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니콘 기업 초코, “식량 문제 해결 위해선 ‘디지털화’ 필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혼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 식량 안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각) 세계식량계획(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주요 국제기구는 세계 곳곳에 식량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는데요.

식량 안보가 흔들리는 요즘, 식량 공급망 내 디지털화가 식품 폐기물 문제와 식량위기를 극복할 방법이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공급망 내 정보 교환만으로도 식량의 효율적 이동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식품 폐기물 퇴치를 위한 방법으로 식품 공급망 내 디지털화를 제안한 스타트업 초코(Choco)를 소개합니다.

 

© Choco, Facebook

식품 폐기물 ‘제로’를 꿈꾸는 초코의 야심찬 목표 🥧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초코. 전 세계 음식물을 줄이고, 식품 공급망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만든단 사명을 가지고 설립됐는데요.

2018년 4명의 기업가가 공동 창업한 이 기업은 식품 폐기물 제로(0)를 위해 2026년까지 세계 식품 도매 시장을 완전히 디지털화한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회사 측이 식품 폐기물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들이 수행한 연구 때문입니다.

초코는 14개월 동안 식품 폐기물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문제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 지구촌 주요 문제의 원인인 점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초코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식품 폐기물이 하나의 국가라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임을 강조합니다.

문제는 식량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 단계의 데이터가 어느 것도 연결돼 있지 않단 점인데요. 초코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식량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식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곧 기후 문제 해결과도 연결됨을 역설하는데요.

초코는 또 식량 공급망 내 디지털화가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음식점과 도매업체를 직접 연결해 주문·공급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 초코는 가게 점주와 도매업체를 위한 각각의 앱을 운영 중이다_Choco, Instagram

초코는 음식점이 필요한 여러 식자재를 간단히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령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 초코 앱을 통해 친구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내듯 어떤 종류의 원두가 언제까지 얼마만큼 필요하단 주문을 넣는데요.

이후 초코는 도매업체를 바로 연결해 필요한 만큼의 식자재가 공급되도록 돕는 형태입니다. 쉽게 말해 초코는 식자재 주문 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인데요.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는 초코의 서비스가 다소 평범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허나, 국내외 식자재 공급망은 디지털화가 더딘 편입니다. 가게 점주와 도매업체 모두 펜과 종이를 사용해 재고 변동사항을 문서화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식자재 유통 자체가 지역을 기반으로 움직일뿐더러, 음식점 상당수가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가게 점주와 도매업체 모두 식자재 가격 등 정보 공유에 대해 소극적인 점도 디지털화를 더디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 가게 점주가 식자재 구매를 위해 초코 앱을 사용할 경우 기존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_Choco, Facebook

친구에게 DM 보내듯 여러 식자재를 간단히 구매할 수 있는 초코 🍊

음식점은 식자재 공급이 수기로 작성되는 탓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재료를 주문하는 일도 있고, 도매업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자재를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초코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식품 공급망 전체가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도왔단 평을 받습니다. 가게 점주들은 초코 앱을 통해 원하는 배송 날짜를 설정해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데요.

더불어 다양한 도매업체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질 좋은 식자재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 식자재비 지출을 줄이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방장은 “매일 최소 1시간씩 주문을 하던 예전과 비교해 5~10분 만에 주문할 수 있게 됐다. 긴장도 압박도 없어서 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주문은 이메일·앱 알림·문자 등 도매업체가 선택한 접수 형식으로 자동 변환돼 접수됩니다. 도매업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 덕에 업체 재고 파악이 좀 더 용이한데요. 편리한 주문 접수와 함께 디지털 카탈로그를 통해 업체 및 제품 광고도 할 수 있습니다. 초코 측에 의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홍보되는 제품 중 20~30%가 실구매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다만, 회사 측은 지난 몇 년간 플랫폼 운영을 통해 식품 폐기물을 얼마만큼 예방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기업 이름이 왜 ‘초코’인지 묻는다면? 🍫
남미 콜롬비아 서부에 초코(Chocó)란 이름의 주(州)가 있는데요. 초코는 해당 지역명에서 비롯됐습니다. 초코주는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가 있는 곳인데요. 여러 사업을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 및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지역을 보존하잔 뜻입니다.

 

© 초코 앱을 사용하는 한 주방장의 모습_Choco, Instagram

6개국에 1만 5,000여개 식당이 이용 중인 식자재 주문 플랫폼, 초코 🌎

초코는 창업 후 불과 몇 년만에 독일을 넘어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6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1만 5,000여개의 음식점과 1만여개의 도매업체가 초코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 중인데요. 월 10만 건 이상의 주문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비스 확장에 따라 직원 수도 450명으로 증가했는데요.

올해 2월 초코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2,400억원)를 돌파해 유럽 유니콘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자제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인 독일 스타트업 그로버(Grover) 다음으로 독일에서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이죠.

그로버 함께 독일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 두 곳 모두 순환경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인데요.

초코는 또 지난 4월 중순 1억 1,100만 달러(한화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2 펀딩 모금에도 성공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당 자금을 활용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북미 및 유럽을 넘어 중남미와 아시아 등 추가 시장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초코의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카합은 “(새로운 자금 조달 덕에) 식량 공급망 내에서 폐기물을 제거한단 목표를 계속 추구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카합 CEO는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현재 식량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하고 유연하지 못했는지를 알게 됐다”며 “식자재 공급망이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하고, 더는 펜과 종이로 작동할 수 없단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진행한 초코 요리 경연대회 포스터. 초코는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는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중이다_Choco, Instagram

한편,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초코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음식점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미국 뉴욕시 내 식당 영업 제한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해 이야기인데요. 당시 초코는 음식점과 도매업체에서 버려질 뻔한 식품들을 한데 모아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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