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체결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굵직한 기후변화 협의를 거치며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증설 중인데요. 그러나 수직 풍력 발전은 거센 바람에 운영이 멈추는 등 한계를 보여주고 있죠.
그렇다면 이런 한계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아예 ‘디자인’을 바꿔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단 소식! 오늘 그리니엄은 풍력 발전의 미래로 떠오른 ‘공중풍력 발전’에 대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공중풍력 발전, 기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 🌬️
해외에서는 지상이 아닌 하늘에 연을 날려 풍력 발전을 돌리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류권 같이 높은 고도에 연(Kite) 등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공중풍력 발전(Airborne Wind Energy System)인데요. 대류권 특성상 지상에서 높아질수록 풍속이 빠르고, 바람이 멈출 염려도 없단 점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현재 공중풍력 발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비행기나 드론에 프로펠러나 발전기를 장착한 후 하늘에서 전력을 생산해 지상으로 보내는 것인데요. 다른 하나는 연이나 글라이더가 공중에서 줄을 당기면, 줄이 감긴 지상의 드럼이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죠. 공중풍력 발전의 장점 3가지를 이야기한다면.
1️⃣ 높은 발전 효율성 ⚡
대류권 특성상 고도가 높을수록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며, 풍속 또한 강한 편이죠. 이 덕분에 연 등을 이용한 공중풍력 발전은 기존 풍력 발전에 비해 발전 효율이 60%로 높습니다. 더불어 폭풍이 칠 때 연을 지상으로 내려놓는 등 운영상의 장점도 많다고.
2️⃣ 낮은 탄소발자국 ☁️
기존 풍력발전기의 기초는 대개 시멘트와 철강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타워(기둥)는 철강, 블레이드(날개)는 유리와 탄소섬유, 발전기 등으로 이뤄져 있죠. 이중에서도 철강과 시멘트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데요. 기존 풍력발전기의 수요가 늘면 이들의 탄소배출량도 덩달아 늘어날 상황.
아울러 타워 높이만 100~200m 이상인 대형 장비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죠. 허나, 공중풍력 발전은 기존 풍력발전기 건설과 비교해 10% 수준의 원자재만 필요한데요. 즉, 공중풍력 발전은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탄소발자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단 사실!
3️⃣ 환경 문제 걱정 덜 해 🦆
7MW 이상 대형 풍력발전의 경우, 타워 높이만 약150m 이고, 로터의 직경은 약 200m입니다. 날개인 블레이드 길이만 해도 일반적인 대형 제트여객기 양날개 크기와 맞먹는데요. 이 거대한 날개가 돌며 만든 진동과 소음으로 인해 인근 지역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날개에 새들이 부딪혀 죽는 것도 문제인데요. 지난해 영국 왕국조류보호협회는 북해에 건설하기로 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주요 바닷새 서식지에서 멀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죠. 여기에 해상풍력은 어업권 문제도 얽혀 있는데요. 이밖에도 염분에 의한 부식, 낙뢰, 태풍, 선박 충돌 등으로 인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죠.
뿐만 아니라, 보통 풍력발전기의 수명은 20~30년 정도로 오는 2040년부터는 폐기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하지만 공중풍력 발전은 수명 종료 후 폐기물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데요. 느리고 큰 움직임 덕에 조류와의 충돌도 막는 등의 이점도 있다고.
간단히 정리하자면 ‘에너지 연(Energy Kite)’ 등 공중풍력 발전은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발전 효율성은 높고, ▲탄소발자국은 낮고, ▲원자재 10%면 건설에 충분하고, ▲블레이드 등 폐기물 발생 문제도 덜하단 점 등에서 각광 받는 것인데요.
해당 기술을 연구 중인 기업들은 공중풍력 발전이 설계·운영·보수·폐기 등 이르는 전생애주기 관점에서 연구됐단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풍력발전기와 달리 자원소비량, 폐기물 관리 등 순환경제 관점에서 설계된 것이 공중풍력 발전이라고 강조하고 있죠.
풍력 발전 한계 극복하기 위해 ‘하늘에 도전장을 내밀다’ 🪁
오늘날 공중풍력 발전은 어디까지 개발됐을까요? 일찌감치 공중풍력 발전의 이점을 알아본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카니(Makani)와 카이트파워(Kitepower)란 곳인데요.
2006년 설립된 마카니는 공중풍력 발전을 실현하고자 하늘에 연을 띄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마카니는 2013년 구글에 인수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구글엑스(X) 프로그램에 편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마카니의 ‘에너지 연(Energy Kite)’은 고도 300m까지 날아 오른 후 허공에서 원형으로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이후 연은 별다른 에너지 소비 없이 횡풍 비행으로 이동하는 공기를 통해 발전기를 구동하는데요. 발전기에서 생성한 전기를 연에 달린 줄을 통해 지상으로 전달되죠.
실제로 마카니는 2019년 노르웨이 인근 연안에서 세계 최초 해상풍력 터빈 비행에 성공했는데요. 마카니는 초기 20kW 규모의 전력 생산을 시작으로 600kW 발전까지 개발이 진행됐으나, 2020년 9월 돌연 사업을 종료합니다.
당시 마카니는 폐업과 함께 그간의 특허와 기술을 보고서에 담아 무료로 공개했는데요.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최적 속도 유지가 어려워 기존 풍력 터빈과 비교해 10분의 1에 불과한 에너지만 생산했다고 밝혔죠.
물론 실망하긴 이릅니다. 마카니가 무료로 공개한 특허와 기술 덕에 에너지 연 등 공중풍력 발전 연구가 급물살을 탔는데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카이트파워(Kitepower)는 연의 움직임을 활용해 줄을 풀고 감는 방식으로 전력을 만들어냅니다.
카이트파워는 릴아웃(Reel Out)과 릴인(Reel In)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먼저 릴아웃은 에너지 생성단계인데요. 줄을 푸는 단계에서 연은 위 그림처럼 8자 패턴으로 날며 약 130kW의 전력을 생산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인 릴인에서 줄은 최대 길이에 도달하는데요. 이때 줄을 되감으며 연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죠. 이 단계에서는 20kW의 전력을 소비해, 평균적으로는 100kW의 순전력이 생산됩니다.
카이트파워 측에 따르면, 에너지 연은 100초마다 사이클을 반복하는데요. 하루 최대 864번을 가동한다면 매우 효율적으로 풍력을 활용해 발전이 가능한데요. 현재 카이트파워는 100kW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중입니다.
실제로 카이트파워의 연은 지난해 11월 카리브해 남쪽에 있는 아루바섬에서 시범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당시 카이트파워는 성명을 통해 “(에너지 연이) 오지나 지역사회 소규모 전력망에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며 “공중풍력 발전은 설치가 쉽고 휴대가 간편할 뿐더러, 재료를 비용효율적으로 사용한 덕에 중소규모 지역사회에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죠.
이밖에도 무수한 기업이 현재 공중풍력 발전에 연구에 몰두한 상태!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한국전기연구원(KERI), 한국전력공사, 경남 창원시 등 3개 기관이 협력해 공중풍력 발전을 연구 중인데요. 한전이 예산을 지원하고, KERI가 연구개발 수행, 창원시가 시범운영을 위한 부지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3개 기관이 내놓은 공중풍력 발전은 국내 순수기술로 제작된다고 하는데요.
머지않은 미래,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풍력 발전을 쉽게 보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