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가치소비로 떠오른 ‘비거노믹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궁금하다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하고자 채식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동물복지 및 지구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MZ세대(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채식 문화가 확산 중인데요. 2021년 기준 국내 비건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 2008년(15만 명) 대비 약 200만 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친환경 소비 트렌드와 가치소비가 접목된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부상하고 있단 분석입니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이러한 분석이 담긴 ‘비거니즘의 부상’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오늘날 비거니즘이 이전과 다르단 점을 언급했는데요. 이와 함께 비건 산업의 성장 및 기업 대응 방향 사례 등도 소개했습니다.

비건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요. 또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그리니엄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iStock

‘채식주의’와는 다르다! 새롭게 떠오른 비거노믹스 특징은? 🥦

MZ세대의 가치소비와 친환경 트렌드가 접목돼 비거노믹스가 급부상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비거노믹스는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전반적인 산업을 뜻합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동물복지와 지구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06년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를 인용했습니다. FAO는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 중 축산업 배출 비율이 18%를 차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육류소비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축산업에 대한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메탄가스 감축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환경문제 및 동물복지를 의식해 비거니즘에 동참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과거 채식주의가 “소수의 유별난 문화”로 인식된 반면, ‘비거니즘’은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을 목적으로 식품 및 일상 모든 소비자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분석했습니다.

비거니즘은 채식문화를 넘어 친환경 생활습관의 변화를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합니다. 식습관을 넘어 패션·뷰티(화장품)·여행 등 삶의 전반적인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된 것인데요. 여기에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성향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연구소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기존의 엄격한 채식주의와 달리 여건에 맞춰 유연한 스펙트럼을 채택한다는 것도 최근 비건 트렌드의 특징입니다. 간헐적 육류섭취가 가능한 폴로(Pollo)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ism)부터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 등 비건의 스펙트럼은 다양한데요.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20년 5월 국내 성인(20~59세) 채식주의자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비건 실천자의 49%는 사회활동 중 필요한 경우 간헐적 육류섭취가 가능하도록 채식 수준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상황과 여건에 따라 유연한 식단을 선택하고 있단 뜻입니다.

 

▲ 지난 5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낮은 연령층에서 비거니즘 인식이 높았고(왼) 비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에서는 ‘환경보호’나 ‘동물보호’보다는 ‘호기심’이란 응답이 약간 더 높았다. ©한국리서치

2030세대 성별 관계 없이 비건 제품 구매 의향 높아 🧀

특히, 전체 소비자 중 20대 이하 여성에게서 비건 제품의 구매 의향 및 경험 비중이 높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의 정기조사 보고서 ‘비거니즘, 지속될 수 있을까’를 바탕으로 소비자 경향을 분석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는 비거니즘을 몰랐습니다. 반면, 18~29세 응답자의 경우 거의 절반가량인 48%가 비거니즘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건 제품 구매 경험이 많았고, 이미 한번 구매한 사람 중 77%는 향후 재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동물보호 및 환경보호에 대한 ‘미닝아웃’ 성향이 안착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분석했습니다. 이는 비건제품 구매 이유에 대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환경보호’(36%)와 ‘동물보호’(24%)가 높기는 하나, ‘단순한 호기심’(40%)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2030세대는 성별과 관계없이 비건 제품 구매 의향이 높았습니다. 전체 여성 응답자의 63%는 비건이 ‘향후 삶의 방식으로 안착할 것’이라 응답했습니다.

이 때문에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향후 사회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하나금융연구소는 전망했습니다.

 

꾸준히 성장하는 비건 산업, 기업 및 분야별 대응 현황 정리 📝

앞서 비거니즘은 이전의 채식주의와 달리 식문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식품을 넘어 패션과 뷰티, 금융 및 숙박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비건 프렌들리(vegan-friendly)’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분야별로 기업들의 대응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핵심만 알아본다면.

 

▲ 이마트에 도입된 채식주의 존(왼)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건 식품들(오) 모습. ©이마트, BGF리테일

1️⃣ 식품

비건 산업 중에서 가장 성장 중인 곳은 단연 식품 쪽입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식물성 대체육에 진출하고 있을뿐더러, 비건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식물성 대체육 등 비건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과거 ‘콩고기’와 달리 실제 고기의 맛과 실감을 유사하게 구현하도록 품질 개선이 진행된 덕인데요.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비건존’이 설치·증설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은 2021년부터 배양육 상업화 연구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풀무원은 도미‧참치‧방어 등 세포배양 미국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와 투자·업무협약으로 어류 배양육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세계 시장 대비 비중이 0.3%로 초기 단계이나,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단 점에 보고서는 주목했습니다.

보고서는 아직 국내 대체육 시장은 글로벌 시장 대비 비중이 0.3%로 초기 단계이지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삼일회계법인은 2040년에는 대체육·배양육 시장이 전체 육류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하나금융연구소 또한 이 전망을 인용해 비건 식자재 소비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지난 5월, 명품 패션브랜드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오)은 ‘랩그론 가죽’ 개발 스타트업 비트로랩스(왼)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VitroLabs, Kering

2️⃣ 패션·뷰티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의하면, 세계 비건가죽 시장과 비건화장품 시장은 2025년 각각 108조 원과 26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비건가죽에서는 식품계의 배양육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활용한 ‘랩그론 가죽’이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랩그론 가죽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비트로랩스(VitroLabs)는 4,600만 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구찌·발렌시아가 등 명품 패션브랜드의 모회사인 케링(Kering)이 해당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는 SK네트웍스가 지난 4월, 미국 버섯가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MycoWorks)’에 2,000만 달러(약 283억원)를 투자했습니다.

뷰티 산업에서는 MZ세대의 ‘트레이딩업(Trading Up)’ 소비 패턴이 대세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트레이딩업이란 ‘상향구매’로도 번역되는데요. 이는 중가제품을 선호하던 소비자가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고가제품으로 넘어가는 소비 경향을 뜻하는 경제용어입니다.

이 소비 패턴에 맞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기업들은 비건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식물성 재료로 MZ세대에 적극 소구 중입니다.

 

▲ KB국민은행이 매주 월요일 진행 중인 채식 권장 캠페인 ‘그린먼데이’(왼)와 비건 레더(식물성 인조가죽)를 적용한 현대자동차 넥쏘 모습(오). ©KB국민은행, HMG 저널

3️⃣ 금융 및 기타

금융사들도 사내식당 내 채식식단 제공, 비건 관련 이벤트 개최 등을 진행 중입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사와 한국투자증권사는 매주 1회 저탄소 식단을 제공 중입니다.

보험사들도 적극적입니다. 미국 생명보험사 헬스IQ(Health IQ)는 비건 인증 퀴즈를 통과할 경우, 이스라엘 생명보험사 크랄보험(Clal Insurance)은 자국 채식주의자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비건 트렌드를 활용 중입니다. 숙박업에서는 특급호텔이 비건 메뉴를 선보이고 비건 제품을 활용한 객실을 도입했습니다. 제약산업에서는 비건 인증 건강식품을 출시했는데요. 자동차산업은 ‘비건 레더(식물성 인조가죽·Vegan Leather)’ 내장재 도입이 한창입니다.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2023년 비건 레더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 승승장구하는 비거니즘 시장? 실제 소비 비중은 미미하다는 한계도 짚어 📉
국내외 비거니즘 시장이 성장 중이나, 한계도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습니다. 비건 제품에 관심도가 높지만 실제 소비건수의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인데요. 롯데멤버스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구매 건수 중 비건 제품 구매 건수는 0.005%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이 뷰티, 출산·육아용품, 냉동식품에 집중됐는데요. 소비건수 비중이 낮은 원인으로는 ▲비싼 가격 ▲제한된 구매처 ▲제품 다양성 부족 등이 지목됐습니다.

 

▲ 주변 채식식당 정보를 알려주는 플랫폼 ‘채식한끼.’ 보고서는 이러한 비건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채식한끼

비거노믹스 시대, 향후 활용 기회는? 📈

비거노믹스가 부상하고 있는 지금,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우선 적극적인 미닝아웃 집단인 MZ세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조언합니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비건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적극적 미닝아웃 그룹이 노(NO)미닝아웃 그룹 대비 불매운동 참여도가 높고, ESG경영 등 사화회 문제에 관심이 높단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심비*’와 ‘돈쭐**’로 대변되는 소비신념이 곧 소비시장에 대한 영향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욱 깐깐해지는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비거니즘에 더욱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도 소개됐습니다. 비건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들과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데요. 보고서에는 비건전문유통 플랫폼 프레딧, 채식식당 어플리케이션(앱) 채식한끼 등이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가령 기업이 지점 내에서 비건 플랫폼을 홍보하거나 비건 식사 공간을 제공한단 것인데요. ESG 경영 홍보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락인(Lock-in)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비건 인증, 식습관 파악 방법에 대한 계량화 기술과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등 모니터링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가심비: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돈쭐: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구매운동을 뜻하는 신조어.

***락인(Lock-in) 효과: 자물쇠 효과. 새로운 상품이 나와도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지 않고 기존 상품에 계속 머무르는 효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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