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부터 열흘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위치한 독일 본에서 제5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SB56)가 진행됐습니다. 190개 협약 당사국을 비롯해 국제기구 수장, 시민단체(NGO) 활동가, 언론인 등 5,000명 이상이 참석했는데요.
8일(현지시각) 샤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을 만나 오는 11월 열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국 합의 서명식을 진행했습니다.
금번 회의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후 COP27 개최까지 6개월 남은 시점에서 개최됐는데요. 글래스고기후합의 이후 기후 문제와 관련된 국제 논의 진전 현황을 중간 결산하는 반환점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상황인데요.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시도하며 폐쇄된 석탄발전소도 다시 가동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COP27 개최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 COP26 개최 후 세계 각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COP26에서 강조됐던 국제협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분열돼 🌍
UNFCCC가 주관하는 당사국총회(COP). 1995년부터 시작된 COP은 각국 정부가 기후 문제를 공동으로 다룰 수 있는 중요한 국제회의인데요.
지난 COP26에서는 ▲국제 메탄 서약, ▲23개국 탈석탄 선언, ▲기후 적응 프로젝트 확대 등 여러 국제적 성과가 도출된 바 있습니다.
특히, COP26에서는 각국이 파리협정의 공동 목표를 인지하고 협력을 약속했는데요. 각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2°C를 충분히 밑도는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최대한 온도 상승을 1.5°C로 제한하는 노력을 추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주요 국제협력이 모두 뒤틀렸단 점입니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진행되던 기후 연구는 중단됐을뿐더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연일 계속되는데요. 현 상황을 정리한다면.

1️⃣ 화석연료 골드 러시 이어져 🏃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세계 주요국은 에너지 독립을 위해 다른 화석연료로 눈을 돌리는 중입니다. 4개 주요 국제 기후 연구기관이 참여한 기후행동추적(CAT)은 이를 ‘골드 러시(Gold rush)’에 비유했는데요.
CAT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화석연료 생산량이 증가했을뿐더러, EU의 경우 새로 계획된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통해 기존보다 더 많은 가스가 공급된다고 지적했습니다. CAT은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파리협정 목표 도달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 유럽 주요국 석탄발전소 재가동 발표 🏭
6월 15일(현지시각) 러시아 정부는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60% 줄인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응하고자 독일 정부는 2030 탈석탄 목표를 깨고, 일시적으로 석탄 사용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같은날 오스트리아 정부도 폐쇄한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발표했는데요.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를 이유로 석탄발전량을 35%까지 줄인 네덜란드도 에너지난으로 인해 2024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 등 다른 EU 회원국도 비슷한 결정을 고려 중인 상황입니다.
3️⃣ 기후 연구 차질 계속 이어져 ⚗️
전쟁 발발 후 미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러시아와의 과학적 협력 및 공동 연구 자금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북극권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는 ‘북극이사회’ 회원국인 상황인데요. 서방 회원국의 보이콧 선언으로 한동안 활동이 중지된 바 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이사회 7개국이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소식을 밝혔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의 광범위한 북극권 영토해양에 접근할 수 없고 학자들도 교류가 중단돼 기후 연구에 차질을 빚는 중인 상황입니다.
+ 산림 벌목 늘어날까 전전긍긍하는 중! 🌲
COP26에서 105개국이 2030년까지 산림 손실 및 토지 황폐화 중단을 약속한 바 있는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의하면, 전쟁 및 서방 재제로 인한 경제 악화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3개국의 목재 공급이 줄면서 다른 나라에서의 벌목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3개국은 유럽 목재 수요의 10%를 차지했는데요. 전쟁 발발 뒤 이들 국가의 목재 수출이 급감하자 에스토니아, 핀란드, 미국 등이 일부 보존 구역 완화 정책을 내세우며 목재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중입니다.

지구촌 분열된 사이 주요 기후 지표 모두 ‘최악’ 찍어 🌡️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각국이 분열된 사이 주요 기후변화 지표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 글로벌 기후현황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4대 핵심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4가지 지표를 핵심만 알고간다면.
- 온실가스 농도 ↑☁️: WMO는 2020년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49% 수준인 2ppm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 해수면 높이 ↑🌊: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지구 평균 해수면은 연평균 5mm씩 상승하여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1990년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빠른 상승 속도입니다.
- 해수 온도 ↑🌡️: 해수면으로부터 2,000m 심해까지 온도 상승이 관측됐습니다. 이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산호초 등 해양생물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데요. 뿐만 아니라, 태풍과 허리케인 등의 규모와 강도 모두 거세집니다.
- 해양 산성도 ↑ 🐟: CO2 농도는 해양 산성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WMO는 보고서를 통해 인간이 배출한 CO2의 23%는 해양이 흡수하는데요. CO2가 바닷물과 반응해 해양 산성화로 이어지는 상황.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현재의 수소이온농도(pH) 변화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UNFCCC 총장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초기 투자가 충분했다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란 오늘날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국제사회의 기후 문제 대응 노력이 흔들리고 있단 우려가 커지는 상황. COP26과 달리 COP27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도 떨어지는 상황인데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에스피노사 UNFCCC 총장은 SB56총회 개막식에서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기후변화가 미룰 수 있는 의제가 아니란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에스피노사 총장은 이어 “우리는 협상을 더 빨리 진행해야 한다. 세상이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렇다면 COP27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독일 본에서 들려온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것일까요? 다음 편에는 독일 본에서 논의된 주요 성과와 COP27의 주요 의제를 다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