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농업대국 인도, 어떻게 애그리테크 허브로 떠올랐을까?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지(Fortune)가 지난 1일(현지시각) 회계연도 기준, 2022년 전 세계 애그리푸드테크(농식품기술) 스타트업이 총 46억 달러(약 6조 6,000억원)을 조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 규모로는 역대 사상 최대액인데요. 특히,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식품 투자 자금을 조달한 국가에 올랐습니다.

사실 애그리테크는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투자 분야가 아닙니다. 허나,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왜 하필 인도에서 애그리테크가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인도 애그리테크 분야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니엄에서 정리했습니다.

 

▲인도 농업의 낮은 생산성과 기술 및 장비에 대한 접근성 부족, 공급망 접근성 부족 등은 인도 소농이 빈곤한 원인으로 꼽힌다. ©Ramkumar Radhakrishnan

국민 15%가 굶주리던 인도, “농작물 중 40% 소비자에게 가기 전에 폐기” 🌽

중국과 함께 최대 인구 국가 타이틀 1, 2위를 견주는 인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농지를 가진 농업대국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약 60%가 농업에 종사합니다. 또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는 농업에서 나오는데요.

동시에 인도 국민의 15%는 매일 굶주리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인도 푸드뱅킹 네트워크(IFBN)’은 인도 어린이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걸렸고, 매일 약 3,000명이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문제는 인도의 열악한 농업 시스템 때문입니다. 인도 농림부 산하 국립원예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까지만 해도 인도에 위치한 냉장창고는 단 6,300개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이 중 60%는 28개 주 중 단 4개 주에 소재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기반시설(인프라)와 비효율적인 공급망으로 인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도에서 생산된 농작물 중 약 40%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에 손실, 즉 폐기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 가치는 약 140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데요.

 

▲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모리 총리는 2016년 4월 ‘농업인 소득 2배 증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농업 생산성 극대화 및 농업 디지털화 정책을 펼쳤다. © Narendra Modi, 페이스북

인도 정부 “농가소득 향상 위해 농업 디지털화에 힘 쏟을 것!” 🇮🇳

열악한 농업 시스템은 역으로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2016년 4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농업인 소득 2배 증가 이니셔티브(DFI·Doubling of Farmers Income)’를 제안하며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농업의 디지털화에 힘을 쏟았습니다.

여기에 2015년 4G 통신서비스 확대 정책인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운동으로 저렴한 통신 설비와 보급형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농촌지역까지 확대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밖에도 농업 디지털화를 위해 다양한 개혁 프로그램을 운용했는데요.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수출 확대를 위한 운송·마케팅지원정책(TMA scheme) ▲멘토링·네트워킹·투자유치 등을 위한 정책(Agri-Udaan Program)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농기계·장비를 임대할 수 있는 센터(Custom Hiring Service Centers) 설립 ▲범인도 전자 온라인 거래 포털인 국립농업마켓(eNAM) 설립 등이 있습니다.

 

▲ 언스트앤영은 2020년 기준, 인도 애그리테크의 현 시장크기(검정)를 2억 400만 달러, 잠재 실현가능 수익(연회색)은 240억 달러로 평가했다. 잠재 실현가능 수익을 매출액으로 환산하면(진회색) 1,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Ernst & Young

인도 애그리테크 급성장, 잠재가치 무려 1700억 달러에 달해 💰

인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인도의 농업 생태계는 급격한 성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을 뜻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즉 유니콘 기업 후보로 떠오른 대다수의 애그리테크 기업이 2015년 전후로 설립됐습니다.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2021년 보고서에서 지난 4년간(2017~2021년) 인도 애그리테크에 10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인도 애그리테크 기업들이 조달한 투자금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2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0억원)로 추산됩니다.

또한, 인도 애그리테크의 잠재 실현가능 수익이 240억 달러(약 31조원)로 평가된다고 미국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은 분석했습니다. EY은 인도 애그리테크 시장이 2025년에는 300~350억 달러(약 40~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는데요.

실제로, 2019년 450여개뿐이었던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은 2022년 11월 기준 1,600여개로 급증했다고 인도의 글로벌 스타트업데이터플랫폼 트랙슨(tracxn)는 보고했습니다.

이들은 농작물 생산·관리에 ICT 기술을 접목하고, 물류와 유통을 디지털화하며 인도 농식품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는데요.

 

▲ 인도 애그리테크 스타트업 드하트는 지난 1일(현지시각) 6,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E 펀딩에 성공하며 인도 최초의 애그리테크 유니콘 기업 유망주로 떠올랐다. ©DeHatt, 페이스북

인도 애그리테크 분야 사로잡을 차세대 유니콘 기업 누구? 🦄

애그리테크는 일반적으로 ▲투입 접근성(Access to Farm Input)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시장 연계(Market Linkage) ▲서비스로서의 농업(FaaS·Farming as a service) ▲금융(Financing) 등 5가지의 세부 분야로 나뉩니다.

  • 투입 접근성 🌱: 종자, 비료, 농기구 등 농사에 들어가는 투입 자원을 농부들이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합니다.
  • 정밀농업 📱: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토양·작물·지역특성 등 다양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료·물·노동력 등 투입 자원은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생산방식을 말합니다.
  • 시장 연계 🌽: 이렇게 생산된 식품의 손실을 방지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의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분야입니다.
  • 서비스로서의 농업(FaaS) 🛎️: 최근에는 효율적인 농업을 위해 총체적인 농업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FaaS(Farming as a service) 분야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 금융 💰: 농부들의 애그리테크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분야인데요.

 

이들 세부 분야를 중점으로 인도에서 떠오르고 있는 대표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을 살펴보자면.

 

1️⃣ 인도 최초의 애그리테크 유니콘 유망주로 떠오른 ‘드하트’ 🦾

투입 접근성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스타트업은 2012년 설립된 드하트(DeHaat)입니다. 인도 힌디어로 ‘마을’을 뜻하는데요. 드하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농부들이 종자, 비료, 농기구 등 원자재를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농식품 구매자 연결과 운송망 확보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통합농업시스템(IFS·Integrated Farming Systems)’까지 시작했는데요. 현재 인도 11개 주, 11만 개의 마을에서 150만 농부를 돕고 있습니다.

한편, 드하트는 지난 1일(현지시각) 벨기에 투자사 소피나벤처(Sofina Ventures)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공동 주도한 시리즈 E 펀딩에서 6,000만 달러(약 781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드하트의 기업가치는 7억에서 8억 달러(9,000억~1조원)로 평가받으며 인도 최초의 애그리테크 유니콘 기업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 위성, 드론, AI 등 ICT 기술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결합한 정밀농업 스타트업 크로핀(왼)과 AI와 ML, 앱 플랫폼을 사용한 공급망 스타트업 닌자카트(오). ©greenium

2️⃣ 정밀농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융합한 ‘크로핀’ 🛰️

2010년 설립된 크로핀(Cropin)은 위성이미지와 AI 그리고 머신러닝(ML) 기술을 사용해 작물 상태를 원격 모니터링합니다. ICT 기술을 활용해 전체 재배 과정을 디지털화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정밀농업 스타트업과 별다를 것이 없어보이는데요.

크로핀의 차별점은 농업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결합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초로 농업 전용 클라우드 솔루션인 크로핀 클라우드(Cropin Cloud)를 출시했는데요.

이를 통해 92개국에서 500개 이상의 작물, 1만개 이상의 품종을 다루는 세계 최대의 작물 지식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3️⃣ 월마트가 주목한 인도 최대 공급망 스타트업 ‘닌자카트’ 🧃

닌자카트(Ninjacart)인도의 공급망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에게 물류 및 인프라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단 12시간 이내에 농장에서 소매업체·레스토랑으로 신선식품을 배달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AI, ML, 앱 등을 종합적으로 사용해 시장 수요와 물류 현황을 파악한 덕분에 가능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농부는 더 좋은 가격에 공급자를 찾을 수 있고 소매업체는 신선한 농산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운송 과정에서 폐기되는 농산물도 줄였습니다.

글로벌유통 대기업 월마트도 닌자카트를 주목합니다. 월마트는 2019년 5,000만 달러(약 653억원)를 직접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월마트가 인수한 인도 전자상거래기업 플립카트(Flipkart)로부터 1억 4,500만 달러(약 1894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습니다.

 

+ 한국엔 이미 애그리테크 유니콘 기업이 있다는 사실! 🇰🇷
우리나라에는 창업 7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은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농축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인데요. 농산물 15만 종의 가격품질·무역 등이 담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또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요. 이를 통해 농산물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과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 트릿지는 지난 8월 DS자산운용이 단독으로 참여한 시리즈 D 펀딩에서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당시 기업가치를 3조 6,000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첫 애그리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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