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오는 18일(현지시각)까지 열립니다.
개막식 이튿날인 7일부터 8일까지, 양일간 각국 정상 및 정상급 대표들이 참석한 COP27 정상회의도 마무리된 상황. 이후 폐막식 전날까지 총 11개 분야의 테마로 기후대응 토론 및 합의가 진행되는데요.
지난 9일은 ‘금융(Finance)’을 주제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탄소배출권 시장 ▲기후재원 등이 논의됐습니다. 일명 ‘금융의 날’(Finance Day)’에 모인 이들은 기후문제 대응 및 적응을 위한 재원을 주문했습니다.
이날 기후취약국 지원을 위한 정책 및 이니셔티브가 여럿 발표됐는데요. 어떤 것들이 나왔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美, 기후취약국 지원 위한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 ETA 파트너십 발표 🇺🇸
COP27 금융의 날인 9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명 ETA(Energy Transition Accelerator)이라 불리는 파트너십인데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들여 설립한 ‘베이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과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 그리고 미 국무부가 파트너십에 참여합니다. 펩시,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ETA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은 탄소 감축 규제 의무가 없는 분야에 대해 기업 및 기관이 사회적 책임 또는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뜻합니다.
ETA는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 및 기후재난 예방 등 탄소상쇄(Carbon Offset)에 기여한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발행하면, 탄소감축을 해야 하는 기업이 배출권을 사도록 합니다. 기업이 배출권 구매에 지불한 금액은 전액 개도국 에너지 전환에 사용되는 것인데요. 베이조스 지구 기금과 록펠러재단은 오는 12월부터 첫 기부금을 출연할 예정입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1,000억 달러(약 137조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고 케리 특사는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최대 23억 톤까지 줄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미 국무부에 따르면, ETA를 통해 생성된 배출권 가치의 5%는 개도국의 기후적응에 사용됩니다.
유엔사무총장, 美 ETA 일단 지지…‘표준·규제 등 안전장치’ 전제돼야 해!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안전장치’를 전제로 ETA 발족을 지지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이 말한 ‘안전장치’는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에 대한 표준 및 규제가 필요하단 뜻인데요. 구테흐스 총장은 “표준·규제가 없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큰 우려대상”이며 “무엇보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TA를 운영하기 위해선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이 내년 COP28(28차 당사국총회) 때부터 가동돼야 한다고 케리 특사는 밝혔습니다. 또 현재 칠레와 나이지리아가 ETA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로 소개했습니다.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SBTi), 자발적 탄소 시장 이니셔티브(VCMI),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청렴위원회(ICVCM) 그리고 세계자원연구소(WRI)와 협의해 관련 표준안을 만들 것이라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COP27에 참석한 개도국 정부 대표단 상당수는 ETA에 대해 여러 비난을 제기했습니다. 대표단 상당수는 미국이 자국 기업의 배출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ETA 파트너십? 미 행정부의 최선책일지도 몰라! 💸
이에 대해 CNN은 미 정부가 자국 내 정치 상황에 따른 최선책을 내놓은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2022년 회계연도에 미 의회 상·하원은 기후재원 마련 방침을 반영하지 않았는데요. 최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며 행정부가 기후재원을 마련하는 건 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지나 매카시 전(前)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가속화하겠단 약속을 분명히 했지만, 미 의회 역시 (개도국을) 진전시키는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어 “미 의회가 필요한 자원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해내야 할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가 케리 특사가 지닌 고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메탄 감축 위한 별도 재원 마련할 계획! ☁️
한편, 케리 특사는 이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 함께 15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재원은 미 주정부와 블룸버그 전 시장을 통해 마련될 계획인데요. 해당 재원은 국제메탄협약(Global Methane Pledge) 이행에 우선 사용될 계획입니다.
중국 기후 특사 “손실과 피해 보상 메커니즘 기여할 것”…‘재정 지원’ 빼고! 🇨🇳
셰전화(謝振華) 중국 기후특사는 이날 “더 빈곤한 나라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겪는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메커니즘”에 기여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신화망(新華網) 등에 따르면, 셰전화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과 피해 이슈에 대한 개도국의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셰 특사는 “비록 중국은 (개도국이어서) 의무는 없지만, (손실과 피해) 보상 논의에 기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개도국에게 손실과 피해 보상을 지원하자는 주장에 대해 중국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인데요.
또한, 셰 특사는 COP27 총회를 계기로 케리 특사와 물밑 접촉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미중 양국의 기후협력은 잠정 중단된 상황인데요. 셰 특사는 “중국과 미국이 공식 대화를 다시 열지는 않았지만,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총회 활성화 차원에서 케리 특사를 만났다”고 인정했습니다.
해당 회동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지원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OP27 ‘금융의 날’서 발표된 기후취약국 지원 및 투자 정책들 💰
한편, 영국은 이날 기상이변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영국수출금융청(UKEF)이 내놓은 CRDC(Climate Resilient Debt Clauses) 이야기인데요.
영국 정부로부터 공공차관(sovereign lending)을 쓴 개도국 및 도서국이 기상이변으로 인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상환을 일시적으로 연기하도록 돕는 이니셔티브입니다.
팀 레이드 UKEF 이사는 COP27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해 일부 국가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CRDC는) 부채 상환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해당 국가가 위기대응 및 복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정부가 기후취약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적응을 위한 투자를 잇따라 발표했는데요. 이 중 몇 개만 알아본다면.
- 남아공 재생에너지 전환 🇿🇦: 미국영국·프랑스·독일·유럽연합(EU)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85억 달러(약 12조원)를 지원하는 ‘공정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남아공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돕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요. 이는 작년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 나온 계획이 구체화돼 발표된 것입니다. 9일 프랑스와 독일은 3억 유로(약 4,119억원)의 양허성 자금을 남아공에게 제공하는 대출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 아프리카 도울 기후취약금융 🌍: 아프리카 대륙의 85개 이상의 보험사 그룹이 아프리카 내 기상이변 예방을 위해 140억 달러(약(19조원)를 모으기로 약속했습니다. ACRF(African Climate Risk Facility)라 불리는 그룹은 아프리카 내 기후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기상이변에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데요. ACRF는 현재 개발 파트너 및 자선가에게 자금 중 일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자금은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관리할 계획입니다.
- 물·식량·에너지 생태계 지원 🇪🇬: COP27 의장국인 이집트는 NWFE(Nexus on Water, Food and Energy)을 발표했습니다. NWFE는 물·식량·에너지 부문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인데요. 이집트 정부는 15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이 파트너로 참여한 상황입니다.
선진국 기후지원책 발표…개도국 “대출 아닌 ‘손실과 피해’ 보상 원해” 📢
다만, 개도국들은 대출 형태의 지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대출 특성상 가난한 개도국들은 부유한 선진국들보다 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태풍 등과 같은 기상이변이 더 심해지며 개도국들을 더욱 옥죄고 있습니다.
대출 형식의 지원이 ‘에너지 식민주의’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인도와 중국도 개도국 손실과 피해 보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손실과 피해’ 관점에서 개도국 및 기후취약국에게 재원이 보상돼야 한단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졌습니다.
+ 개도국 기후대응 비용 얼마나 필요할까? 📈
영국과 이집트의 의뢰로 작성된 ‘기후행동을 위한 금융(Finance for Climate Action)’ 보고서가 이날 공개됐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이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기상이변 대응에 필요한 투자 규모만 2025년 1조 달러(약 1,388조원)로 추산됐습니다. 2030년에는 2조 4,000억 달러(약 3,330조원)가 필요한데요. 보고서는 비용 중 절반은 스스로 조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세계은행(WB) 등이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