되는 초당 에너지는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미터당 에너지를 훌쩍 뛰어넘는다. ©TED, greenium 편집

자율주행차 컴퓨팅, ‘PC용 CPU’으로 생각하면 오산! 💽

차량에 반도체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그렇게 많이 증가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 저자인 수미야 수다카르 연구원은 TED 강연에서 자세하게 반박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가로축 위는 해당 기기가 1미터 이동하는데 드는 에너지(J/m)를 나타냅니다. 당연히 전기자동차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이와 비교해, 가로축 아래는 해당 반도체가 1초 구동하는데 드는 에너지(J/s)를 나타냅니다. 지금도 스마트폰과 PC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는 매우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이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훌쩍 뛰어넘는단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수다카르 연구원은 자동차를 완전히 자율주행하게 만들고, 승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가령 1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10대의 카메라와 10개의 심층신경망을 사용해 하루 1시간 운전한다고 가정합니다. 이 경우 이 차량에서만 매일 2,160만 건의 추론이 실행됩니다.

전 세계 자율주행차가 10억 대로 증가할 경우, 하루 1시간 운전할 때 발생하는 추론 건수는 2경 1,600조(2.16X10^16)번에 달합니다. 이는 연구팀은 빅테크 기업 메타(구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는 양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 연구팀이 자율주행차 주행 중 컴퓨팅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을 추산하기 위해 사용한 공식. 자율주행차의 수와 평균 주행 시간, 전력원의 탄소집약도, 컴퓨터의 평균 전력 등을 고려했다. ©TED, greenium 번역

자율주행차 10억 대, 하루 1시간만 운전해도 ‘세계 탄소배출량 0.3%’ ⌛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까요?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수 ▲주행 시간 ▲컴퓨터에 공급되는 전기의 탄소집약도 ▲차량의 컴퓨터 전력 등을 반영해 시나리오를 모델링했습니다.

차량의 컴퓨터 1대가 소모하는 전기량을 840W(와트)로 가정한 결과, 10억 대의 자율주행 전기차가 하루 1시간 운행함으로써 배출되는 연간 탄소배출량이 2억 톤을 넘을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이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0.3%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또한 현재 세계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탄소배출량과 같습니다. 여기에는 차량 센서가 소비하는 에너지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당 모델링이 미래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포함된다고 수미야 수다카르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 TEDx보스턴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수미야 수다카르 연구원의 모습. 그는 자율주행 차량의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ED

“자율주행 차량은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선제적 대비 필요해!” ⚠️

이밖에도 여러 조건을 모델링한 결과, 연구팀은 자율주행 차량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효율성을 개선해 전력 소모량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연구팀은 2050년 전 세계 차량의 95%를 자율주행 차량이 차지할 경우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연간 배출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량 1대의 컴퓨팅에 사용되는 전력을 1.2kW(킬로와트)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1.1년마다 하드웨어 효율성이 2배 증가해야 가능한 수준입니다.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을 개선해 효율성을 증대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는 공회전을 피하고, 완벽한 경로를 찾기보다 ‘적당히’ 최적화된 경로를 찾도록 설정해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팀 이러한 혁신이 “선도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차량의 수명이 10~20년으로 비교적 길고, 사용 중에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자율주행 차량 도입 전에 선제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연구 공동저자인 비비안 셰 MIT 부교수는 자율주행 차량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조업체부터 자율주행 기술의 에너지소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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