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와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경제모델이 바로 순환경제인데요. 최근 기업 및 금융사들이 앞다퉈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춘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유럽 내 순환경제 전문 투자사인 서큘러리티 캐피털(Circularity Capital)은 2억 1,500만 유로(한화 약 2,862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유럽과 북미 전역의 보험사와 연기금 등 이른바 우량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투자에 참여했다고 전했는데요.
앞서 4월 21일(현지시각)에는 세계 화장품 1위 기업인 로레알 그룹은 순환 혁신 펀드(Circular Innovation Fund)를 출시한다고 공표했습니다. 자금조달 및 투자정책을 총괄하는 앵커(주요) 투자자 역할을 선언한 로레알 그룹은 자사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위해 1억 5,000만 유로(한화 약 1,994억원) 규모의 펀드를 출시했는데요. 이 중 5,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70억 원을 순환 혁신 펀드에 출연한다고 밝혔죠.
순환경제 촉진 및 전문 스타트업 육성 등을 위해 2022년 상반기에만 여러 펀드가 출시된 상황.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곳에 투자가 이뤄졌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왜 순환 혁신 펀드를 내놓았을까? 🤔
크리스토퍼 바불레 로레알 그룹 부회장 겸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금융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일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는데요.
로레알 그룹의 순환 혁신 펀드는 청정기술에 주력하는 자산관리운용사, 프랑스 데메테르(Demeter)와 캐나다 사이클 캐피털(Cycle Capital)이 운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펀드는 신소재 연구부터 폐기물 재활용, 물류 및 효율성 공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순환자원 사용 기술을 개발하는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의 스타트업 및 기업들을 지원합니다.
로레알 그룹은 성명에서 순환 혁신 펀드가 ‘임팩트 투자*’라고 설명했는데요. 회사 측은 또 투자 기간 중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자원 활용 및 투자 다양성 등 비재무적 성과지표(KPI)에 대한 현지실사와 모니터링을 활용해 나갈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로레알 그룹은 순환 혁신 펀드를 어떤 기업들에게 투자할 계획일까요? 회사 측은 순환패션 스타트업 포데이즈(For Days)와 애그테크 기업 아피오바이오(Aphea.Bio)에게 투자가 진행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임팩트 투자 : 수익과 함께 사회·환경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만들어내는 기업에 대한 투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포데이즈는 수거함을 통해 확보한 의류를 재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뿐더러, 100% 재활용 및 에코디자인 의류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는데요. 벨기에 생명공학기업인 아피오바이오의 경우 농업의 화학물질 사용을 감축·대체하기 위해 미생물학을 기반으로 농업생물학을 개발 중입니다.
로레알 그룹은 두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기후변화 완화 및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다양한 곳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원료를 구할뿐더러, 폐기물 관리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 시급한 환경 문제에 기업이 보탬이 되겠단 설명입니다.
또한, 자산 운용을 맡게 된 사이클 캐피털과 데메테르는 순환 혁신 펀드가 자원 확보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과정에 획기적인 재설계(re-design)을 가능케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디카프리오도 투자한 순환경제 전환 스타트업은? 💰
2022년 상반기에 출시된 순환경제 펀드 중 가장 유명한 투자 소식은 미국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자로 참여 중인 신생 벤처캐피털사 리제너레이션.VC(Regeneration.VC)의 모금일 것입니다.
유명 건축가인 윌리엄 맥도너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전략 고문 및 투자자로 활동 중인 리제너레이션.VC. 회사 측은 지난 3월 4,500만 달러(한화 약 57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리제너레이션.VC는 탈탄소 제품을 개발하거나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게 집중 투자를 하는 곳인데요. 리제너레이션.VC를 운용하는 마이클 스미스 GP(무한책임사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문제를 처리하는 맥락에서 4,500만 달러는 “많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현재 소비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벤처캐피털사로부터 약 2%대의 투자만 받는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이어 “소비자에게 힘이 있다”며 “순환경제를 위해 선형경제를 뒤로하는 것은 더는 선택이 아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회사 측은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정확히 얼마나 투자했는지 밝힐 수 없으나, 그들이 ‘주요 투자자’란 점을 역설했는데요. 앞선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북미 및 유럽의 우량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제너레이션.VC는 크게 디자인(포장 및 재료), 소비(제품 및 브랜드), 재사용(역물류 및 시장) 등 3개 분야에 초점을 둘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이미 지난해 4월 소비자 행동 변화를 촉진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 5개를 선정했고, 모집한 자금을 이 기업에 초기 투자 비용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제너레이션.VC의 선택을 받은 기업은 ▲클린오투(Clean O2), ▲비트로랩스(Vitro Labs), ▲크루즈폼(Cruz Foam), ▲어라이브(Arrive), ▲판가이아(Pangaia) 등인데요. 이 중 독특한 기술을 갖춘 클린오투와 크루즈 폼을 짧게 설명한다면.
- 클린오투(Clean O2) 🧼: 캐나다에 위치한 클린오투는 탄소포집 비누를 개발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이 기업은 건물 난방기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 중인데요. 냉장고 2대 크기인 포집장치를 건물에 설치하면, 탄소를 포집해 탄산칼륨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고. 탄산칼륨은 기본적으로 비누나 세제의 거품 발생을 위해 사용되는데요. 클린오투는 포집한 탄소를 고체 및 액체 비누로 만들어 판매 중이라고 합니다.
- 크루즈 폼(Curz Foam) 🦀: 새우와 바닷가재 등 갑각류 껍질에 합유된 ‘키틴’을 추출해 스티로폼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인데요. 크루즈 폼이 개발한 대체 스티로폼은 60일 이내 생분해가 가능하며, 특성이나 가격 모두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제너레이션.VC는 조만간 6번째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약 17개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4,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중 절반은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후속 투자에 사용될 계획이죠.
마이클 스미스 GP는 궁극적으로 “수십 개의 펀드가 리제너레이션.VC가 하는 일을 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기업 및 대중들이 신경써야할 곳이란 생각으로 먼저 깃발을 꽂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 2월 이탈리아 생명보험 회사 메디오라눔(Mediolanum)과 네덜란드 임팩트투자 기업 폴레스탈 캐피털(Polestar Capital)이 각각 순환경제 펀드를 출시했는데요. 두 기관의 펀드 모두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할 프로젝트 투자를 목표로 하며, 순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하려 하고 있습니다.
순환경제 및 기후테크 육성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투자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자산을 이전받아 출범한 인비저닝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700억원대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를 결성한 바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는 ‘Act on Climate Crisis(기후위기에 대응하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68억원 규모의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두 기관 모두 기후테크 및 친환경·재생에너지 그리고 순환경제를 중점으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들 기관 이외에도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