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설립한 벤처투자기관 ADB벤처스(ADB Ventures).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은행인 ADB 산하 벤처 지원 플랫폼으로서, 2020년에 출범해 임팩트테크(Impact Tech) 기반의 스타트업에 자금·투자·기술·운영 지원 및 컨설팅 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데요.
ADB벤처스는 지난 19일 국내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와 ‘ADB벤처스가 전망하는 아시아 기후테크 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ADB벤처스의 김민수 심사역은 “파리협정 체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의 기후테크 투자금이 급증했다”고 밝혔는데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금은 2016년 66억 달러(한화 약 8조원)에서 2021년 537억 달러(한화 약 70조원)로 8배 가량 성장한 상황입니다.
허나, 이 자금 중 4% 미만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중국 제외)에 투자됐는데요. 이에 김 심사역은 “아태 지역의 기후변화 투자금이 생각보다 늘지 않고 있다”며 “달리 보면 이는 투자 기회가 많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심사역은 이어 “아시아 기후테크 기업들의 솔루션 확장이 더딘 상황이다. (해당 지역에) 투자를 하면 수요와 기회가 늘며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는데요
ADB벤처스가 투자하고 싶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과연 어디인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ADB벤처스가 정의하는 기후테크란? 🌡️
현재 ADB벤처스는 기후테크와 관련해 크게 3개 펀드를 운영 중입니다. ▲에쿼티 펀드(Equity Fund), ▲뎁 펀드(Debt Fund), ▲시드 펀드(Seed Fund)인데요.
먼저 에쿼티 펀드는 초기 성장 중인 기후테크 기업에 50만 달러(한화 약 6억원)에서 많게는 300만 달러(한화 약 39억원)의 자금을 지원합니다. 창업 초기 단계 기업에게 투자되는 시드 펀드의 경우 최소 5만 달러(한화 약 6,500만원)에서 최대 20만 달러(한화 약 2억원)의 자금이 지원됩니다. 시드 펀드를 통해 ADB벤처스는 향후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되는데요.
뎁 펀드의 경우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국내 혹은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원)를 목표로 펀딩이 진행 중이라고 김 심사역은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ADB벤처스가 말하는 기후테크 분야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김 심사역은 “딱히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며 넓은 범위에서 투자가 진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심사역은 구체적으로 ADB벤처스는 ▲순환경제(친환경 소재, 폐기물 밸류체인, 공유모델, ▲스마트 산업(디지털 트윈, 신소재), ▲재생에너지, ▲그린 인프라(하천, 공원 등), ▲지속가능한 농업 및 식품, ▲ESG, ▲공급망 추적 등 또한 기후테크로 분류해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요.
김 심사역은 “ADB벤처스가 보는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기후테크 (투자) 1순위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 즉, 클린테크*를 보고 투자를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린테크(Clean Tech): 에너지 및 자원소비를 줄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줄이는 기술.
ADB벤처스가 주목한 기후테크 기업 5곳은? 🤔
ADB벤처스는 아태지역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081억 원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현재까지 ADB벤처스의 투자 및 지원을 받은 곳은 42개 기업. 김 심사역은 이날 온라인 세미나에서 ADB벤처스가 투자한 기후테크 기업 중 주목할 기업 5곳을 소개했는데요. 이들 기업을 알고간다면.
- 스카이캐치(Skycatch) 🚁: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스타트업인데요. 드론을 사용해 특정 지역의 데이터를 캡처, 처리 및 분석해 측량 과정에서 생기는 자원낭비를 막는 곳입니다. 주로 건설 현장 및 광산 작업에서 사용 중인데요. ADB는 해당 기술이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서 안전과 효율성을 줄이고,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 누벤츄라(Nuventura) ⛽: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육불화황(SF6)을 제거하는 개폐기를 개발한 독일 기업인데요. 구체적으로 SF6를 건조공기로 대체하는 중압(MV) 가스 절연 개폐기(GIS)를 선보였습니다. 회사는 연간 약 1억 대의 자동차의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SF6배출량을 줄이겠단 목표를 세운 상황. ADB벤처스의 시드 펀드 유치를 계기로 아태지역을 SF6 무배출 지역으로 전환한단 계획입니다.
- 레드닷애널리틱스(Red Dot Analytics) 📲: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 중인 싱가포르 기업입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지 데이터 센터 에너지 효율성 및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한 곳인데요. 현재 ADB벤처스의 투자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 크로스링커(KrossLinker) 💨: 전체 부피의 최대 99%가 공기로 이뤄져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 에어로젤(Aerogel)을 개발 중인 싱가포르 기업입니다. 차세대 신소재라 불리는 에어로젤을 더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 이그린글로벌(E Green Global) 🥔: 기후 및 식량위기 해결을 위해 신품종 감자를 개발하는 한국 기업인데요. 조직 배양기술로 무균 식물공장에서 무병씨감자(MCT)를 대량 생산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MCT 배양을 위해선 원래 6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이를 1~2년 정도로 줄였단 평을 받고 있는데요. 짧은 시간에 저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갖춘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 ADB벤처스로부터 250만 달러(한화 약 32억원)를 유치했습니다.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도 ADB벤처스 펀드 받을 수 있나? 💰
김 심사역은 기후테크 산업이 커지긴 위해선 아시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한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어 특정 기술을 깊게 파고든 딥테크(Deep Tech)는 오랜 연구개발(R&D)이 필요해 개발도상국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딥테크가) 개발된 후 개도국에 전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김 심사역은 이어 아태 지역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도 ADB벤처스 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는데요. 그는 “개도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은 환영한다”며 ADB벤처스로 언제든 문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 심사역은 또한 “지원대상이 되면 ADB벤처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국적개발은행(MDB)와 투자사가 연결되고 시제품 개발, 스케일업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곳은? 💼
위 질문에 김 심사역은 산업별로 다르다고 답했는데요. 미국에서 투자금을 많이 받은 기후테크 기업들조차 여전히 R&D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상황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기에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금 및 기관이 더 육성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