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해결책, ‘땅 위’만 생각했다면? 이젠 ‘해양’ 기후테크에 주목해야해!

대개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과 나무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산업화 시대 이후 인간 활동에서 배출된 열의 90%와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바다가 흡수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바다는 온실가스 흡수에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럼에도 이제껏 기후변화는 산림·토양·대기 등 ‘땅 위’의 일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대로 ‘해양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이어졌는데요.

기후대응에서 그간 간과됐던 바다와 ‘해양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되짚고, 기술 가속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 해양탄소순환.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직접 용해되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통해 해양으로 배출된다. ©IAEA

기후대응 솔루션, ‘숲과 나무’만 생각했다고? 바다도 중요해!🌲

숲과 나무는 그간 대표적으로 주목받은 기후솔루션입니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산림벌채를 중단하고, 재조림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IPCC 및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열의 90% 이상을 대기가 아니라 바다가 흡수했습니다. 이는 물 분자가 기체 분자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바다가 열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훨씬 빠르게 상승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바다는 훌륭한 탄소저장고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바다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분의 1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직접 바닷물 속에 용해되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통해 격리되는데요.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은 육지의 풀과 나무처럼 광합성을 합니다. 이들이 흡수한 탄소는 먹이사슬을 따라 격리되는데요. 수천 년 동안 많은 해양 동식물이 탄소와 함께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해저퇴적물로 격리됐습니다.

 

▲ 1993년부터 2022년까지의 해수면 상승을 나타낸 그래프. 지난 30년간 해수면 상승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 ©UN

기후변화 완충 역할해온 해양…해양온난화·산성화로 무너지고 있어! 🌊

이처럼 바다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흡수하며 지구온난화를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바다에 흡수되는 열과 탄소가 과도해지면서 이미 과포화된 바다의 흡수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해양온난화와 해양산성화가 심화됨에 따라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은 차가울수록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인데요.

또한, 물은 열을 흡수하면 부피가 팽창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즉, 해양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이 더 가팔라진단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올해 3월 미국 럿거스대 등 국제공동연구팀 “현대 해수면 상승의 출현 시기는 해양온난화의 시작과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네키이션스’에 게재됐습니다.

해양온난화는 또 해양생태계 파괴로 이어집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 평균온도가 1.1℃ 상승함에 따라 해양생태계의 약 60%는 이미 성능이 저하됐거나 지속불가능한 상황입니다. UNESCO는 지구 평균온도가 1.5℃로 상승할 경우 전체 산호초의 70~90%, 2℃로 상승할 경우 산호초가 100% 전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양산성화도 문제입니다. 해양산성화는 해수 속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지는 것을 뜻하는데요. 특히, 탄산칼슘으로 껍데기를 만드는 조개·홍합 등 패각류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해양 재생재생·복원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블루 이코노미’ 때문이야! 🎣
해양생태계 파괴는 인간의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식품, 관광, 운송, 항만 기반시설 등 해양으로 기반으로 하는 경제, 즉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2017년 세계은행(WB)이 보고서 ‘블루 이코노미의 잠재력(The Potential of The Blue Economy)’에 의하면, 세계 블루 이코노미 규모는 연간 3조 달러(약 4,000조원)에서 6조 달러(약 8,000조원)로 추정됩니다. 또 해안선 근처에 사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0%인 24억 명, 30억 명 이상이 바다에 생계를 의존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는데요. 기후변화, 해양온난화, 어류자원 고갈, 플라스틱 오염 등으로 인해 블루 이코노미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 해양 기반 감축 옵션 채택 시 2050년 배출량 격차 해소에 기여도 그래프. ©WRI, greenium 번역

WRI, 해양 기반 기후솔루션 1.5℃ 경로서 배출격차 21%가량↓ 🦈

바다는 적절한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1.5℃ 경로, 즉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세계자원연구소(WRI)‘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해양(The Ocean as a Solution to Climate Change)’이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해양 기반의 기후행동이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크게 ▲해양 기반 재생에너지 ▲선박 등 해상 운송 ▲연안 및 해양생태계 ▲어업 및 해양 양식업 ▲식단 변화 ▲해저 탄소저장 등 5가지 기후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5가지 해양 기반 기후솔루션을 통해 1.5℃ 경로로 가기 위한 배출격차를 21%가량 줄일 수 있다고 WRI는 분석했습니다. 배출격차는 현재 추세·정책이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과 지구온도 상승 제한을 위한 목표 배출량 간의 차이를 말합니다.

 

▲ 던 라이트 교수는 해저 탐사 및 연구에 전념해온 지질학자이자 해양학자이다. 흑인 중에서는 최초로 바다에서 가장 깊은 지점인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디프’에 도달한 인물이다. ©Esri

기후솔루션 가속화 위해선 더 많은 ‘해양 기후테크’ 필요해 📈

WRI의 보고서가 나온 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으나, 바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최근 이를 지적한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사 그린비즈(GreenBiz)가 주최한 지속가능성 컨소시엄 ‘버지 22(VERGE 22)’에 참석한 던 라이트 교수가 제언한 것인데요. 미 오리건주립대 교수인 그는 세계 해저를 탐사하고 ‘해저 매핑’과 모데링에 전념해온 지질학자이자 해양학자입니다.

라이트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자신은 경제학자나 금융가는 아니지만, 현재 기후테크에 투자되는 수십억 달러 중 1%만이 해양 기후테크에 사용된단 사실에 놀랐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구 표면 면적의 약 70%가 바다에 덮여있단 점을 언급했는데요. 이 때문에 바다 없이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라이트 교수는 이어 “우리의 바다는 기후·탄소솔루션을 확장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벤처캐피털 프로펠러는 지난 10월, 해양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발표했다. ©Propeller,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더 많은 해양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관심과 투자를 쏟아야 한다고 라이트 교수는 역설했는데요. 일례로 벤처캐피털(VC) 프로펠러(Propeller)가 발표한 펀드를 소개했습니다.

프로펠러는 해양 기반 과학 및 기술을 연구하는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입니다. 지난 10월 프로펠러는 1억 달러(약 1,323억원) 규모의 펀드를 발표했는데요. 미국 우즈홀해양과학연구소(WHOI)와 협력해 해양 기후테크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창업 초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돕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 펀드는 다음 3가지 유형으로 해양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 해양 탄소(Ocean Carbon) 🔍 : 해양 탄소제거(CDR) 및 블루카본 방법론, 측정·보고·검증을 위한 기술.
  • 해양유기물(Ocean Organics) 🦠: 포장·식품·에너지 또는 제약 응용 분야에 조류·다시마·미생물 등 해양유기물을 사용한 혁신적인 기술.
  • 해양산업(Ocean Industrials) 🚢: 해상 운송, 파력 에너지, 해수담수화 같은 탈탄소·효율화 솔루션을 구현하는 기술.

펀드 조성에 참여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HubSpot)의 브라이언 할리건 회장은 해양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내일의 일각고래’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을 빗댄 것으로, 해양 기후테크에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 마리아나 해구의 3D 매핑 이미지. ©deepseadawn, 인스타그램

“별에 대해 생각하고 달과 화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그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성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것(지구)은 여전히 우리의 유일한 행성입니다.”

던 라이트 교수

라이트 교수는 해양이 덜 관심을 받는 이유로 심해 탐사가 부족한 것을 꼽았습니다. 라이트 교수는 현재 지리정보시스템(GI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글로벌기업 에스리(Esri)의 수석 과학자를 맡고 있는데요. 그는 여전히 해저의 4분의 1만이 지도로 매핑된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양을 이해하기 위해선 매핑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는데요.

때문에 그는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행성 지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양식업·해상풍력발전소 등과 같은 해양 기후솔루션을 많이 만들기 위해선 해양 기후테크가 바다에 미칠 영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라이트 교수는 밝혔는데요. 해양 모니터링 등 기초연구 또한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한국은 갯벌의 ‘블루카본’ 등록 추진 중…저탄소·무탄소 선박기술 상용화할 것! 🇰🇷
갯벌, 잘피, 염생식물 등 연안 및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부릅니다. IPCC가 국제 공식 감축수단으로 인정한 블루카본에는 맹그로브 숲, 염습지, 잘피림 등이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는 갯벌을 국제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갯벌의 탄소흡수능력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국내 갯벌의 연간 탄소흡수량이 최대 49만 톤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또 해수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블루존 내 한국 파빌리온(홍보관)에서 탄소흡수원으로써의 갯벌의 가치를 알리고자 블루카본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한편, 지속가능한 해운을 위해 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무탄소 선박기술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기후대응에 효과적인 맹그로브 숲…열대우림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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