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없이 ‘리얼’ 우유 만드는 법? 소 없이 우유 만든 퍼펙트 데이!

낙농진흥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인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6.5㎏. 여기에 요구르트, 치즈 소비량까지 더하면 한국인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86.10㎏에 달합니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은 우리 식생활에서 분명 빠져선 안 되는 재료인데요.

문제는 유제품 생산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단 점입니다. 젖소와 양을 키우기 위해선 막대한 토지와 물이 필요할뿐더러, 낙농업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온실가스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농장비교네트워크(IFCN)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바탕으로 유제품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2%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이에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유제품 생산에 열띤 연구 경쟁이 벌어진 상황입니다. 귀리, 아몬드, 감자 등을 사용한 식물성 대체 우유 제품도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요. 식물성 대체 우유는 우유보다 온실가스와 자원소비량 모두 작은 반면, 기존 유제품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없단 한계가 있습니다. 즉, 식물성 대체 우유 생산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자원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은 필연적이란 듯인데요.

그런데 기존 유제품 생산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온실가스와 자원소비량 모두를 줄인 우유가 있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식물성 대체 우유도 젖소에서 나온 우유도 아니라면요? 이번 시간에는 대체 우유의 새로운 문을 연 퍼펙트 데이(Perfect Day)를 소개합니다.

 

© 퍼펙트 데이 공동설립자인 라이언 판드야(왼)와 페르말 간디(오)_Perfect Day 제공

젖소 없이 우유를 만들고 싶던 두 과학자의 꿈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퍼펙트 데이. 이 기업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대체 우유 개발 스타트업인데요. 이 기업을 알기 위해선 회사를 공동 설립한 라이언 판드야페르말 간디, 두 인물을 먼저 알고 가야합니다.

생명공학자인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요. 세품농업 분야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뉴 하베스트(New Harvest)의 한 이사가 둘을 서로 소개시켜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공도 비슷하고, 비건(완전 채식)이란 점에 두 사람은 급속도록 친해졌는데요.

두 사람 모두 오늘날 우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단 점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두 생명공학자는 젖소 없이 우유의 맛과 질감을 살린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요.

두 사람은 2014년 무프리(Muufri)란 기업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대체 우유 개발에 나섭니다. 이들은 우유가 시험관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식품이라 생각했습니다. 우유를 구성하는 대부분이 물이고, 여기에 20여가지 다른 성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요.

 

© 퍼펙트 데이가 생산한 우유로 만든 다양한 유제품의 모습_Perfect Day, Facebook

이들의 연구는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켜 언론과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습니다. 이후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이 만든 투자사인 호라이즌 벤처(Horizons Ventures)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으며 연구 속도에 탄력이 붙었는데요.

2016년 무프리는 사명을 퍼펙트 데이(Perfect Day)로 바꾸고, 2019년 비동물성 유청단백질(Whey Protein)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 기업 이름은 왜 ‘퍼펙트 데이’로 바꾼거야? 🤔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루 리드의 ‘Perfect Day’란 노래가 있는데요. 젖소가 이 노래를 들을 때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한다는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소와 사람 그리고 지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단 비전을 가진 두 과학자 입장에서 이 노래는 운명 같았단 후문담.

*시드 투자: 씨앗을 뜻하는 ‘Seed’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창업 1년 이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를 말해요.

 

© 퍼펙트 데이의 정밀 발효 기술 소개_New Harvest, 홈페이지 갈무리

우유 단백질과 미생물의 만남, 비동물성 우유?! 🐄

퍼펙트 데이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들의 기술력이 지속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퍼펙트 데이는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넣고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대체 우유를 생산합니다. 정확히는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라 불리는 기술인데요.

이 기술은 미생물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대체육 등 대체 단백질 생산 기업이 널리 사용 중입니다. 이 기술로 만든 단백질은 국내에서는 ‘발효 유단백질’로 불리는데요.

퍼펙트 데이는 젖소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는데요. 이를 ‘트리코더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란 곰팡이에 주입했습니다. 유전자가 주입된 곰팡이가 발효 탱크 안에서 배양되며 단백질을 생산하는데요. 이후 원심분리기를 통해 단백질을 따로 분리한 다음 여과 및 건조 과정을 거치면 끝입니다. 이때 우유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핵심 단백질 6개가 만들어지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퍼펙트 데이의 대체 우유는 분말 형태인데요. 회사 측은 자사가 개발한 대체 유제품이 기존 생산방식보다 물소비량이 99% 적을뿐더러, 온실가스 배출량도 97%나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퍼펙트 데이가 개발한 분말 형태의 대체 유제품(왼), 6월 16일(현지시각)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된 CO2COA 초콜릿바(오)_Perfect Day, Mars Wrigley 제공

이달 중순 세계 최대 제과업체인 마스 리글리(Mars Wrigley)는 퍼펙트 데이의 대체 우유를 활용한 초콜릿바, CO2COA를 출시했는데요. 마스 리글리는 이번 제품이 자사가 보유한 엠앤엔즈(M&M’s)나 스니커즈 초콜릿 등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이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식물성 대체 우유의 경우 별도의 생산 및 유통 시설이 필요한 것과 달리, 기존 시설에 곧장 투입할 수 있단 장점도 있는데요. 퍼펙트 데이의 분말 형태의 대체 유제품은 초콜릿을 넘어 치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단백질 보충제, 빵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활용 중입니다.

 

+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질감 똑같이 살려내! 🍦
원래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우유를 넣는데요. 우유를 넣지 않는 비건 아이스크림의 경우 그간 질감이 퍽퍽하단 평이 다수였던 것! 허나, 퍼펙트 데이의 원료를 사용하면 말이 달라지는데요. 퍼펙트 데이의 대체 우유는 기존 우유 단백질의 분자 수준까지 동일하기 때문에 질감과 맛 모두 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퍼펙트 데이가 출시한 ‘브레이브 로봇(Brave robot)’이란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북미에서만 100만 개 이상 판매됐단 사실!

 

© 2020년 퍼펙트 데이가 자사 제품을 사용해 만든 아이스크림 브레이브 로봇, 현재 북미 5,000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_Perfect Day, Facebook

미국 싱크탱크, 2030년 ‘정밀 발효’ 기술 기존 낙농업 뒤흔들 것 🧀

퍼펙트 데이의 누적 투자금은 지난해까지 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980억원). 기업 가치 또한 15억 달러(한화 약 1조 6,000억원)로 평가되는데요. 오늘날 퍼펙트 데이는 미국을 넘어 세계 대체 단백질 기업을 선도하는 유니콘 기업이란 평을 받고 있습니다.

퍼펙트 데이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리싱크엑스(RethinkX)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기존 축산업과 낙농업 수요가 현재보다 7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보고서는 퍼펙트 데이 같은 대체 단백질 기업이 보유한 ‘정밀 발효’ 기술이 축산 및 낙농업계를 뒤흔들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리싱크엑스는 정밀 발효 기술로 만든 대체 유제품의 가격이 나날이 저렴해지고 있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2030년에는 기존 동물성 단백질보다 5배 이상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때문에 리싱크엑스는 식품업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유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양을 투입할 수 있는 대체 유제품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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