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롯데, ‘순환경제 구축’ 위해 열분해 사업 적극 추진

IBK투자증권 “플라스틱 순환경제 경제성 확보”

폐플라스틱을 고온가열해 원유를 뽑아내는 열분해. ‘도시유전’으로 불리며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월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플라스틱 열분해 산업 규제 개선과 산업 육성을 위해 전폭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IBK투자증권은 “세계 경제 시스템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변화 중”이라며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 4곳을 관심기업으로 추천했습니다. 지난달 28일 IBK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 ‘현대판 연금술 열분해’에 담긴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세계 순환경제 내에서 환경적인 측면, 시장 규모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하면 폐플라스틱 분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열분해(화학적 재활용)가 “오염 정도 및 제품 종류에 따라 재활용이 제한되는 물리적 재활용과 단순 소각에 불과한 열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그리니엄이 자세히 뜯어봤습니다.

 

▲ 바스프는 폐매트리스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개발해 독일 슈바르하이츠데 사업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폐매트리스에서 나온 물질은 새 매트리스 생산에 사용 가능하도록 가공된다. 회사 측은 폐기물 배출량과 천연자원 사용량을 모두 줄인단 점에서 화학적 재활용을 ‘순환솔루션’으로 소개한다. ©BASF

IBK투자증권, “순환경제, 탄소절감 비용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한 솔루션”💰

유럽 플라스틱 산업협회인 플라스틱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 6,700만 톤에 달합니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과 대비해 2030~2035년에 2배, 2050년에 3배로 증가할 것으로 협회는 추정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21년 451억 달러(약 63조 8,600억원)에서 연평균 7.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오는 2026년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650억 달러(약 9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IBK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가 경제성이 확보됐다고 설명합니다.

보고서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60유로(약 8만 5,000원) 이상에 형성돼 있는 반면, 순환경제 내 탄소절감 비용이 1톤당 50유로(약 7만원) 이하란 점을 고려해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솔루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국제 유가 상승 및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열분해 기술이 떠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인 경제성 문제가 해소돼 재생에너지 기술 중 하나로 (열분해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8월 1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알엠 화성공장(재활용 업체)에서 자동선별기 등 재활용 공정 현장을 확인 중이다. ©환경부

IBK투자증권, 정부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 덕에 열분해유 생산량 증가 예상 📈

우리나라의 경우 민관 연구소에서 열분해 기초 연구가 이뤄졌는데요. 2000년대 초반 시장 규모 이슈 및 경제성 문제로 대기업이 열분해 기술에서 철수했습니다. 이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열분해 기술개발이 진행됐습니다.

국내 열분해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입니다. 혼합폐플라스틱을 대상으로 상용화 공정 개발 및 활용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인데요. 앞서 설명한 대로 열분해 경제성 문제가 해결되고 환경규제 정책이 대거 등장하며 대기업 상당수가 열분해 연구에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실질적으로 열분해 상용화 공정을 운영 중인 국내 업체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16곳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 덕에 열분해 관련 기술, 산업, 시장 형성 모두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당 정책에 크게 ▲규제 개선 ▲인센티브 확충 및 재정지원 확대 ▲산업 기반 구축 계획 등이 담긴 덕입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에 따르면, 열분해 기술을 이용한 폐플라스틱 처리량은 2019년 1만 3,780톤에서 2021년 2만 7,080톤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기간 열분해유 생산량은 4,163톤에서 8,617톤으로 약 2배 증가했는데요.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 열분해 시설 확충, 석유·화학업체의 신규 진입을 고려하면 폐플라스틱 처리량과 열분해유 생산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플라스틱 열분해 활용 위한 규제 개선 정책, 구체적으로 본다면?

 

▲ LG화학과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제휴한 영국 런던 소재 무라테크놀로지스 공장 설비 모습. ©Mura Technology

LG화학·SK이노베이션·롯데케미칼, ‘순환경제 구축’ 위해 열분해 적극 추진 ♻️

IBK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열분해 관심 기업으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을 꼽았습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이란 공통된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순환경제 구축과 함께 열분해 사업을 추진 중인 이들 기업의 상황을 핵심만 알아본다면.

 

1️⃣ LG화학

LG화학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2021년 10월 ‘초임계 열분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영국 무라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초임계 열분해 방식은 폐플라스틱에 직접 열을 가하는 대신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열을 가하는 것인데요. 액체의 용해성과 기체의 확산성을 모두 보유한 덕에 특정물질을 추출하는데 유용합니다. 또 수증기를 이용할 경우 반응로 내 그을림이 발생하지 않아 연속 운전이 가능해 효율성이 증가하는데요.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초임계 열분해 방식을 이용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건설할 계획입니다. 오는 2024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열분해유를 연간 2만 톤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초기 원료인 납사(나프타)를 추출하고, 추출된 납사를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LG화학 측은 “약 10톤의 비닐·플라스틱 투입시 8톤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다”며 “나머지 2톤가량의 부생가스는 초임계 수증기 제조 등 공장 운전을 위한 에너지로 재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현장애로 해소: LG화학·롯데케미칼, ‘플라스틱 솔루션’에 1.3조 투자 열려!

 

▲ SK지오센트릭은 10월 19일부터 26일까지, 독일 뒤셀도프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 플라스틱·고무 박람회 ‘K 2022’에 참가했다. SK지오센트릭은 박람회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계획을 소개했다. ©SK이노베이션

2️⃣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도입 중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해외 열분해유 생산 업체 및 해중합 기술을 보유한 곳에 투자를 진행했는데요.

최근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사업장인 SK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위해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크게 ▲순환경제 구축(1조 7,000억원)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한 친환경제품 확대(3조원)에 투자되는데요.

회사 측은 울산CLX 부지에 연간 폐플라스틱 25만여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이곳에서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 복합소재를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데요.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은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열분해를 일컫는 말입니다.

박천석 SK지오센트릭 팀장은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시설은 이곳이 세계 최초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SK지오센트릭 ‘열분해유 방법론’ 환경부에 승인받아! ⚖️
올해 4월 SK지오센트릭은 직접 개발한 열분해유 방법론을 환경부로부터 승인받았습니다. 이는 열분해유의 온실가스 감축량 및 흡수량을 계산하거나 모니터링 하기 위해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방법론 승인은 외부 사업 추진 시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증받을 수 있단 뜻인데요. 이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9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SK이노베이션의 탄소중립 목표와 연결됩니다.

 

▲ 롯데케미칼이 자사기술로 개발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의 모습(왼)과 울산공장의 전경(오). ©롯데케미칼

3️⃣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2020년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계 구축을 위해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란 시범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시범사업을 거쳐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세스 구축이란 비전이 설정됐는데요. 크게 ▲루프 롯데(LOOP LOTTE) ▲루프 클러스터(LOOP Cluster) ▲루프 소셜(Loop Social)이란 프로젝트로 발전해 진행 중입니다.

먼저 루프 롯데는 롯데 내 모든 기반시설을 활용해 그룹 내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루프 클러스터는 지역 내 모은 폐플라스틱을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롯데는 지자체와 손을 잡고 지역 선순환 체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루프 소셜은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에 혁신적인 기술력이나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와 별개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100만 톤 이상 판매를 목표로 설정했는데요. 100만 톤 중 41만 톤을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생산해 판매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월 울산시와 친환경 플라스틱 재활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이 협약은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4.5만 톤 규모의 해중합 공장 신설 ▲11만 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설비 구축 등의 내용입니다.

지난 8월, 롯데케미칼은 자체 기술로 울산2공장의 페트(PET) 공장 개조를 완료했는데요. C-rPET 4,200톤을 시범 생산에도 성공했습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울산2공장을 C-rPET 생산으로 전면 전환할 계획인데요.재활용 제품 대량생산에 필요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중소기업과 협업을 확대 중입니다.

 

+ 열분해 원료로 폐타이어도 활용 가능해! ⚗️
열분해 원료로 폐타이어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합니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이 순환경제 등 친환경 정책을 연이어 발표함에 따라 폐타이어 관련 열분해 시장이 새로 태동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는데요. 일본 타이어 기업 브리지스톤(Bridgestone)은 자국 1위 석유기업 에네오스(ENEOS)와 폐타이어 열분해 사업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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