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카본, 美 조지아주에 탄소격리 높인 슈퍼 나무 숲 조성…“생태계 교란” 우려 나와

‘생태계 훼손’ 우려 나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해 탄소격리 효율성을 높인 ‘슈퍼 나무’를 선보인 기후테크 스타트업 리빙카본(Living Carbon). 탄소격리에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접목한 업체입니다.

최근 리빙카본의 ‘슈퍼 나무’가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숲에 식재됐단 소식입니다. 지난해 6월 메타(구 페이스북)·맥킨지·쇼피파이 등이 지원하는 프런티어(Frontier) 이니셔티브로부터 탄소배출권 사전 구매를 약속받지 불과 6개월만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리빙카본이 미국 조지아주 남부 소나무 숲에 유전자변형 나무를 식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전자변형 나무를 연구실이나 상업용 과수원이 아닌 숲에 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ew York Times 캡처, greenium 편집

리빙카본, 소나무 숲에 ‘슈퍼 나무’ 5000그루 심은 까닭 🌲

지난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빙카본은 미국 조지아주 남부 소나무 숲에 탄소격리 능력을 향상시킨 유전자변형 포플러나무 5,000 그루를 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빙카본은 나무가 성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세포의 유전자 발현 과정을 편집했습니다. ‘유전자 총(Gene gun)’ 기술이 사용됐는데요. 리빙카본의 매디 홀 최고경영자(CEO)와 패트릭 맬러 최고기술경영자(CTO)는 2019년 담배 묘목에 호박과 녹조류의 유전자를 접목해 광합성 효율화를 향상시킨 연구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실험 결과, 포플러나무가 기존 대비 최대 27% 더 많은 탄소를 포집하게 됐다고 리빙카본 측은 밝혔습니다. 또 유전자변형된 나무는 일반 포플러나무와 비교해 5개월간 1.5배 더 빨리 성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빙카본의 ‘슈퍼 나무’는 탄소격리 효율성을 높일뿐더러, 목재 생산 속도를 높여 목재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리빙카본에 사유지를 제공한 빈스 스탠리는 포플러나무 같은 활엽수가 소나무와 달리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50~60년의 목재 수확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완전히 윈윈이다”라고 밝혔습니다.

 

👉 리빙카본의 탄소격리 효율성 높인 ‘슈퍼 나무’, 그 원리가 궁금하다면

 

▲ 지난해 6월 메타, 맥킨지 등이 지원하는 ‘프런티어’ 이니셔티브가 리빙카본의 탄소배출권을 사전 구매를 약속해 이름을 알렸다. ©Frontier

싱가포르 국부펀드·세계 최대 자동차기업도 주목한 리빙카본 👀

앞서 언급한 대로 리빙카본은 지난해 6월 프런티어(Frontier) 이니셔티브로부터 사전 구매를 약속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탄소제거 기술 가속화를 위해 9억 2,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조 1,000억원)를 투자합니다.

이어 지난 1월, 리빙카본은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총 2,100만 달러(약 274억원)에 달한 투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 주도했는데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기업 도요타그룹의 벤처캐피털(VC)인 도요타벤처스(Toyota Ventures)도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리사 코카 도요타벤처스 기후펀드파트너는 리빙카본의 합성생물학 기술이 자연기반솔루션과 유전공학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리빙카본이 “앞으로 3~5년 이내 탄소배출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빙카본은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오는 2024년 봄까지 최대 500만 그루의 유전자변형 묘목을 심을 예정입니다. 식재된 유전자변형 나무를 통해 탄소배출권도 발행 및 판매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매디 홀 CEO는 “2023년의 탄소배출권은 이미 매진됐다”며 “현재는 향후 2년 동안의 탄소배출권에 대한 사전판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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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영리단체 ‘유전자변형 나무 반대 캠페인’은 유전자변형 나무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점을 지적한다. ©World Rainforest Movement

유전자변형 나무 현장 식재 소식에 ‘생태계 훼손’ 우려 나와 📢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자연 환경에 유전자변형 나무를 심는다는 소식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유전자변형 나무의 꽃가루와 씨앗이 자연의 나무와 섞여 번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동식물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히는데요.

일단 리빙카본은 자사의 나무가 모두 ‘암나무’로 꽃가루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포플러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별되는 나무인데요. 뿐만 아니라, 자사의 ‘슈퍼 나무’가 포플러나무와 사시나무의 교잡종이기에 기존 포플러나무의 꽃가루로 수분될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비영리단체 ‘유전자변형 나무 반대 캠페인(Campaign to Stop GM Trees)’은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 단체는 유전자변형 나무의 꽃가루와 씨앗이 통제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전자변형 나무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으며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단체 ‘글로벌 정의 생태 프로젝트(GLEP)’는 “유전자변형 나무는 자라나는 위협”이라며 “삼림을 보호하고 재생하려는 노력을 방해해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온실에서 재배되고 있는 리빙카본의 유전자변형 포플러나무 묘목들. ©Living Carbon

온실서만 진행된 ‘슈퍼 나무’ 실험…“효과? 아직 알 수 없음!” 🌲

비판과 별개로, 리빙카본의 ‘슈퍼 나무’에 대한 실험 결과를 인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리빙카본이 공개한 연구 보고서가 동료 평가를 거친 정식 연구 논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 뉴욕주립대 환경과학산림대학의 연구원인 앤드류 뉴하우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리빙카본의 주장이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스티브 스트라우스 미 오리곤주립대 유전학 교수 또한 “온실은 유전자변형 나무의 현장 (식재) 전망에 대해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리빙카본의 자문위원회에 소속돼 현장실험의 일부로 유전자변형 나무 묘목을 재배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해당 묘목이 여전히 잘 자라고 있으나, 대조군 묘목보다 월등한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트라우스 교수는 이어 “투자자들이 이를 모를 수 있다”며 연구실 실험만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실험을 통해 유전자변형 나무의 탄소격리 효과가 입증돼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지속가능 산림 인증기관 대다수가 유전자변형 나무 식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 환경에 유전자변형 나무가 유입될 경우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데요.

이 때문에 리빙카본은 버려진 탄광, 농장 등 사유지에 나무를 식재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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