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위기의 최악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는 가능한 한 빨리 화석연료를 포기해야 합니다.”
셀윈 하트 유엔 기후행동 특별고문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개막한 지 6일째인 지난 11일(현지시각)의 테마는 ‘탈탄소의 날(Decarbonization Day)’이었습니다.
이날 세계 정상 및 정상급 대표들은 ‘국제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과 같은 기존 기후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아울러 5개 주요 부문 탈탄소 마스터플랜 등 국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 및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같은날 COP27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5억 달러(약 6,602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탈탄소의 날에는 어떤 기후공약들이 나왔는지 정리했습니다.
시멘트·철강·화학·석유화학 분야 탈탄소 위해, 순환경제적 접근 필요해! ♻️
COP27 ‘탈탄소의 날’에는 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가 주요하게 논의됐습니다.
‘탈탄소화’란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이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토양과 식물의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대안적인 생활과 작업 방식을 찾는 것”이라 설명했는데요.
이날 열린 ‘탈탄소화 챌린지’ 패널 토론에서는 철강·시멘트·석유 및 가스 등 탄소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탈탄소화의 중요성이 논의됐습니다.
같은날 유엔은 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시킬 방법이 담긴 새로운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유럽유엔경제위원회(UNECE)가 탄소중립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 발간한 ‘탄소중립 에너지 집약산업(Carbon Neutral Energy Intensive Industries)’ 기술 브리핑 보고서인데요.
먼저 보고서는 시멘트, 철강, 화학 및 석유화학 산업을 주요한 탄소배출원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전 세계 CO2 배출량의 25%, 산업 내 CO2 배출량에서는 66%를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는데요.
탄소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이들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배출감소가 더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특성상 고온을 필요로 하는 탓에 탈탄소화가 어렵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로 ‘순환경제’ 접근방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는데요.
탄소 감소·포집·재사용·제거를 기반으로 하는 ‘순환탄소경제’를 채택하면 새로운 재료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기후대응의 핵심키 ‘메탄!’…UNEP 메탄 감축 위한 새로운 시스템 공개해 💭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또한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메탄*은 CO2보다 훨씬 빨리 대기를 떠나기 때문에 메탄 배출 감축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크고 빠른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뒤따르듯,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환경감시기구는 이날 인공위성 기반의 메탄 경보·대응 시스템(Methane Alert and Response System·MARS)을 공개했습니다. MARS는 기존의 인공위성 네트워크에 기반해 전 세계의 메탄 누출을 찾아내고, 그 규모를 추정해 책임을 물을 회사·정부를 판별할 것이라고 UNEP는 설명했는데요.
UNEP는 45~75일가량 지나면 누출 관련 정보와 회사·정부의 대응을 데이터베이스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은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과 미국, EU 등이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UNEP는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이 새로운 경보·대응 시스템은 우리 모두가 국제메탄서약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COP26의 중요 성과였던 국제메탄서약 이행을 재차 강조한 것인데요.
케리 대사는 주요20개국(G20)이 전 세계 배출량의 80%를 배출하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국제메탄서약에 전념한다면 2030년까지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메탄(CH4):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에 28배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온실가스. 그에 비해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약 10년으로, 체류기간이 100~300년인 CO2에 비해 훨씬 짧다.
COP26 ‘획기적인 의제’ 이어나갈 ‘마스터플랜’ 발표해! 🗒️
새로운 이니셔티브만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COP27 의장국 이집트를 포함해 영국(COP26)과 아랍에미리트(COP28) 등 3개 당사국총회(COP) 의장국들은 전력, 도로·운송, 철강, 수소, 농업 등 5개 주요 부문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습니다. 일명 ‘획기적인 의제(Breakthrough Agenda)’로 불리는 계획인데요.
이 계획은 지난해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 45명의 세계 지도자 연합이 발표한 이니셔티브입니다. 주요7개국(G7), 인도, 이집트, 모로코 등 47개국과 함께 EU 집행위원회도 참여하는데요. 참여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경제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는 COP28에서 제공할 25개의 협력 조치와 COP28까지 12개월 기간의 실행 계획이 담겼습니다. 부문별 우선순위 조치를 설정하고, 이를 따를 수 있도록 국가·민간금융·산업이 독려하는 방식인데요.
우선순위 조치에는 ▲저공해·제로 탄소강 및 수소, 지속가능한 배터리의 공통 정의 개발 ▲필수 기반 시설 프로젝트의 배치 강화 ▲오염 배출 자동차 및 모빌리티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공통 목표 날짜 설정 ▲수십억 파운드의 민간·공공 자금 조달 ▲기후투자기금으로 개발도상국 및 신흥시장 지원 강화 ▲식량 불안정·기후변화·환경파괴 솔루션을 위한 연구, 개발 및 시연(RD&D)에 투자 유도 등이 해당됩니다.
+ 패션산업도 탈탄소화 적극 동참해! 👔
같은날, COP27의 부대행사로 ‘기후행동을 위한 UN 패션산업 헌장(이하 UN패션헌장)’ 행사도 열렸습니다. 패션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탈탄소화의 필요성이 시급한데요. UN패션헌장은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2018년에 시작됐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원자재 생산, 제조, 유통에 이르는 전체 패션 공급망에서의 탈탄소화 중요성이 제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