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금요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었습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해상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자, 1970년대에 제정됐죠. 우리나라 환경부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을 기점으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소등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14회 기후변화주간은 4월 22일부터 28일까지입니다. 지구의 날 당일 오후 8시부터 10분간 소등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전국 주요 랜드마크와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 등이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후변화주간 중 소등시간은 10분으로 짧은 편입니다. 허나,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는 1시간 동안 진행되는데요. 이런 소등행사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한 독자 분께서 “어스아워를 매년 알고 실천하고 있는데,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요”란 의견을 남겨주셨는데요. 이에 그리니엄이 두 행사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한 번 산정했습니다.
지구의 날 10분간 소등·어스아워 1시간 소등, 어떤 효과가 있을까? 🌍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자연보전 캠페인인 어스아워.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소등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동참해 국회의사당, 서울시청 등 주요 공공기관과 랜드마크의 모든 불을 끄고 있죠.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올해에만 192개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각지에서 진행된 ‘10분간의 소등행사’와 지구촌에서 진행된 ‘1시간의 소등행사’인 어스아워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산정하기 위해서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합니다.
참여가구, 소등 조명 개수와 소비전력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가정된 수치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요. 그리니엄이 이번 소등행사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을 위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가정을 설정했습니다.
1️⃣ 참여인원은 3백여만 가구 💡
먼저 환경부의 보도자료를 참고해 올해 지구의 날을 맞아 10분간 소등행사에 참여한 인원을 3백여만명으로 가정했습니다. 참여자들간의 중복은 없다는 가정하에 1인 1참여자를 1가구로 가정했는데요. 이에 따라 이번 행사에는 약 3백여만 가구가 참여한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실제 참여인원은 훨씬 더 적을 수 있습니다.
2️⃣ 가구당 조명은 4개, 소비전력은 60W ⚡
각 가구당 4개의 조명(안방·작은방·거실·주방)을 보유하고 있고, 형광등 기준으로 조명의 소비전력을 60W로 설정했습니다.
위 조건으로 진행한다면, 22일 지구의 날 소등행사로 10분간 약 120MWh 전력절감량을 산정할 수 있는데요. 이는 약 91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과 비슷합니다. 가장 궁금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그리니엄이 계산한 결과, 올해 10분간의 소등행사로 약 55톤CO2eq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됩니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어스아워의 경우(국내 한정) 6배를 곱해, 330톤CO2eq의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되는데요.
단, 해당 계산에서 랜드마크와 옥외조명 등은 제외했습니다. 옥외조명은 가정 및 사무실 등 실내조명보다 소비전력이 높으나, 도시 내 랜드마크 수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10분간 소등행사와 1시간의 어스아워가 우리나라 2018년 배출량 7억 2,760만톤CO2eq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0.000008%와 0.000045%로, 감축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더구나 이번 소등행사를 통한 전력소비량 감소는 일시적일 뿐, 영구적인 감축 활동이 아닌데요. 결국 10분이나 1시간 뒤에는 모든 건물의 불이 다시 원상복귀 때문입니다.
+ 다른 기관은 어스아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
2016년 WWF는 어스아워 덕에 한국은 3,131톤CO2eq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밝혔어요. 약 112만 7,000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는데요. 사실 이것은 2013년 환경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이라는 것. 약 10년전 오래된 자료로 최신값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
10분간 소등행사, 온실가스 감축이 맞을까? 🌏
국내 지구의 날 캠페인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아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이런 일시적인(Temporary) 활동은 ‘온실가스 감축’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구적인 감축 활동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가령 우리가 1분간 숨을 참은 덕에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았다고 해서, 탄소를 줄였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아울러 이번 소등행사로 인한 미미한 부하의 감소는 전력계통망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석연료 발전단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즉, 소등행사로 인해 발전소의 화석연료 소비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단 것.
여러 미미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관이 소등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플로깅(Plogging)과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이 지구를 위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일뿐더러, 해당 캠페인을 통해 지구에 대해 좀 더 살피는 계기가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스아워 캠페인을 주관하는 재단에서도 소등 이외에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소등행사 참여와 함께 아래 10가지 활동에 참여해 지구를 위해 고민하고, 함께해주길 권고하고 있죠.
- 더욱 지속가능한 식사하기 (Eat more sustainably)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Waste less food)
- 책임감 있는 여행 (Travel responsibly)
- 플라스틱 제거 (Eliminate plastics)
- 물절약 (Save water)
- 에너지 효율 (Be energy-efficient)
- 자연 보호하기 (Protect natural spaces)
- 의식있는 소비자되기 (Be a conscious consumer)
- 소문 퍼뜨리기 (Spread the word)
- 최신정보 유지 (Stay informed)
지구의 날을 계기로 그리니엄이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방법은? 🤔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번 기후변화주간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바로 지금, 지구를 위한 실천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며 소등행사가 끝이 아닌 지구를 위한 실천의 시작이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니엄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조명 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우선 과도한 조명 설계를 조정해야 합니다. 최근 빛 공해 등 과도한 조명으로 인해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국내 랜드마크 등 과도한 실외 조명을 바꿀 필요가 있죠.
건물의 경우 햇빛 주광을 최대한 이용해 불필요한 조명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간헐적으로 이용되는 지하주차장 같은 장소는 디밍(Dimming) 시스템*을 이용해 사람이 움직일 때만 조명이 소등되거나 밝기가 조절되는 등 효율적 이용도 필요하죠.
일반인들도 쉽게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형광등을 고효율 LED 조명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만약 60W 형광등을 15W LED로 바꾸면 지속적으로 45W가 감소됩니다. 이는 진정한 ‘온실가스 감축’이라 부를 수 있는데요. 불필요한 조명을 소등하고, 수명이 다된 형광등을 고효율 LED 조명으로 바꾸는 것이 지구에게 좀 더 이로울 수 있겠습니다.
*디밍(Dimming) 시스템: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