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입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기반시설(인프라)의 구축 속도가 지역별로 차이가 보이는 상황에서 징검다리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가 지난 6일 공개한 ‘넷제로로 가는 길, 에너지안보와 새로운 에너지믹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역할을 크게 ▲발전 ▲수송 ▲산업(수소 생산) 부문으로 구분해 전망했습니다. 또 부문별 국내 기업의 대응전략을 원재료 확보와 신시장 진입의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미래 에너지 산업 핵심 키워드 ‘친환경성·경제성·안보’ ⚡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에서 과도기적 역할로서 천연가스와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목표선언 시나리오(APS)’를 인용했습니다.
목표선언 시나리오(APS·Announced Pledges Scenario)는 각국 정부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목표 이행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각국의 공약이 적시에 완전히 실행될 경우, 2030년 신규 발전원 대부분을 저탄소 전원이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지 못하며, 배출량 40% 감축에 그칠 것으로 IEA는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위기’가 각국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영향을 줬다고 삼정KPMG는 분석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에너지안보가 대두됐단 것인데요.
삼정KPMG는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에서 ▲친환경성 ▲경제성 ▲안보 등 3개의 키워드가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에너지안보는 단순히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며 “적정 가격으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규제·가격·기술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설비의 보급시기와 속도가 지역별로 달라졌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는데요.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경제성을 만족하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기저발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정KPMG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징검다리로 천연가스 적합” ☁️
IEA가 제공하는 부문별 세계 탄소배출량 데이터에 따르면, 탄소배출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발전(40%)입니다. 이어 수송(23%), 산업(19%) 등으로 배출량이 높았습니다.
1️⃣ 발전부문: 천연가스 기저발전원으로 적합한 대안 🏭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최우선순위는 석탄발전의 축소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천연가스가 기저발전원으로서 활용성을 갖고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수소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같은 보조발전원이 필요합니다. 기반시설이나 가격경쟁력 확보 면에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란 에너지안보를 고려할 때 천연가스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IEA에 의하면, 천연가스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CO2)를 석탄 대비 40%, 석유 대비 20% 적게 배출합니다. 또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전력부문을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면 최대 1,200메가톤(Mt)의 탄소 감축이 가능합니다.
2️⃣ 수송부문: LNG 화물차·추진선 등 활용도 높아 🚛
아울러 수송부문에서도 천연가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고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대형 상용차가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단 점을 사례로 언급했습니다. 2019년 신규로 등록된 유럽의 천연가스 사용차 중 LNG 트럭은 전년대비 3배 증가한 4,510대였습니다. 이는 전체 상용차 신규등록 중 절반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LNG 상용차가 수소 상용차 대중화 전의 공백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LNG 추진선 등 천연가스가 육상과 함께 해상에서도 활용도가 높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천연가스로 만든 블루수소가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원자력, 낮은 발전원 가격·낮은 탄소배출량 등 이점”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선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을 2010년 대비 2.5~6배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세계 전력소비 상위 5개국을 차지하는 중국·미국·인도·일본·러시아 모두 원전에 대한 강력한 부양 의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가령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1년 원전을 무탄소 발전원으로 정의했습니다. 또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의 최초 상업운전을 개시한단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DOE는 SMR 연구개발(R&D)에 16억 5,000억 달러(한화)의 예산을 배정한 상황인데요.
아직 안정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 세계적으로 72개의 SMR이 개발단계에 있습니다.
1️⃣ 발전부문: “에너지안보·친환경성·경제성 모두 만족 가능해” ⚡
보고서는 “수소 및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및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저전원으로서 원전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값싼 국내 원전 발전가격과 낮은 탄소배출량으로 발전부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원자력의 국내 정산단가는 2022년 기준 53원/kWh(킬로와트시)로 발전원 중 가장 낮습니다. 탄소배출량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이에 보고서는 “원자력이 에너지안보·친환경성·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는 발전원”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원자력이 2030년까지 기존 대형원전의 보수 및 신규설비 증설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SMR의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0년 이후에는 재생에너지와 결합한 분산전원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 수송부문: 미래 해상운송 및 우주탐서 적극 활용 예상돼 🚀
수송부문에서는 선박·무인잠수정 등 해상운송수단을 비롯해 우주탐사에서도 원자력이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8년 달에 SMR을 설치해 우주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계획입니다.
삼정KPMG “공급망 전쟁 속 핵심 원재료 확보 주력 필수” 🥊
보고서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가격 충격을 완화하고, 신흥국의 탈탄소화를 도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주요 공급망 전쟁 속에서 핵심 원재료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460톤의 농축 우라늄을 수입했습니다. 러시아·영국·프랑스에서 약 33%씩 수입하는데요. 보고서는 “농축 우라늄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한다”며 “국제사회가 러시아산 우라늄에 제재를 가하거나, 러시아가 우라늄을 전략 물자화해 공급을 제한하면 국내 원전 확대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장기 공급계약 및 공급망 다각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업스트림(Upstream)*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해외 선도기업과 적극적인 파트너십 구축,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등이 신기술 확보에 유효한 전략이 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이경석 삼정KPMG 전무는 “탄소배출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당장에 처한 현실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업스트림: 천연가스 등 자원을 직접 시추 및 채굴하는 산업.
**프렌드 쇼어링: 동맹·동반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및 핵심기술을 공유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