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 장관은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고도화를 통해 탄소감축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후대응기금 등 재정지원 및 탄소중립 기술 개발 지원 모두 대폭 확대할 뜻을 밝혔습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여정의 동반자가 돼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정책의 목표는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탄소중립,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열린 주제별 세션에서도 순환경제가 계속 강조됐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 순환경제 전환 위해선 ‘순환디자인’ 활성 필수 🎨
조지혜 한국환경연구원(KEI) 자원순환연구실장은 주제별 세션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절반 가량은 제품과 연관돼 있다”며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부터 물질, 탄소(배출량) 관리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으로써 순환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컨설팅 기업 메테리얼이코노믹스(Material Economics)가 2018년 내놓은 순환시나리오를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유럽 산업계가 순환경제 전략을 채택할 경우 ▲철강 ▲플라스틱 ▲알루미늄 ▲시멘트 등 4가지 주요 물질의 탄소 배출 저감효과를 분석한 것인데요.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 전략을 채택할 경우 현재 상태 유지에 비해 2050년까지 약 56%의 저감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은 부문별 순환경제 시나리오를 통해 2050년까지 2억 9,600만 톤의 이산화탄소(CO2)를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조 실장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원자재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디자인)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조 실장은 순환경제 중점 정책과제로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 활성화를 제언했습니다. 즉, 순환디자인을 강조한 것인데요. 조 실장은 해당 개념은 “기존 에코디자인 개념에 순환경제를 접목한 것”이라며 “원료에서부터 재사용, 내구성, 제품 수명 등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폐기물·온실가스 배출량 등 제품과 관련된 환경영향의 최대 80%가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인데요. 조 실장은 제품 기획 시부터 사용단계(소비)와 폐기 이후 단계(재제조·재활용 등)에서의 순환성을 고려해야 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조 실장은 이어 “제품의 내구성 및 수리용이성을 정량화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가 곧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해당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될 경우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시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순환경제는 다부처 정책”…부처간 정책 연계 필요 🏛️
아울러 조 실장은 순환경제 정책과 관련해 부처간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조 실장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법령을 여러 부처가 관장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정책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요.
조 실장은 또 “순환경제는 다부처 정책이므로 서로 연계되는 분야다. 순환제품 설계, 친환경 소비 및 소비자 선택권 강화, 폐기물 자원으로의 전환, 재생원료 시장 활성화를 고려한 다부처 차원의 융합 정책 사업이 제안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조 실장은 순환경제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실장은 “순환경제를 연구하며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할 플랫폼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밝혔는데요.
순환경제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산업계·시민사회 등의 참여가 중요할뿐더러, 각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조 실장은 이야기했습니다. 또 순환경제 전환 가속화를 위해선 녹색채권 등 녹색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 산업경쟁력 강화 넘어 생존 차원에서 순환경제 전환 필수 ♻️
이후 오세천 공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 역할’을 주제로 전문가 패널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김진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장은 “(정부) 부처간 순환경제 정책들이 중복된 분야가 있다”며 이를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김 소장은 또 부처간 순환경제 정책들이 ‘특정 요소’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는데요.
즉, 특정 부서가 폐기물 수거 및 처리에만 관심을 가질 뿐, 순환자원 가공이나 유통 및 소비 전반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단 것. 김 소장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완벽해도, 해당 원료를 사갈 기업이 없으면 “순환경제는 망한 것”이라며 “순환경제는 일련의 과정이다. (전과정에 걸친)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순환경제 정량화를 위한 지표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현재 자원순환 지표가 ▲폐기물발생량 ▲순환이용률 ▲최종처분량 등 ‘폐기물’에만 머무른 현실을 꼬집었는데요. 이에 김 소장은 기업이 순환자원을 이용한 수익개념 지표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종혁 SK지오센트릭 그린비즈 추진그룹 담당은 탄소중립으로 인해 “석유화학기업들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가운데 EU와 미국 등에서 잇따라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사용 법안이 시행된 상황. 이 담당은 기업경쟁력 및 산업 생존을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은 필수라고 설명합니다.
이 담당은 “네슬레, 현대차, 삼성전자, 나이키, 코카콜라 등으로부터 충분한 양의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을 공급해줄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온다”며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을 위해선 석유화학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담당은 그러면서 “기존 재활용 시장은 원가 절감을 위해 (폐기물을) 구매하는 사업이었다. 허나, 앞으로는 재활용 사업의 한축으로 (순환경제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 포집된 이산화탄소, 시멘트 등으로 활용 가능해! 🏢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의 홍경진 과장은 “최근 이산화탄소포집·활용 저장(CCUS) 기술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재활용하려 해도 폐기물로 분류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활용 용도도 일부 화학제품으로 제한돼 업계가 요구하는 시멘트 원료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요.
홍 과장은 CCUS로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혁신 또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31일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 전에 이산화탄소 포집물의 재활용 유형 확대 위한 적극행정 조치를 시행한 상태입니다.
한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이 탄소감축에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탄소감축에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면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앞장설 수 있고, 더 줄일 여력도 있는데 인센티브는 없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또한 기업들의 혁신적인 생산 및 운영시스템 전환을 유인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기업이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보다 잘하려면 정부의 성과 보상에 기반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