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기후변화를 막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있습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저장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기후 대응의 일환으로 산림 손실 및 토지 황폐화를 막기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한 바 있죠.
4월 5일 식목일, 4월 22일 지구의 날 등 여러 굵직한 환경 행사를 기념하며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NGO)가 앞다퉈 나무 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에서는 더 쉽고, 더 재미있게 나무 심기를 돕는 캠페인을 소개해봅니다.
인공지능, 나무 심기를 부탁해! 🌳
미국에서는 나무 심기를 도와주는 인공지능(AI) 비서가 등장해 화제입니다. 아마존이 개발한 AI 스피커 알렉사(Alexa)의 이야기인데요. 나무 심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알렉사가 탑재된 기기에 대고 “알렉사, 나무 심어줘(Alexa, grow a tree)”라고 말하면 끝. 이후 재조림을 지원하는 환경단체에 1달러가 기부되는 형식이죠.
이 캠페인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삼림 조성사업을 벌이는 비영리단체 원트리플랜티드(One Tree Planted)와 협력해 진행 중이죠.
아마존은 지구의 날을 맞아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캠페인의 장점은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금으로 몇 그루의 나무가 심겼는지 추적할 수 있단 점입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페이 계정을 활용해 기부자가 나무 심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마존은 또 원트리플랜티드에 나무 100만 그루를 심을 수 있도록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단체는 아마존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각지에 나무를 심을 예정임을 밝혔는데요.
채광 및 벌채로 황폐해진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의 삼림 지역 및 산불로 사라진 북부 캘리포니아주의 국유림 복구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NFT와 블록체인이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방법 🌲
아마존과 협력한 원트리플랜티드처럼 여러 단체가 기부금을 통해 삼림 복원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상당수가 여러 단체를 거쳐 진행돼 기부자들의 기부금의 투명성 및 구체적인 정보(위치, 시기)를 알기 어렵단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제시한 단체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가 설립한 투명 기부 플랫폼 바이낸스 채리티(Charity)의 ‘트리 밀리언즈(Tree Millions)’ 프로젝트입니다.
바이낸스 채리티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설립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입니다. 바이낸스 채리티는 기후변화 완화 및 삼림벌채를 막고자 지난해 9월 나무 심기를 지원하는 트리 밀리언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부금으로 식재된 나무에 대해 암호화된 대체불가능토큰(NFT) 인증서를 발급하는 것이 핵심이죠.
방법은 단순합니다. 기부자가 최소 금액인 20달러 이상을 플랫폼에 기부하면 되는데요. 기부금은 환경단체로 전달되고, 단체는 세계 각지에 나무를 심죠. 바이낸스 채리티는 나무 식재 후 30일 이내에 기부자 아이디로 NFT 인증서를 보내는데요. 기부자는 해당 인증서를 통해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나무의 종류, ▲식재 장소, ▲시기 등 세부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트리 밀리언즈 홈페이지에서는 실시간으로 기증자와 기부금 액수 및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4월 21일 기준, 기증자는 총 349명인데요. 기부금은 약 2,720만 달러(한화 약 336억 원)에 상당하는 65.50 비트코인(BTC)에 달합니다. 홈페이지 진행 상황에 의하면, 현재까지 27개국에 나무 35만 5,084그루가 심어졌다고 합니다.
바이낸스 채리티의 운영 총괄자인 헬렌 하이는 “자연 세계(Natural world)는 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는 디지털 세계(Digital world)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트리 밀리언즈 프로젝트의 출시 이유를 밝혔는데요.
현재 프로젝트 참여자의 규모와 영향력을 시각화할 수 있는 숲으로써, 나무 NFT를 배치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타버스에 심은 ‘가짜’ 나무가 ‘진짜’ 나무로! 🎍
우리나라에도 디지털 나무 심기 캠페인이 있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 잦고 규모가 커지는 산불 피해 지역을 복원하고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건데요.
지난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산림청이 블록체인 전문기업 두나무와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내 나무 갖기’ 캠페인 이야기입니다.
이 캠페인은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에 마련된 가상 숲 공간 ‘세컨포레스트’에서 진행됐습니다. 참여자가 세컨포레스트에 가상의 나무 1그루를 심으면, 산림청과 두나무가 진짜 나무 2그루를 심어 회복의 숲을 조성하는 방식이었죠.
또한, 산림청은 참여자들에게 지역 나무 시장에서 묘목을 거래할 수 있는 묘목 교환권 ‘그루콘’을 증정했는데요.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진짜 나무를 심을 수 있을뿐더러, 임업인은 캠페인을 통해 묘목 판매를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죠.
실제로 캠페인 참여 열기는 예상보다도 뜨거웠습니다. 당초 목표 참여인원은 5,000명. 1일 선착순 1,000명까지 참여할 수 있었고, 참여율에 따라 최대 1만 그루의 진짜 나무가 심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선착순 접속이 열린 오전 10시 이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대기했고, 1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참여인원이 모두 마감됐죠.
이에 산림청은 “접속자가 몰리고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산불 복원과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 향후 행사를 더 늘릴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또 내년에는 참여 규모를 1만여 명까지 늘리고, 행사 시기도 나무 식재 시기를 고려해 2월 중순으로 앞당길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나무 심기’의 탈을 쓴 그린워싱 주의하기! 🤔
디지털 기술과 나무 심기가 만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참여 방법도 더욱 간편해졌는데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나무 심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친환경인 척하는 마케팅인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칫 수종이 상업용 나무로만 식재돼 탄소 저장 잠재력이 떨어지거나, 현지 생태에 맞지 않는 나무를 심어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또한, 나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 기간을 설정하고 식재 후 관리, 주민 참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