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패션위크 제친 ‘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는?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것으로 평가받는 4대 패션위크는 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밀라노·미국 뉴욕·영국 런던 등 이른바 ‘패션 도시’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패션위크가 ‘지속가능성 실행계획’을 도입하면서 세계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폐막한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로 평가받았습니다.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나흘간 열린 2023 FW(가을·겨울)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지속가능성 최소 요구사항을 완전히 구현한 첫 번째 시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2020년, 패션테크기업 오드레와 기후변화 컨설팅 기업 카본트러스트는 패션업계의 패션위크 출장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했다. 이들이 공개한 ‘제로투마켓(Zero To Market)’ 보고서에서 12개월 동안 패션브랜드의 구매자와 디자이너들의 출장 탄소배출량은 연간 24만 1,000톤에 달했다. ©greenium

4대 패션위크 연간 탄소배출량 24만톤…“패션위크도 지속가능성 필요해!” 👗

매년 1월과 9월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패션위크가 열립니다. 수천 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도시와 대륙을 이동하면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실제로 패션테크 기업 오드레(ORDRE)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약 24만 1,000톤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패션위크에서 초대장, 포스터, 무대 설치물 등 다량의 폐기물도 발생한단 점입니다.

패션산업이 패션위크에 좌지우지된단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패션산업은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10%, 물 소비량의 20%를 차지합니다. 유행에 맞춰 짧은 주기로 옷을 생산·소비·폐기하는 패스트패션이 유행함에 따라 패션산업의 환경 문제는 더욱 커졌는데요.

패션위크가 패션산업의 패스트패션 유행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단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 2020년,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3개년(2020~2022) 간의 ‘지속가능성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Copenhagen Fashion Week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실행계획’, 어떤 내용 담겼나? 📅

여러 패션위크 중 가장 먼저 변화를 꾀한 곳이 코펜하겐 패션위크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지난 2020년에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지속가능성 실행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정확히는 ‘2020-2022 실행계획(Action Plan)’인데요. 이 계획은 패션위크를 2022년까지 제로웨이스트로 전환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패션브랜드들은 패션위크 동안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폐기물을 모두 줄여야 합니다. 패션위크 사무국은 패션브랜드들에게 6가지 핵심영역에서 충족해야 할 18가지 최소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샘플 의류 재활용·재사용 ▲패션위크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금지 ▲제로웨이스트 무대 세트 ▲행사로 인한 탄소발자국 상쇄 등이 포함됩니다.

이 요구사항은 패션위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의 세실 토스마크 최고경영자(CEO)는 “일 년에 2번 제로웨이스트 이벤트(패션위크)를 개최하는 것”보다 일 년 내내 지속가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해 패션위크는 요구사항에 디자인과 소재부터 소비자 교육, 공급망 노동조건 등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도 포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컬렉션의 최소 50%에 차세대·업사이클링·재활용 등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직원 교육 ▲공급망 실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해당 최소 요구사항은 매년 한 번씩 개정을 거쳐 수정·강화 또는 추가될 계획이라고 패션위크 사무국 측은 밝혔습니다.

 

▲ 바이오가죽을 사용한 가방과 부츠를 선보인 가니(왼)와 셀람 페사헤이 디자이너의 업사이클링 직물로 만든 드레스(오). ©Copenhagen Fashion Week

3개년 계획의 결실…2023 FW 코펜하겐 패션위크 현장은? 👠

지속가능성 실행계획 발표 직후 3년간(2021~2023년)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패션브랜드들에게 지속가능성을 독려했습니다. 해당 계획에 참여하는 패션브랜드를 점차 늘리며, 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 준수 상황을 점검했는데요. 이를 연례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덕분에 패션브랜드는 자사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데요.

이번 2023 FW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참여한 모든 브랜드들에게 지속가능성 실행계획이 적용된 첫해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토스마크 CEO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브랜드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그간 많은 진전이 있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패션위크에 참가한 28개 브랜드 중 단 1곳 만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18가지 요구사항을 달성하면서도 디자이너들은 여러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2021년 포도껍질로 만든 비건가죽을 선보여 주목받은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가 좋은 예입니다. 가니는 올해 패션위크에서 대체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부츠를 선보였습니다. 이 가죽은 오렌지 및 선인장 농장의 부산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인데요.

스웨덴 출신 패션디자이너 셀람 페사헤이는 80년대 비즈 장식과 업사이클링, 재고 의류를 사용한 드레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분홍빛 튤레 직물로 만들어진 드레스는 2016년 발매된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앨범 의상을 상기시켰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재활용·재사용 초대장 ▲채식 메뉴 ▲재사용이 가능한 무대 세트 등 코펜하겐 패션위크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디비전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패션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추구가 패션의 창의성을 가로막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했다. ©(Di)vision, 인스타그램 캡처

지속가능성은 지루하다?…“오히려 좋아!” 👍

일각에서는 과도한 제한이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한계가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디비전((Di)vision)의 공동설립자인 난나 윅은 한계 내에서 작업할 때 새로운 결과물을 발견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디비전의 패션쇼는 이번 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았습니다. 패션위크 첫날의 쇼 마지막, 청중으로 가득찬 무대 한가운데에서 모델이 유리잔을 두드리며 이목을 끕니다.

그가 일어나 걸어나가자 식탁보 전체가 스커트로 변했습니다. 음식과 접시, 담배꽁초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끌려갔습니다. 무대는 이내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는데요.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만 400만 조회수를 넘으며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패션쇼 또한 사장재고(Dead Stock)와 재활용 의류들이 사용됐습니다. 이 밖에도 쏟아진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패션전문지 보그(Vogue)는 “코펜하겐은 패션위크가 책임 있으면서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장재고(Dead Stock): 팔리고 남은 재고 중에서도 너무 오래 방치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재고품. 주로 도매업자에 대량할인돼 판매되거나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의 2022 SS(봄여름) 패션쇼.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스티븐 콜브 CEO는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명 패션브랜드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ouis Vuitton

코펜하겐, 4대 패션위크도 바꿀 수 있을까? 🤔

물론 코펜하겐 패션위크의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요구하는 18가지 기준의 많은 부분이 모호하고, 지속가능성에서도 부족하단 지적입니다.

일례로 앞서 소개했듯 가니의 대체가죽 소재는 농장 폐기물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습니다. 최소 50%에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에 맞춘 것인데요.

재활용 플라스틱은 천연 플라스틱(Virgin Plastic)보다는 지속가능하나, 폐기 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패션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 일부 패션위크는 코펜하겐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뉴욕 패션위크 운영기관인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스티븐 콜브 CEO 또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코펜하겐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뉴욕 패션위크가 당장 유사한 요구사항을 도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패션브랜드들이 기후변화에 맞춰 대응하기를 원한다면 비슷한 조치를 취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순환디자인, 산업

등산에서 나온 쓰레기, 업사이클링 기념품으로 만든다?

그린비즈, 산업

빅테크 기업, 지속가능성과 공존 가능하나? MS·구글 “AI로 솔루션 도출 노력 중”

기후테크, 산업

혁신 가속 vs 기후문제 가속, 양날의 검 떠오른 ‘AI’…“선하게 사용하는 문제 고민해야”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